(암만에서1)잃어버린 가방 이야기
(암만에서1)잃어버린 가방 이야기
  • 박기범
  • 승인 2003.06.2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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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에서1)잃어버린 가방 이야기

어제 오후 짐을 찾았어요. 잃어버린 가방 하루 이틀만 기다리면 곧 찾으려니 했는데 기다려도 그게 아니어서 조금 긴장을 했거든요. 이틀이 지나 공항으로 전화를 해보면 그런 짐 오지 않았다는 얘기만 하고, 사흘이 되어 다시 물어도 여전히 같은 얘기만. 예전 한국으로 돌아가던 혜란이가 짐을 잃었을 때에는 공항에 가서 신고하니 바로 경유했던 이곳 저곳 공항 분실물센터를 연락해보면서 그 짐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바로 확인을 해주었다고 하는데, 여기 암만 공항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어요. 마냥 기다려라, 기다려라.....

이쪽 나라들이 좀 그렇거든요. 시간 약속 같은 거는 기대하면 안 된대요. 그런 약속 개념이나 서비스 개념이 별로 없어요. 다른 나라 공항 같으면 벌써 비행기를 바꾸어 타고 온 경유지마다 연락해 보고, 어디에 짐이 있나 확인해 보고, 며칠 비행기가 들어올 때 찾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는데 휴우 마냥 기다리라니 점점 걱정이 많았어요.

바그다드 현지에 있는 팀원들은 무척 힘든가 보아요. 전화를 할 때마다 언제 들어올 수 있는지, 언제 들어오게 되는지, 되도록이면 빨리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요르단에 머물고 있는 걸 못내 야속해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래 저래 걱정이었지요. 어떻게 해야 하나, 가방 짐을 포기하고 그냥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마냥 이렇게 기다려서라도 찾아 들어가야 하나..... 그런데 실은 그 가방이 우리 활동에 중요한 일감들을 다 지닌 거였거든요. 몇 분이 며칠이나 고생해 만든 슬라이드 필름에, 아이들과 함께 볼 애니메이션 테잎, 그리고 현지인에게 줄 선물들과 지난 전쟁 때 찍은 사진을 뽑은 것, 아이들에게 줄 선물.... 내가 입을 옷이나 소지품, 약 같은 거야 버릴 수 있지만 그것들 없이 갈 수는 없었어요. 무엇보다 그건 이 활동을 함께 하는 분들이 준비해준 것들이니 말이지요.

현지를 생각하면 어서 가서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한국을 생각하면 그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못챙겨 미안하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하지만 어서 판단을 내려야 했어요. 가방 짐 없이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가방 짐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저 앉아 기다릴 수는 없겠다 싶어 이곳에 있는 한국인 가이드에게, 한국에 있는 팀원에게, 바끼통 운영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가방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랍에미리트 항공사로 바로 연락을 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오사까 공항의 분실물 센터, 혹은 두바이 공항의 분실물 센터로까지 직접 알아보아 달라 말이에요.
그런데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여기 한국인 가이드 말이 항공사로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다른 짐 같은 경우는 목적지에서 짐을 못찾는다 해도 그게 어디에 흘려져있나는 확인이 되는데, 그 짐은 모르겠다 고 했다는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오사까에서 거저로 짐을 실어주겠다 했는데, 혹 거기에서 아무런 등록도 안 해 놓고 짐을 흘렸나? 아니면 두바이에서 다른 비행기로 옮길 때 그 짐이 없어졌나?

휴우, 그러다가 다시 속는 셈 치고 암만 공항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이번에는 공항에 그 짐이 와 있다는 거예요.
짐이 오면 바로 숙소에 전화를 주겠다더니, 그리고는 숙소까지 갖다 주겠다더니, 아주 태연하게 짐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공항 직원 얄미웠지만 그래도 짐을 찾은 게 기뻐 바로 그리 달려갔어요. 그 때만 해도 자기네가 당연히 갖다 줄 거라고 했는데, 그건 언제가 될지 시간 약속을 할 수 없으니 급하면 나보고 와서 찾아가래요.

짐을 찾았어요.
주인 잃고 어디에서 내던져지며 고생했을까...
이제 어서 마저 해야할 준비만 끝나면 바그다드로 들어갑니다.
안그래도 어리버리 못미더운 구석 많을 텐데, 더 걱정이시겠어요.
해해.

<박기범 이라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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