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에서4] 음악 실행 지원 파일을 깔아라!
[암만에서4] 음악 실행 지원 파일을 깔아라!
  • 박기범
  • 승인 2003.07.04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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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음악 실행 지원 파일을 깔아라!


어제 모두들 새벽 다섯 시 가까이 되어 잠이 들고,
오늘 아침에는 해가 밝게 떴을 때 부시시 일어났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가장 걱정은 어떻게 노트북에 음악 실행 지원 파일을 깔까?
일단 아침을 먹는대로 피씨방부터 가보기로 했지요. 노트북으로 바로 인터넷 다운을 받을 수 있으면 그리 하고, 그게 안 되면 씨디 라이터가 있는 피씨방을 찾아 씨디에 받은 뒤 다시 노트북으로 옮기자고. 그게 안 되면... 컴퓨터용품 가게를 찾아 씨디 라이터를 살까, 말까....

피씨방에 갔어요. 한국에서 프랭스가 또 다른 방법 하나를 알려 주었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래 씨디를 피씨방 컴퓨터에 넣고 직접 틀어보라고. 그리고 녹음기를 가지고 가서 거기에 있는 스피커 단자 한쪽에는
녹음기를 연결하고, 음악을 실행시키면서 동시에 녹음기로는 공테이프에 녹음을 하라고.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그런데 우리가 가져간 노래를 구운 씨디는 요르단 컴퓨터가 실행을 못하는 거예요. 제목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지를 못하는 거였죠. 으아. 이 방법은 안 되네. (그런데 나중에 프랭스가 한글로 된 파일을 어떻게 파일명을 바꾸어 영어 제목으로 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어요.)

노트북을 피씨방 인터넷 케이블에 잇는 것도 잘 되지 않았어요.
노트북에 모뎀이 있기는 있다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우리 셋 다 모르겠는 거예요.
허둥지둥, 다급하고 속상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르며 피씨방 주인에게 씨디 라이터가 있느냐 물으니 있다고 합니다. 와아,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수 있다는 웹 주소, 그게 안 열리는 거예요.
으, 삐삐 밖에 없는 프랭스. 어떻게든 서둘러 프랭스에게 그 주소나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야겠는데 전화가 되어야 말이지요. 우리가 가진 손전화는 받는 것 밖에 안 되는데. 혜란아, 그럼 네가 이 핸드폰 가지고 피씨방에 있어. 내가 숙소로 가서 프랭스에게 삐삐칠 게. 아마 바로 연락할 거야, 프랭스라면(^^). 삐삐에 녹음을 남기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길영 누나에게 프랭스가 그 시간 있을 만한 곳, 연구소 전화번호를 물었어요. 그리고 프랭스와 혜란이가 직접 통화를 하라 하고는 저는 방에 들어가 뻗었습니다. 목부터 올라오는 감기 몸살.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비몽사몽간 들었는데 혜란이가 오빠,들려요? 하고 신난다고 소리쳤을 거예요. 이제 씨디에 담아온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였겠지요.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얘기를 들으니, 피씨방에서 프랭스와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프로그램 파일을 건네어 받을 수 있다고 그래요. 아니, 그런데 피씨방 컴퓨터에는 이미 그 프로그램 파일이 깔려 있었다나요? 그걸 그래서 그걸 그대로 다운 받아 씨디에 구웠다나 어쨌다나.....

해서 음악 실행 지원 파일 깔기 작전은 오후를 다 넘겨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 밥을 먹고, 알약 한 알을 먹은 뒤 여기 피씨방에 나와 앉아 있어요. 벌써 저녁이네. 여기 시간은 지금 여덟 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에르뜨리아의 싸미가 또 올 거예요.
이제 노래는 다 열 수 있는데, 그 친구 아이들 노래라서 자기는 부르기 어렵다느니 어쩌느니 그러면 어떻게 하지?
제가 한국에서 짐을 쌀 때, 물품을 사러 남대문을 다니다가 고마운 현지인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으로 한복을 입은 우리 신랑 각시 모양이 있는 작은 액자들을 사왔거든요.
싸미가 이걸 좋아할까? 좋아했으면 좋겠다.
싸미와 노래 녹음 일을 하고 나면, 오늘도 어제 그리다 만 그림들을 마저 그려야지요.

(참. 실은 어제 한상진 선생님과 혜란이가 그림을 그릴 때 저는 다른 일을 해야 했어요.
무언고 하니, 이리 정신이 없는데 한국에서 마쳐 놓고 왔어야 할 일,
그걸 미처 하지 못하고는 여기까지 일감을 가져온 게 있거든요.
3년 전부터 묵혀 있던 동화책 원고, 그것 일러스트레이트가 이제 마무리가 되어간다면서 저도 글 원고를 다시 한 번 마무리 교정을 보아야 했는데, 한국에서 정신 없이 지내다가 끝내 못했거든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올 책이라 해서 적어도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쳐서 넘겨야 했어요.
아마 요르단에서 이삼 일은 묵게 될 테니 거기에서라도 밤을 새워 하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 그 일감을 여기까지 가져왔는데, 밤마다 그것을 하고 있었어요. 에그, 칠칠이.)

<박기범의 이라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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