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우리의 항전
기후의 역습, 우리의 항전
  •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 승인 2022.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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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후의 역습, 우리의 항전

공식적으로 장마는 아니라지만 연일 세차게 퍼붓는 비로 인해 온 사방이 난리다. 집과 거리가 침수되고, 사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지역의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습에 안간힘이다. 그 와중에 사진 찍고 현장을 떠나는 정치인의 행보가 달갑잖다. 고마운 분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비로 고생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지금 긴 가뭄과 폭염에 신음한다. 역대급 가뭄으로 제한 급수를 실시하거나 제한 송전까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메마르니 화재는 연이어 발생하고 그것이 다시 메마름을 강화하고 있으니, 이 피해의 끝이 어디일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멀쩡한 가로수에 불이 붙고 씻을 물 조차 부족할 지경에 이를 정도고 보면 이미 생지옥이다.

이 와중에 어떤 이익을 보려는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전쟁을 벌이는 나라도 있다. 전쟁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를 혼란으로 끌고 간다. 그들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었던 유럽의 나라들이 화력과 원자력을 다시 들고 나오는 판이다.

이 모든 일의 이면엔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인 지구온난화가 있다. 지구온난화는 기후 위기를 몰고 왔고, 그 덕에 현세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쓴 고백이 나오는 형편이다. 사실 위기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미 기후 재앙이다. 기후의 역습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적절히 유지되던 지구의 기온은 최근 100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지구 평균 기온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도 상승했고, 최근에는 10년마다 0.17도씩 상승하는 추세다. 이 추세라면 2040년에는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세라는 게 참 무섭다. 전 세계적으로 2015년 이후 6년은 역대 가장 따뜻한 해 6위에 모두 포함된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 상위 5년은 2014년, 2015년, 2016년, 2019년, 2020년이다.

2020년의 경우를 보자. 1월 평균 기온이 2.8도였으며, 최고 7.7도, 최저 -1.1도로 역대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한파 일수는 0일이었다. 6월은 전국 평균 기온이 22.8도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운 6월’이었고, 최고기온(28도, 평년 26.5도)과 폭염일수(2.0일, 평년 0.6일)도 각각 역대 1위 기록이다. 통상 6월보다 더운 7월은 오히려 평균 22.7도로 0.1도 낮아 사상 처음으로 7월 기온이 낮은 역전 현상을 보였다.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역대 최장기간이었던 장마는 무려 54일간 이어졌다. 당시 전국 평균 강수량은 686.9㎜로 1973년 이후 2위에 해당하는 강수량으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장마가 지나자 태풍 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이 연달아 한반도를 덮쳤다.

2021년도 살펴보자. 1월 전국 평균 눈 내린 일수는 7.2일로 평년보다 3.1일이 많다. 1973년 관측 시작 이후 1위에 해당한다. 1월 8일 서울은 최대 -2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이미 언급했듯이 이 모든 기상 이변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기록적인 폭우나 폭설, 긴 가뭄, 고온, 한파, 연이은 태풍 등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모두 지구온난화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판단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적으로 가야만 하는 기후 재앙 극복의 길이다. 지금 노력해도 수 십 년 안에 좋은 결과로의 전환이 이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에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긴 세월 망쳐놓은 지구를 살리려면 우린 죽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오늘만 살고 내일은 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제 뭘 해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함께 살기 위해서. 그리고 후손이 숨 쉴 수 있는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

광명시는 기후 대응에 있어서 가장 선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지자체로 평가받는다. 열혈 시각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해 보이겠지만 이만큼도 못하는 데가 태반이다. 그래서 좌절감이 때로 들지만 우리에게는 좌절할 겨를이 없다.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광명시 기후에너지과에서 먼저 시도하여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일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후에너지센터의 수고가 빛난다. 당연한 일인데 빛이 날 정도라는 건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아쉽다는 의미를 갖는다.

평생학습원이 광명자치대학에 기후에너지학과를 두고 제대로 일할 활동가를 양성하려는 뜻이 고맙다. 당장 어떤 이익이 발생하지도 않는데도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 결단이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학하였다는 학생들의 고백에 숙연해진다.

아직은 미약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의지들이 모이고, 실천들이 쌓여간다면 분명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우리에겐 믿음과 실천만 필요하다. 전쟁이 나면 전시체제로 전환한. 군수를 위한 징발도 가능하고 평소에 안 하던 징병도 한다. 모든 자원을 거기에 쏟아붓는다는 말이다. 기후 재앙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국가와도 같아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의 우선 순위를 기후 역습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항전 양상에 따라 후손이 살아갈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결사항전 아닌 다른 길은 없다.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장
<빨강생각>(2022) <노랑생각>(2019)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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