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쇼킹한 영화!!
[배틀로얄] 쇼킹한 영화!!
  • 이기찬
  • 승인 2003.04.10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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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 쇼킹한 영화!!

어떤 영화를 보기로 했다가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성공적일 확률은??

경험적으로 비추어봤을 때 그 대답은 이전에 선택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의지정도와 어떤 이유때문에 바뀌었고 다음 선택의 잣대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무지하게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매진이 되어서 보지 못한 것이라면 그 이후 선택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과는 신통치 않다..

선택했던 영화에 대한 지지도가 미약했고 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보고자 했던 영화가 이미 종영되었거나 매표소에서 마음이 바뀐 것이라면 대개는 평균이상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배틀로열의 선택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만족스런 선택이 되었음을 밝힌다..^^

사설이 조금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제목 그대로 쇼킹한 영화 배틀로열을 디벼보기로 하자..

배틀로열은 그 내용상의 쇼킹함을 떠나서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영화적 재미를 잃지않는 미덕을 가진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나서 자연스럽게 재미있었다는 느낌을 그대로 표출하기에는 마음속에 꺼림칙함이 있었다는걸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색다름을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소재나 표현방식 그리고 거침없는 전개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신선함으로 칭송될 수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당혹감이 들기도 하는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살펴 보면 두가지 정도의 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신과 괴리되어 있는 신인류라 표현되는 신세대들과 구세대간의 갈등과 반목의 위험성에 대한 섬뜩한 경고이다..

둘째는 영화속에서 제시되는 극단적인 게임의 룰과 환경하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인 것이다..

이 두가지 메시지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은 그 모양새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처럼 이전 세대의 사고방식을 획일적인 방법으로 강요하거나 세뇌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영화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극단적인 폭력의 결과는 자명하다.. 공멸이 그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자신도 원치 않게 그걸 강요받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 어느 누구도 난 내가 살기위해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당연한 휴머니즘을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겐 자유의지라는 선택권이 있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되며 설령 누군가 그런 상황을 강요한다 해도 공멸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이러한 끔찍한 일들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며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감은 다양한 선택을 하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속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의 힘보다는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되는 그들의 실감나는 두려움이 더욱 절절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그것도 오로지 한 사람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탈출구가 없는 극한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우정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냐 이 말이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였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 어쩌면 가장 이 영화를 봐야할 사람들은 학생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정신적인 충격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들은 나만큼 충격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고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이 더 강해질 수도 있고..
아님 더 현명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그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고.. 영화속 주인공들이 바보같다고 느껴질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외에도 이 영화속에 나오는 뚜렷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우리들에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없이 순진한 아이들의 모습도 있고..
자기 자신도 정체성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는 선생님..
어른들과 마찬가지의 복잡다난한 그들의 삶..
그들간에 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 영화가 내용상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어울릴것 같지 않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힘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의 선택과 게임중계와 같은 방식의 구성이다..

스포츠중계 방송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라든가 계속되는 장중하고 서정적인 클래식이 흐르는 가운데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끔찍한 아귀다툼을 지켜보는 곤혹스러움을 한번 상상해 보란 말이다..

깜찍한 군복차림의 나래이터 모델의 게임캐릭터 같은 게임방식 설명 장면은 당사자들의 공포를 더욱 더 증폭시키면서도 관객들에게는 그 어울리지 않는 극단적 대비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나약해 보이는 여학생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슈야의 당연해 보이는 다짐이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관심사였던거 같은데 감독은 비극적인 결론으로 복선을 한껏 잡아가다가 뜻밖의 라스트신을 준비한다..

수업이라는 선생님과 제자사이의 원초적인 관계도 거부하고 그것도 모잘라 선생님의 허벅지를 칼로 그어버리는 제자들에 대한 선생님의 적개심이 배틀로열이라는 끔찍한 프로그램에 그들을 내모는 사유가 되었던 것이라면..

아이스하드를 입에 물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던 여학생과의 기억은 그에게 주어졌던 유일한 권한을 통해 게임해제를 선언하고 텅빈 운동장앞에서 평범한 선생님으로서의 마지막 체조를 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유가 되었던건 아닐까?

여학생과의 대화끝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이 말이 한동안 내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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