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표 영화!!

민주당 국민경선이 시작되고 나서 영화볼 기회가 상당히 줄어든게 사실이다..내가 행복해야 더 신나게 지지할 수 있는게 아닐까?

암튼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제 영화에 완전히 눈떴다고 볼 수 있는 박찬욱 감독에 대한 기대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보게된 영화 '복수는 나의 것'

한마디로 이 영화를 평가하면..
'호흡이 무지하게 긴 영화'
'감독 스스로가 찍고 싶은대로 찍은 영화'
뭐 대충 이 정도 되겠다..

영화의 시작은 나름대로 무언가 있음직한 분위기다..
웬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역시 여전히 시작부터 호흡이 길어서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초반부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바람잡이는 당연한듯 느껴졌다..) 전개될 것만 같은 분위기..
영화를 쬐금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자주 이러다 말아버리는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역설적인 긴장감을 느껴 봤을 것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 대사가 무지하게 적다는 것이다.. 아마 내 예상으로는 일반영화의 대사량에 적게는 1/4 많게는 1/7 정도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점이 보는 사람의 긴장도를 떨어뜨리고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생각해 보라!!
대사가 많지 않은 대하소설을 읽는 기분을..

하나 인정해 주고 싶은 것은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연기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진짜루 연기력만이다.
감독이 설정한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전율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정도의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들의 몫은 무리없이 잘해냈다 이 말이다..

영화속에서 폭력과 섹스는 재미나 흥미(흥분도 되겠다..)를 유발하거나 상징적인 은유나 메시지 전달할때 쓰이는게 보통이다..

전자일 때는 잔인하기보다는 깔끔하고 시원하고 거침없어야 하고 건조하기보다는 자극적이고 몽환적이어야 한다..

후자일 때는 아주 잔인하고 사실적이고 비참함을 느낄 정도여야 하고 에로틱하고는 거리가 먼 아주 담담하고 건조하고 파괴적인 관점에서 그려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도 이 영화는 폭력과 섹스의 사용에 있어서 그 경계선이 묘하다..
특히 뜬금없이 등장하는 노골적인 섹스신이 그렇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를 살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담겨있는 뻘쭘한 표정.. 솔직히 사람을 죽이면서 흥분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보통이거늘 이들이 보여주는 동요되지 않는 무덤덤함 자체가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표정 가진 사람을 경계해야할 것 같은 기분..

암튼 전작의 성공으로 박찬욱 감독에게 걸었던 기대는 다음 작품으로 미뤄둠이 좋겠다는 결론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는 컬트적인 매니아도 그리 쉽게 확보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하면 보지 말라는..

이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