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운동권 딴따라는 며느리못 삼아!
(드라마)운동권 딴따라는 며느리못 삼아!
  • 김경미
  • 승인 2003.07.02 13:5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동권 딴따라는 며느리못 삼아!


언젠가 내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내가 몸 담은 지역의 한 운동권 민족극패, 소위 <운동권 딴따라>로 살아갈 때였다. 내 친한 동기 여자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그 부모님 말씀이"운동권인것도 기가 꽉 막힐 판인데, 거기다 딴따라 짓까지 하는 며느리란 말이가? 안 된다!" 하고 반대하신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사랑 때문에 자신이 자랑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 장애처럼 보인다는 건 정말 화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애인을 무지하게도 사랑했던 내 친구는 유림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어조신하게(?) 학원강사로 취직을 하더니 얼마 안 있어 시아버지의 허락 하에 결혼을 했다.
재미있고 활발했던 그 친구는 지금쯤 아이들 여럿 낳아 시아버지도 잘 모시면서 잘 살겠지만 가끔은 몸이, 마음이 근질거릴 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지만 어떤 건강하고 힘찬 자극이 있다면 지역내의 일이든 봉사의 삶이든, 아니면 꿈을 이룰 어떤 즐거운 일이든 활발하게 할 만한 여성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최근 광명시민신문을 보니 여성들의 잔치가 곧 열린다고 한다.
그 행사에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서명도 받는다는데 이런 행사에 내 친구같은 그런 친구들이 많이 많이 와서 자극도 받고 또 자극도 주고 흥겁고 보람 찬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숨어 있는 여성들을 끌어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내가 과거 운동권 딴따라 시절 가장 속상했던 것이, 실컷 공연준비를 해도 오는 관객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현실이었고, 우리가 그저 마스터베이션 하는 꼴인 것 같아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방송작가가 되면 많은 이들이 내 드라마를 보고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요즘 호주제 폐지를 위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다시 미뤄진 이 시점에서 호주제 폐지에 관한드라마를 하면 여러 측면에서 함께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남자인 감독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거기다 말 나온 김에,"호주제 폐지하면 내 자식들이 나 죽고 딴 놈 성을따를거 아녀! 난 못해!" 하고 주장하는 나와 잘 아는 어떤 남성동지에게 그리고 사랑을 선택해 떠났지만 이제는 나와 함께 손 잡고 일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그런 숨어 있는 여성동지들에게 1인 1적제를 주장하는 고은광순씨의 강연내용 중의 일부를 보여드리겠다.

<1인1적제는 모든 것이 개인 중심이다. 국민 개개인은 모두 태어난 직후 하나의 신분등록부를 가진다. 각각의 신분등록부에는 개인의 출생 이후, 모든 신분 변동 사안이 기재된다. 예를 들어 김철수씨와 이영희씨가 결혼하면 각각의 신분등록부에 결혼 사실이 기재된다.

자녀 김경태군이 태어나면 김군의 이름은 김씨와 이씨의 신분등록부에 모두 올라간다. 이혼을 하는 경우, 이혼 사실이 기재될 뿐 다른 변화는 없다. 김씨가 박순자씨와 재혼, 김은혜양을 낳는다면 김양은 김씨와 박씨의 신분등록부에 등재된다. 따라서 김경태군과 김은혜양은 등록표상으로도 어머니가 각각 이씨와 박씨로 기재된다.

1인1적제는 호주제의 남녀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 가족부제도에서는 필요한 개인의 신분 변동에 따른 이적도 필요없다. 또한 부모의 이혼-재혼 등이 자녀의 호적에 드러나지 않는다. 친아버지-친어머니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기재되기 때문에 자녀의 신분등록부만으로는 부모의 사생활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여성에게 좋다. 그러나 남성에게도 좋다.
남성의 딸이나 아내나 어머니를 위한 길이고 또 함께 신나게 평등해질 수 있는 양성 평등의 길 위에 있는 사업이니까.

여성들의 잔치에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운동권 딴따라는 며느리 못 삼는다는 시아버지때문에 꿈을 접는 여성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 해서 자신에게도 시아버지에게도자랑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내친 김에 이런 이야기를 드라마로 하나 해보면 어떨까 싶어 <내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호주제 폐지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유림 시아버지와 호주제 폐지 적극 찬성하는예비 며느리의 여름 해변 이야기를 구상 중에 있다. 이제...시원한 그림과 쭉쭉빵빵 여성들이 해변을 거니는 여름이야기를 주장하는 감독을 어떻게 설득하고 나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讀者 2003-07-02 13:51:32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푼수야 2003-07-02 13:51:32
호주제 폐지하면 내 자식들이 나 죽고 딴 놈 성을 따를거 아녀! 난 못해! 하고 주장하는 나와 잘 아는 어떤 남성동지 이런사람이 누굽니까? 실명을 밝혀주세요.

나도 독자 2003-07-02 13:51:32
와우~ 잼있겠당. 얼른 보게해주세여~

이 하 2003-07-02 13:51:32
이젠 말도 좀 바뀌었으면. 사진의 더운 모습도 벗고. 그런데 하는 일을 왜 합니까.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