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켄로치와 만나 실컷 울고 웃어 보셨나요?
(드라마) 켄로치와 만나 실컷 울고 웃어 보셨나요?
  • 김경미
  • 승인 2003.08.06 23: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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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로치와 만나 실컷 울고 웃어 보셨나요?


요즘처럼 비가 잦은 여름, 먹고 살기는 정말 더럽게 힘들고, 시원한 바닷가로 여행갈 형편은 안되고.. 이럴 때는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싸게 비디오 한 편 빌려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나에게는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함은 휴식이라기 보다는 일의 연장일 때가 많지만 나도 때로는 편히 즐기기만을 원할 때도 있는데, 운없게도, 하필 내가 본영화나 드라마가 현실 삶의 진실을 지나치게 왜곡시켜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그 반대로 삶의 어두운 부분을 너무 후벼파서 견디기가 힘들어지는, 말하자면즐기려다 오히려 고통받는 억울한 심정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따위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나 감독에 대해 화가 나고, 그러다 보면 넌 뭐 잘 쓰냐? 하는 자괴감으로까지 확대되어 더욱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그런 최악의 상태까지 가게 된다.
그러면 떠오르는 감독이 있다.
'켄 로치'.
그는 답답하고 슬픈 현실, 그 진절머리 나는 현실을 직시하되, 유머러스하게 삶의 진실된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감독이다.
<랜덤 엔 프리덤>으로 처음 알았지만 <레이닝 스톤>, <빵과 장미>를 보며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픈 심정이 된.

(영화의 자세한소개는 삼가겠다. 궁금하면 꼭 빌려서 보시라^^)

그는암담한 현실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신파도 아니고, 포장도 안 하면서 그토록 경쾌하고 밝게 풀어내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준다. 또한 그는 독특한 화법의 일관성 만큼이나 정치적 일관성을 지닌, 영국은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좌파감독으로서 힘겹게 돈을 구해 영화를 만드는 지난한 작업을 오랜 세월 마다 않고 해 옴으로 인해 나에게 더욱 깊은 존경심을 갖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외부의 적'에게 모든 죄를 지우기 보다는 우리 내부에 있는 허위와 한심함을 과장되지 않게 따뜻한 웃음기 머금고 보게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서 내 손에 고운 꽃 한송이로 쥐어준다.
사실 처음 그의 레이닝 스톤을 보고 대학 다닐 때 마당극을 하며 썼던 많은 치기 어린 내 글들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당시 거짓된 희망이 아닌, 현실에 뿌리를 둔 설득력 있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 낑낑댔던 나를 돌아보며 그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자를 사랑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가족도 잠든 비오는 밤,
마음 한 켠이 삶의 어떤 무게로 힘들거나 약해졌을 때,
켄로치의 영화를 빌려보라.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쏟아진다. 일주일 내내..하지만 내일은 맑겠지?"

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나와 함께 할, 부족하지만 서로가 기댈만한 든든한 나의 동지들과
내가 만나고 사랑해야 할 많은 사람들,
함께 하는 세상을 위해 지켜야 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가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미한 듯하지만 뿌리가 강인한
놀라운 생명력의 '희망'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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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者 2003-08-06 23:07:38
지난번에 레이닝 스톤을 보려했지만 대여점에 없더군요. 이 글 보니 더 보고싶어집니다.

양정현 2003-08-06 23:07:38
작가님 켄로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명멸하는 불빛을 인터넷을 통해 본적이 있지요. 영국의 비정규직 항만노동자들의 이야기 지요. 지금 우리상황과 비슷한거 같아요... 갑자기 잠시 잊고 지냈던 켄로치를 생각나게 해주셔서 진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