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들이 행동하고 만드는 협동조합
평범한 시민들이 행동하고 만드는 협동조합
  • 강주례 광명자치대학
  • 승인 2022.10.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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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례
강주례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라는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척박하다. 낮은 사회적 인식과 축적된 경험의 시간이 짧다. 광명차치대학 사회적경제학과는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와 협동조합 나무가 자라는 토양을 조금이나마 만들어 가고 있다.

협동조합은 호박벌에 비유된다. 뉴턴의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면 호박벌은 날개 길이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길지 않기 때문에 날 수가 없다. 하지만 호박벌은 날개를 아주 빠르게 움직여서 날아다닌다. 통상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개인이 사적이익을 추구하고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우위에 결정되지만,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희생하고 협력한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는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정의한다.

‘왜 협동조합인가?’라고 질문하면 민주적 운영 1인 1표로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협동조합 특징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주식회사와 다른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여 조직한 사업체로서, 조합원 공동의 필요가 중심이 된다. 공동으로 소유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법인 형태는 사회적으로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기업형태는 독특한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우리에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격언이 있으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란 속담도 있다. 협동조합 안에는 여러 가지 가치가 충돌한다. 직장에서 강조하는 ‘팀워크’는 구성원들의 민주적 논의와 합의를 추구하기 보다는 일의 효율성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논의하며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더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과 타협을 강조하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 협동조합 7대 원칙 중 6대 원칙까지는 1884년 영국의 로치데일협동조합이 채택했던 것과 내용이 같다. 반세기가 지나도 변함없이 유지 되는 것이 놀랍다. 협동조합은 자발성과 주체성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생성되고 확대되면서 협업을 통해 협동조합 7대 원칙 안에 새로운 사업 영역 및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는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을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선언’(Statement on the Co-operative Identity)으로 1995년 ICA 100주년 총회 때 발표하였다.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협동조합은 자발적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성(性)적·사회적·인종적·정치적·종교적 차별 없이 열려있는 조직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조합원들은 정책수립과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선출된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책임을 갖고 봉사, 조합원마다 동등한 투표권(1인 1표)을 가지며, 협동조합연합회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직·운영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협동조합의 자본은 공정하게 조성되고 민주적으로 통제. 자본금의 일부는 조합의 공동재산이며, 출자배당이 있는 경우에 조합원은 출자액에 따라 제한된 배당금을 받음. 잉여금은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일부는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적립. 사업이용 실적에 비례한 편익 제공. 기타 협동조합 활동 지원 등에 배분.

4. 자율과 독립-협동조합이 다른 조직과 약정을 맺거나 외주에서 자본을 조달할 때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가 보장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유지되어야 함.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조합원, 선출된 임원, 경영자, 직원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 젊은 세대와 여론 지도층에게 협동의 본질과 장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

6.협동조합 간의 협동-국내, 국외에서 공동으로 협력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협동조합 운동의 힘을 강화시키고, 조합원에게 효과적으로 봉사.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조합원의 동의를 토대로 조합이 속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

2021년 세계협동조합총회가 서울에게 개최되었다. 

고대 인류가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협력과 협동을 통해 남을 도왔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과 가치관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DNA안에는 협력과 협동이 새겨져 있다.

협동조합의 특징 중 출자 규모와 무관하게 1인 1표제의 의결권은 지역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바탕이 된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설립·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살림을 묶는 생활공동체로 함께 먹고 입고 살피고 돌보는 관계망으로 엮는다.

복지정책은 국가재정에서 나오게 되지만 지자체 단위에서 실행된다. 예를 들면, 동네에 있는 혼자 사는 어르신이 법적으로 부양되는 자식이 있는 경우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네에서 어르신 연금 지급이 100프로 동의되어 실행되는 구조라면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가 조금은 변화될 것이다. 

지방정부로 갈수록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점점 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 단위의 사회적경제는 시민이 단순히 비판자가 아니라, 일종의 주권자로서 공공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광명자치대학에서 공부하는 시민들은 '작은 협동'을 실천하는 주체로서 경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강주례
광명자치대학 사회적경제학과장
전 광명나래아이쿱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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