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엑스텐션- 잔인한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영화]엑스텐션- 잔인한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 파니핑크
  • 승인 2003.09.02 10:5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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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텐션- 잔인한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호러영화 팬들을 위한 화려한 성찬, 피냄새를 맡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라.


난 사실 그리 호러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 차라리 내 눈앞에 있는 벌레가 더 무섭지 호러영화 보고 벌벌떠는 타입은 아니란 말이다. (왜 그럴까? 가짜라는걸 알기 때문에 그런걸까?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유난히 호러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이유는 엄청 단순하다. 장화홍련에 실망한 후, 날 무섭게 할 호러영화를 끝끝내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장화홍련... 비주얼도 괜찮고 슬프기도 하고... 사실 별로 나쁘진 않았다. 다만 무섭지 않아서 실망했을 뿐이다.(그래... 나 원래 좀 유치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시사회표가 생겼는데 시간이 되냐고......
난 시큰둥한 목소리로 어떤 영환지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하는 말... “엑스텐션이라나? 무슨 프랑스 호러영화라던데?”
순간 번쩍 정신이 드는 나, 귀차니즘에 빠져 방바닥을 등으로 쓸고 다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하하~~

서대문에 있는 허름한 극장에서 시사회가 있었다. 엽서같은 것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중간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둥... 결말을 결코 발설하지 말라는 둥.... 별별 얘기가 다 써있다.

엑스텐션(원제: Haute tension)의 내용은 이렇다.
단짝친구인 알렉스(메이벤 분)와 메리(세실 드 프랑스).... 공기 좋은 곳에서 쉬기도 하고 시험공부도 할겸 두 사람은 알렉스의 시골집으로 간다. 허허벌판 위에 서 있는 낡은 집. 외딴 시골집의 풍경은 평화롭기보다는 을씨년스럽다.
그날 저녁, 메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루다가 이상한 인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정체모를 이상한 남자에 의해 알렉스의 가족들이 하나둘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알렉스만은 죽이지 않는 살인마. 그녀를 꽁꽁 묶어 트럭에 싣고서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메리는 친구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히 살인마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 다음 얘기는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해 보시라. 더이상은 돌 날아올거 같아서 얘기 못하겠다.(나 사실 은근히 소심하다. 하하하~~) 나도 사실 영화소개프로그램 저주한다.

올해 개봉한 호러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극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하드고어(하드고어란 사지절단, 내장이 다 노출되는 류의 영화를 말한다. 하드코어가 아니다!)영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의 플롯이 그리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메리와 알렉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결말은 피터 잭슨 감독의 1994년작 “천상의 피조물들”과 어느정도 닮은 듯하고, 이유없이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다는 스토리는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를 연상케한다. (게다가 실제로 전기톱도 등장하지 않는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호러영화의 플롯을 가져다가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는 이 영화는 피냄새가 진동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살인마는 유독 알렉스만을 죽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결말을 보면 허탈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호러나 스릴러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결말을 이 영화 역시 차용해왔기 때문이다. (약간의 힌트를 드리자면... 파이트 클럽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 점에선 신선함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자극적인 화면에 열광하는 호러영화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개봉한 또다른 고어영화, 데드캠프의 고전적 이야기 장치들에 황당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엑스텐션을 꼭 보시길 권한다. 적어도 엑스텐션에는 혹성탈출의 유인원과 골룸의 불륜으로 탄생한 괴물이 나오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가 호러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면 엑스텐션은 그런 호러영화의 미덕에 충실한 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가 언제 개봉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를, 등급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수입사가 허위필증을 만들고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이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고발장이 사법당국에 접수된 상태. 이런 상태에서 재심의가 언제 이루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고 전국 70여개 스크린의 상영도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사회에서 별 어려움없이 이 영화를 접한 나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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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2003-09-02 10:51:04
행운아분의 글을 보게되어 영광입니다. 생생하군요

나라 2003-09-02 10:51:04
드뎌 파니님의 글을 보게 되었네요. 눈 빠지는 줄 알았스니다.ㅋㅋ..

최영애 2003-09-02 10:51:04
늘 그렇듯...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좋은영화 많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3-09-02 10:51:04
요즘은 영화를 안보시나요? 아니면 바쁘신가? 아님 아픈신건 아녜요? 궁금해서요.

박정선 2003-09-02 10:51:04
음... 영화를 한번 봐야겠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