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집인데 순대는 없다. 왜냐구요? 광명6동 새마을시장내 호남식당
순대국집인데 순대는 없다. 왜냐구요? 광명6동 새마을시장내 호남식당
  • 이승봉기자
  • 승인 2003.10.08 12:35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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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의있고 있는 집(2)

순대국집인데 순대는 없다. 왜냐구요?
광명6동 새마을 시장내 호남식당

 

 

 

광명에 추천하고 싶은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있고 있는 집 코너이다. 맛도 맛이지만 그곳이 사람 냄새가 나는 어울림이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매주 한군데씩 추천을 받아 주변의 평판을 들어 본뒤 취재하는 수순을 밟으려고 한다. 독자들께서는 기사를 읽은 소감과 맛집에 대한 평가, 추천하고 싶은 곳을 댓글달기를 이용해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 찬 바람이 돌면 더욱 생각나는 추억의 그맛.

 

▲ 새마을 시장내 먹자골목(속칭 순대골목) 한가운데 자리한 호남식당

 

찬 바람이 꽤 매섭게 갈기를 세운다. 이런날 저녁 어스름 해가 질 때면 생각나는 집이 있다. 추억의 옛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간절하다. 따끈한 순대국에 머리고기 한접시. 술을 즐기는 사람은 벌써 입가에 군침이  돈다.

 

자신이 직접 조리한 음식만을 팔겠다는 고집

 

필자가 광명6동 새마을 시장안에 있는 호남식당을 찾은 때는 저녁 7시 30분경. 벌써 두세 테이블을 점령한 손님들의 즐거운 담소가 정겹다.
필자는 이집을 오래 다녔다. 출출할 때 순대국 한그릇의 맛은 진수성찬에 견줄바가 아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생각 날 때 마다 철산동에서부터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 필자가 이집을 알 게 된 때는 99년 10월 경이다. 교회를 광명6동으로 옮기면서 내부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찾은 집이다. 그러다 이집 주인인 석영순씨의 친절과 푸짐한 손맛에 이끌려서 단골이 되었다.
광명6동에 살았던 2년 동안 한주에 한 두 번은 호남식당을 찾았다. 필자와 함께 1주일에 한번 모여 경전공부를 하는 수심결(修心結) 도반들도 공부가 끝나면 항상 호남집을 거쳐갔다. 모임장소가 철산동으로 옮겨졌지만 아직도 도반들은 호남집에서 쌓은 정과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석영순씨는 매일 머리고기를 삶는다. 오후 2시 반에 손질한 고기와 곱창을 삶기 시작하면 꼬박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재료를 손질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곱창을 손질하는 일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대창(일명 애기보)을 손질할 때면 몇 번씩이고 씻어내야 한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것이 귀찮아 보통은 손질된 곱창을 재료로 구입하지만 석영순씨는 자신이 손질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제 손으로 손질하는 것이 가족들과 같은 손님들에게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주인 석영순씨는매일 오후 2시 반이면
어김없이 머리고기를 삶는다.

 

 

호남집에는 순대가 진열되어 있지 않다. 순대국집에 순대가 없다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석영순씨의 말을 들어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석씨 왈 "순대는 시간이 없어 직접 만들지 못하잖아요." 직접 만들지 않은 음식을 사다가 내놓는 것이 싫어 자신이 손질하고 조리한 음식만 판다고 한다. 간혹 학생들이 와서 순대를 요구하면 옆집에서 사다가 제공한단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일까? 단골 손님들은 석씨가 바쁠 때면 스스로 알아서 먹을 것을 챙긴다. 밥도 꺼내먹고, 반찬도 나르고, 술이나 물도 셀프서비스로 해결한다.

 

▲ 항상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아 주는 석영순씨

▲ 이집의 자랑거리 순대국. 서민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일등공신이다.

 

▲ 역시 안주감으로는 머리고기가 최고라나. 담백한 대창 맛도 일품.

 

소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집

 

필자보다 먼저 와서 곱창볶음에 소주 한잔을 즐기던 장사장이란 분의 얘기를 들어보자. "욕쟁이 아줌마 집이라고 하면 다 알아요. 이곳을 찾는 이유는 왠지 편안하고, 음식이 맛도 좋지만 저렴하고 푸짐하기 때문이예요. 같은 순대국이라도 육수가 좋아요. 곱창도 냄새가 안나구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이 호남집이 시장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메타지요. 여기가 장사 잘되면 경기가 좋은 것이고 , 장사 안되면 경기가 바닥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랜 단골이라는 한 아저씨도 "여기오면 그냥 좋아요.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고 정이 많아요. 순대국이 식으면 말 안해도 자주 덮혀줍니다."

구로구 오류동에서부터 찾아 왔다는 한  손님이 이집 음식에 대해서 평을 한다. "머리고기가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대창 맛은 더 일품입니다. 이걸 먹으려고 일부러 멀리 옵니다. 오래 다녔는데 몇 년이 지나도 그 때 그맛이 한결 같아요. 그게 맘에 든다니까요."

안산에 직장이 있다는 송아무개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일전에 술을 많이 먹어 출근을 못한 날이 있었어요. 속도 쓰리고 배도고픈데 입맛은 영 아니더라고요. 그 때 호남집 순대국이 생각 났어요. 와서 한그릇 뚝딱 비우고 지각 출근을 한적이 있습니다."

 

말은 무뚝뚝해도 거짓은 없다.

 

호남집 옆에 무지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겸씨는 석씨가 시장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소문나 있다고 귀띰해 준다. 곁에 있던 아주머니가 영순씨는 골목 대장이라고 한마디 거든다.
석영순씨가 이곳에 식당을 시작한 때는  99년 10월 이란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광명6동에 이사오기 직전에 문을 열었는가 보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 석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살았단다. 시내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가정사정으로 광주를 떠나 광명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광명고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과 단 둘이서 시작한 이곳생활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 광주에서 올라와 처음 장사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음식솜씨로 자리를 잡았다.

 

 

▲ 진정한 서민들의 맛집.  마실나간 정(情)도 찾을 수 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아 겨울에 무척 고생했단다. 손은 항상 터 있고, 일에 익숙지 못한 몸은 항상 천근만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석씨는 시설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먹자 골목에서는 가장 깔끔한 집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필자가 주인 아주머니께 짖굳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손님들이 왜 아주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뭐 말은 무뚝뚝해도 거짓은 없으니까"
이것이 사람들이 호남집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츄리닝 입고, 슬리퍼 신고 마실 나오듯 들릴 수 있는 집.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이 없는 집. 옛추억을 떠 올리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집.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집. 바로 호남집이 그런집이 아닌가 싶다.

상호: 호남식당
대표메뉴: 순대국. 머리고기. 곱창볶음. 닭도리탕. 닭곰탕. 우렁된장국
전화번호: 02-2618-0892
주소: 경기도 광명시 광명6동 새망을 시장내 먹자골목
대중교통: 화영운수 12번, 21번 범일교통 버스타고 새마을 시장 앞 하차.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 오후 12시
주차불가

 

찾아가려면

광명사거리에서 안산방면으로 가다가 새마을 시장에서 하차

새마을 시장으로 들어서서 100M 쯤 가다가 왼쪽의 순대자골목으로 들어서면 중간지점에 위치.

 

 

  

  

<2003. 10. 8  이승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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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킬러 2006-01-04 13:02:14
맛있겠습니다!!!!!!쩝

맛보면 2003-10-08 12:35:36
앗 내가 아는 집이 나왔다. 광명6동에 사는데 돈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

식도락가 2003-10-08 12:35:36
와~ 쌀쌀한 저녁에 뜨끈한 순대국 한그릇... 정말 군침도는군요.

순대국에 쐬주 2003-10-08 12:35:36
크으~ 얼큰한 순대국에 쐬주한 잔.. 이런 대낮부터 술생각 나게 하네요.. 아주머니 인상도 너무 좋고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기사 보고 왔다고 하면 더 많이 주실려나?

맛박사 2003-10-08 12:35:36
맛은★★★★★ ★★★★,멋은★★★★★★★맛은★★★★★ ★★★ 합계24성 장군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