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의 궤.도.이,탈.] 나의 학교
[별똥별의 궤.도.이,탈.] 나의 학교
  • 별똥 이영신 <볕드는 창>
  • 승인 2023.06.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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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학교는 노온사동, 그러니까 옛말로는 약방골에 20여 년 전에 자리 잡은 <구름산자연학교>다. 이 학교에서 나는 ‘자랐다.’ 이 학교에서 20여 년이니 교사 ‘별똥’으로서 이제 딱 성인이 되는 즈음이다. 학교, 그리고 학교를 품은 마을이 나를 먹이고 키웠다.

계절마다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그 계절의 색깔을 잊지 않고 보여주는 구름산. 나는 그 산에서 놀았다. 감자 심은 데 감자 나고, 고구마 심은 데 고구마 나는 학교 뒷마당 너머 텃밭. 나는 그 밭에서 감자꽃을 노래 불렀다. 지금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벌레들. 친숙하지 않지만 그들도 이 세상에서 누구 못지않게 소중한, 함부로 밟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앙증맞다 못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조그만 풀꽃을 볼 수 있게 됐고, 오늘은 '짹짹' 어제는 '깟깟' 그제는 '뱃쫑뱃쫑'…, 눈 한번 마주친 적 없어도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가 많은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나를 ‘별똥’이라고 부른다. 별똥별의 생애.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짧지만 분명한 그 찰나" 자유롭게 ‘훅’ 궤도를 이탈해도 좋은, 별똥별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돌보는 교사지만, 친구들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들이다. 그 친구들과 나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궤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파수꾼들과 그 궤도의 바깥문을 활짝 열어 제끼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꿈을 꾼다. 그러나 때로는 궤도 안쪽을 자꾸만 기웃거린다. 궤도 안에서 마치 나를 지키는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않고 싶어지는 것이다.

구름산자연학교 텃밭  ⓒ별똥

학교에서 지내온 20여 년 동안,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산과 들판, 꽃과 나무들도 있지만, 수없이 많은 변화들도 있었다. 어느 해는 꽃다지가 지천이었던 텃밭 가에, 다른 해에는 질경이가, 또 다른 해에는 비름나물이, 그리고 올해는 개망초가 서로 피어나겠다고 난리다.

뿐만 아니라 서둘러 욕심내지 않으면 차지가 될 수 없던 딸기밭 딸기를 요사이는 모두가 다 따먹고도 남을 만큼 아이들 수가 줄었다. 설상가상 신도시 개발로 우리는 우리의 터전에서도 오래오래 머물 수 없게 됐다.

나는 이제 궤도의 바깥으로 난 문을 여는 꿈을 꿀 수 없게 된 것일까?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싶다. 나의 친구들이 오래도록 이곳 <구름산자연학교>에서 나를 지켜주는 꿈. 세상 온 사람들이 정해진 궤도로 진입하러 열과 성을 다할지라도, 나와 내 친구들은 그 궤도를 벗어나 자유롭게 나아가는, 그래서 세상 온 사람들도 나와 친구들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걷는 꿈을 말이다.

ⓒ별똥 이영신


별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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