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의 궤.도.이,탈.] 옛날 옛날에~
[별똥별의 궤.도.이,탈.] 옛날 옛날에~
  • 별똥 이영신 <볕드는 창>
  • 승인 2023.10.0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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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옛날이야기를 좋아한다.  

내가 철이 들기 전부터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할머니가 주로 젊은 날 겪은 사연이다) 그리고 부모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친구들의 학창시절 이야기, 선배의 첫사랑 이야기, 역사 속 인물의 사소한 개인사적 이야기까지. 듣거나 읽거나 보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알듯, 말 듯한 지어낸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기도 했다.  

20여 년 전 세 살배기 어린 조카와 함께 지낸 사회초년생 시절.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나만의 상상 속 인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깜깜한 밤, 깜박이는 눈망울 소리 들릴 만큼 숨죽이며, 한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내 삶의 터전, 구름산자연학교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서, 밤마다 조카와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참으로 쏠쏠하게 써먹었다.  

지금은 사람들 입가에서 사라진 꼬마괴물과 도깨비 이야기. 이 이야기가 구름산자연학교 주변과 구름산 곳곳에서 출몰하고, 낮잠 자는 방바닥 지하세계에도 신기하고 우스꽝스럽게 나타나곤 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면, 책에서 보았던 스토리에다 내 상상 속 양념을 덧붙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되곤 한다.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좋아한다. 옛이야기에 모든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값진 리듬의 언어가 넘쳐난다. 또 오르락내리락 인간 삶의 과정을 대신 겪는 즐거움이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어느 누가 옛이야기를 싫어할 수 있는가! 

어느 땐 지나가듯 짧게, 또 어느 땐 자리잡고 길게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이런 저런 소감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 하지 않아도 다 알아챌 수 있다. 기쁨, 슬픔, 놀라움, 아쉬움... 어떤 순간도 숨기지 않고, 눈빛으로 다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옛이야기 물결에 출렁이는 아이들의 눈빛은 나의 이야기를 더욱 춤추게 한다.  

그리고 나는 소망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아이들 곁에서, 더욱 풍부한 삶의 목소리로 "옛날 옛날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별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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