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지대] 2차회담 결산과 향후 과제(2) 6자회담 ‘밖’의 3대 악재
[비핵지대] 2차회담 결산과 향후 과제(2) 6자회담 ‘밖’의 3대 악재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3.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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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밖’의 3대 악재 : 한미합동군사훈련, 북한자유법안, PSI


[비핵지대] 2차회담 결산과 향후 과제(2)


2차 6자회담에서 워킹그룹의 구성 및 4월-6월 사이에 3차 회담 개최 합의 등을 통해 일단 ‘대화틀’을 유지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향후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할 잠복 요인은 너무나도 많은 현실이다. 2차 회담에서도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합의에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내부에서 ‘6자회담’에 대한 유용성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들은 6자회담 ‘틀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3차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이 6자회담 ‘틀 밖’에 도사리고 있다.

매년 3월부터 열리는 연합전시증원훈련(RSOI)와 독수리 훈련 등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미 의회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 등이 그것들이다.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이 예정대로 이와 같은 대북한 압박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과 함께 2004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핵심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자유법안, 그리고 PSI는 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 가지 모두 미국의 대북강경파의 주도권 하에 있다는 점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기본적으로 미국 국방부의 대북강경파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날드 럼스펠드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자유법안 역시 미국 상하원의 대북 강경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더구나 이 법안은 ‘의회’에서 추진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PSI 역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이 미국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작년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PSI 회의에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PSI는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강경파들의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

이들 세 가지 대북 압박정책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뇌부 가운데 유일한 온건파라고 할 수 있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개입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 강경파가 마음먹기에 따라 2차 6자회담 이후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

작년 3월, 한미 양국은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에 버금가는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 바 있다. 2002년부터 통합된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 연합전시증원훈련과 독수리 훈련과 관련해 작년에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막강한 화력들이 동원됐다.

작년 훈련에 동원된 주요 전력으로는 `비밀 병기'로 불리는 F-117A 나이트호크 스텔스 전폭기 6대와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 그리고 미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15E 20여대 등이 있었다.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잘 알려진 스텔스 전폭기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1993년 중단된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처음이었다. 핵항모 칼 빈슨 역시 99년 미사일 위기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입항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스텔스 전폭기와 칼 빈슨을 한국에 투입하기 직전에 B-52와 B-1 장거리 폭격기 24대를 북한과 불과 2천마일 떨어져 있는 괌에 배치하기도 했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취해진 조치들이라는 점에서 94년에 버금가는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례적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침 예행 연습’이라고 비난했었던 북한은 비난의 수위를 높여 미국은 물론 남한 측에도 강력하게 항의했고, 남한은 매년 실시되는 방어 목적을 훈련이라며 북한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작전 못지 않게 올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주목되는 이유는 예정대로 훈련이 실시될 경우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미국이 작년부터 배치한 최첨단 무기체계와 새롭게 고안되고 있는 작전계획과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함께 3-4년간 약 110억 달러 수준의 전력증강 계획을 발표했던 미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 무인정찰기 ‘섀도우 200’, 아파치-64D 롱보우 헬기 등 최첨단 무기를 남한에 배치해오고 있다.

또한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제공격을 가능하다”는 이른바 부시 독트린을 안보전략의 근간으로 삼은 미국은, 한반도에서도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계획을 개발해왔다. 미국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은 5027을 개정해 선제공격 독트린을 포함시킨 것을 비롯해, 북한의 군사력 소진과 내부 동요를 유도하기 위한 5030, 유사시 수도권 방어 계획은 5026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예방조치에 나서야

이번 2차 회담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노무현 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악재’가 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마련한 남한의 주도적 역할이 북미간의 긴장고조로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노무현 정부는 매년 3월 하순에 열리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미간의 긴장 고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 및 향후 군사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군사문제에 있어서 미국에 종속된 위치로 인해 북한에 대한 발언권이 약했던 남한이,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한다면, 북한과의 군사회담을 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노무현 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것과 함께 지난 2월 초 북한과의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한 장성급 회담을 열어 군사 문제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 의회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낼 필요가 있다. 미국 의회의 법안에 뭐라 말하는 것이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겠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한반도 안팎의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는 점을 들어 미 의회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PSI에 대한 대응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위조지페, 마약 등의 수출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에 나설 경우 한반도에서의 우발적인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진다. 더구나 PSI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매년 꽃게잡이철을 맞이하여 북방한계선(NLL)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와 중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말할 나위 없이 위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어렵사리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된 6자회담 구도가 6자회담 ‘밖’의 문제들로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노무현 정부는 적극적인 예방 외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욱식/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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