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변형과 협력적 자주국방의 몸통은 '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변형과 협력적 자주국방의 몸통은 '동맹의 현대화'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6.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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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변형과 협력적 자주국방의 몸통은 '동맹의 현대화'


"양 정상은 기술력을 활용하여 양국 군을 변혁시키고 새로이 대두하고 있는 위협에 대한 대처 능력을 제고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2003년 5월 14일 공동성명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동맹 재조정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한미동맹과 노무현 정부가 주창한 '협력적 자주국방'이 마치 대립되는 개념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한미동맹의 약화'로 받아들이고 있는 보수파들은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 하고 있는 반면에,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통해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자주성이 증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협력적 자주국방은 한미동맹의 약화를 전제로 한 것도 아니고, 동맹의 약화는 물론이고 자주성의 증진을 가져올 가능성도 낮다. 근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노선은 새로운 형태의 '한미동맹의 강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인용한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나친 '친미·반북' 발언에 가려져 그 내용이 잘 전해지지 않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있었다.

이 공동성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계속 증대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유의하였다"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동맹 현대화'의 두 축, 주한미군 변형과 협력적 자주국방

그렇다면 협력적 자주국방은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협력적 자주국방은 독립된 개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동맹의 현대화'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동맹의 현대화'는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 노선'과 미국의 '주한미군의 변형'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비전을 보면,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국은 대북억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미군은 한국방위의 보조역할을 하면서 지역 안정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역할 분담을 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한미동맹을 지역동맹 수준으로 강화시켜 나가되, 대북 억제력에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대중국 봉쇄 전략에서는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각각 해나가는 것이 한미동맹 현대화의 요체이다.

한미간에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을 통해 지금까지 미군이 맡아온 10개 특정임무 가운데 9개를 한국군에게 조기에 이양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책임,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저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 지뢰살포 작전 등이 포함된다. 또한 주한 미 2사단이 주로 맡아온 대포병 작전 계획도 한국군에게 조기에 이양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중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한국군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에,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여전히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JSA 경비임무를 이양 받으면서도 유엔군 사령부의 지휘체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나, 자주국방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2005년 이후에나 '논의'하기로 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5년 이후에 논의한다는 것은 '환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환수 여부를 그 때 논의해본다는 수준이다. 이러한 일정에 따르면 설사 정부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추진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임기 안에는 불가능하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자주국방과 주한미군의 변형을 아우르는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뇌'는 여전히 미국이 차지하되,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통해 한국군의 '팔·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한국군의 군사력과 역할이 강화된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의 대미 종속성의 탈피나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전략의 약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총군사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이 한미동맹 현대화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의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총군사력을 '100'이라고 하고 한국과 미국이 각각 50씩을 맡았다고 가정하면, 앞으로는 총군사력을 '200'으로 높이고 한국과 미국이 각각 100씩을 맡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역할이 '절대치'는 높아지지만 '상대치'에는 거의 변화가 없게 된다. 주한미군이 3-4년에 걸쳐 약 110억달러를 투자해 대대적인 전력증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노무현 정부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자주적인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이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 노선에 불쾌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부추겨왔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외교안보 수뇌부가 틈만 나면, 한국군의 역할 확대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이와 같은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우선 미국은 대북 억제력에서 한국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넘기고 주한미군을 '붙박이 형'에서 '신속기동군' 체제로 바꿈으로써 대북 억제력에 약화를 동반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대북한 선제공격 능력은 크게 강화할 수 있는 반면에, 유사시 미국이 입을 수 있는 인적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크게 늘일 수 있게 돼, 짭짤한 수익도 올릴 수 있게 된다. 연합방위체제에서의 상호운용성과 현재 논의 중인 한국군의 전력증강사업, 그리고 F-X 사업에서도 맹위를 떨친 바 있는 한미관계의 '정책적 고려'를 종합해볼 때, 협력적 자주국방에 필요하다는 수십조원대의 추가적인 예산은 상당 부분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미국의 강경파들이 꿈꾸고 있는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체제'의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된다. 한미동맹의 지역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의 중심 축인 '미일동맹'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최근 주일미군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참가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나, 이지스함과 패트리어트에 기반을 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가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및 한국의 국방중기계획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끝으로 미국이 21세기의 전략적 중심 축으로 삼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진 거점'을 강화하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수식을 달고 전개되고 있는 제국주의 전쟁의 '중간 기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전진 거점'은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중간 기지'는 주한미군을 수 일내에 다른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산기지와 2사단이 통폐합될 예정인 '평택·오산'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대폭적인 군비증강과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변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맹의 현대화'는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병력수가 줄어들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다고 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한국의 자주성이 신장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독한 역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면 '전환기를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는 정치적 수사와 겉모습과는 달리 과거와 별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은 왜 주한미군의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최근 주한미군 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일한 사안에 대해 남북한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남측에서는 일부 보수파를 중심으로 '안보공백론'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에, 정작 북한은 미군 감축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예비 수순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주한미군 재배치를 예의주시 해온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북침 전쟁준비 완성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 역시 이에 맞서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춰나갈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반발은 한미동맹 재조정과 맞물려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치밀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자칫 상호간의 불신과 경계심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GPR 구상과 북한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의 내용을 면밀히 보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할 법하다.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GPR를 비롯한 신안보전략을 보면, 북한이 1차적인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방전쟁'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는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테러집단이나 깡패국가에 먼저 행동할 수 있다는 '선제공격론'과 "어느 국가가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킨다"는 '수위(primacy) 전략'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전자는 주로 부시 행정부가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을, 후자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9.11 테러 이후에 채택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2002년 12월 초 부시 대통령이 승인한 '국가안보 대통령 지침 17호'(NSPD-17)와 '본토안보 대통령 지침 4호'(HSPD-4호)를 통해 거듭 확인되었다.

특히 1급 기밀로 분류된 이들 문서의 '부록' 부분에는 이란, 시리아, 리비아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최우선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02년 12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선제공격전략과 수위 전략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 부시 독트린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GPR이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11월 25일 GPR 추진을 천명하면서 "냉전해체이후, 우리나라와 우방 및 동맹국들이 직면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의) 위협은 깡패국가와 글로벌 테러리즘,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된 예상치 못한 위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에 의해 대표적인 깡패국가이자 테러지원국,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으로 규정되어온 북한이 미국의 GPR 구상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 구상이 "한반도 방어는 한국에게 맡기고 미국은 지역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례로 주한미군 등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는 북한 등을 염두에 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과도 직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더글라스 페이스 미 국방부 차관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가 전지구적 전략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예로 PSI를 들었다.

그는 작년 12월 미국의 국제안보전략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의 PSI는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확산을 다루는 전지구적 전략의 예"라며,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적절한 군사력과 (동맹·우방국과의) 관계, 그리고 권한을 가지고 미군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변형이 몰고 올 파장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변형'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근거없이 '안보공백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주한미군의 '변형'을 '감축'이나 '재배치'로 동일시하는 데에서 나오는 오류이다. 이는 지난 3월 31일 레온 라포테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국 상원 증언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포테 사령관은 이 증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형(transformation of USFK)'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재편 방향으로 세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는 장비 현대화와 새로운 작전개념 실행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3년간에 걸쳐 110억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 그리고 미사일방어체제(MD) 등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대북한 선제공격 작전을 포함시킨 것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전력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의한다는 것인데,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을 비롯한 '지역적 역할' 강화가 핵심이다. 끝으로 지속적인 주둔을 위해 기지와 병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인데, 용산기지와 2사단의 후방 배치 및 일부 병력의 감축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주한미군의 변형이 상당 부분 완료되면, 미국은 북한의 보복 능력을 크게 약화시키면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돼, '부시 독트린'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군사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후방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한국 및 일본 배치,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요격체제 배치 등 MD 구축이 이뤄지면,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상당 부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MD 구상은 공격작전을 통해 상대방의 미사일을 대부분 파괴하고 살아남은 미사일을 MD로 요격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 군사적 긴장 고조될 가능성 높아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북한 핵문제로 고조된 바 있는 한반도 위기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수렁에 빠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고,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는 잠복되어 있을 뿐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늦여름-초가을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3차 6자회담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PSI도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강경파가 대북강경책 및 PSI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고의로 북한의 대(對) 리비아 핵물설을 흘렸다는 의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의 한반도 전력 증강 계획도 긴장 고조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해외 차출에 따른 전력공백을 보강한다는 명분으로 스트라이커 부대 및 패트리어트 2개 대대의 한국 배치, 괌 등에 B-1, B-52 폭격기 배치, 그리고 동해에 이지스함 배치 등 대규모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올 것이고, 북미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과 군사적 준비태세의 강화로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이라크 수렁에 빠진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긴장 고조가 자신의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주한미군 변동, '사전' 합의 명문화해야

이처럼 한반도에 불확실성을 몰고 올 변수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관리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렛대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보여주듯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도,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PSI를 막는다는 것도, 그리고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증강시키는 것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6월 3일에 예정된 2차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군사 문제 해결의 기초를 닦고,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PSI가 한반도 인근에서 실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기회에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적 변화를 추진할 때, 이를 사전에 한국 정부와 합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뿐만 아니라 장비와 무기의 반입을 추진할 때도, 한국 정부와 사전에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계속 미국의 배타적인 권한으로 남겨두면,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의 군사환경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욱식/ 2004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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