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사단 이전 비용도 부담하나?
한국, 2사단 이전 비용도 부담하나?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7.28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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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사단 이전 비용도 부담하나?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와 관련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2사단 이전 비용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용산기지는 한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한국이 부담하고, 2사단 이전은 미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환되는 용산기지는 약 80여만평인 반면에 오산공군기지(송탄 소재)와 평택에 새롭게 건설할 예정인 기지 부지는 이에 4배가 넘는 349만평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시킨 다음에 2사단을 합류시키려는 계획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용산기지는 2007년까지, 2사단은 1년 뒤인 2008년까지 '같은' 오산·평택 기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용산기지보다 4배가 큰 기지를 건설해줘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지고, 미국은 확장된 오산·평택 기지에 용산기지와 2사단을 통폐합시킴으로써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거의 없게 된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 관리는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국의 필요에 따라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2사단의 이전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 수석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 역시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마무리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미국측에 제공될 349만평의 용도에 대해 "용산기지 대체부지가 52만평, 미2사단 대체부지가 223만평, 다른 미군부대 이전부지가 74만평"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산·평택에 대폭 확장될 예정인 미군기지는 기본적으로 용산기지보다는 2사단의 이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고, 이를 용산기지 이전으로 '포장'함으로써 한국이 비용 부담하는 것을 눈속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기지이전 비용과 관련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수용비와 대체시설 관련 비용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확장될 예정인 오산·평택 기지에 용산기지의 대체시설뿐만 아니라, 2사단 잔여 병력 수용을 위한 대체시설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비용으로 추산하고 있는 30-40억 달러 이외에 발생하는 기지이전 비용 역시 '편법'을 통해 우리가 부담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말에 예정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측의 비용 부담을 늘림으로써, 기지이전시 발생하는 미국측의 부담분을 보존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례"를 운운하면서

정부는 그동안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부당성'에 대해, "기지이전을 먼저 요구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다"라고 강조하면서,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이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해왔다.

그런데 위에서 제기한 문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적 관례"까지 깨면서 미국이 요구한 기지이전까지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합의한 용산기지 이전협상에서 미국에게 새롭게 제공하기로 한 349만평 가운데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52만평이고 나머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전하는 2사단 등 다른 부대의 수용을 위한 대체부지이다.

정부가 "국제적 관례"를 존중했다면, 52만평에 건설될 용산기지 대체시설 이외의 시설비는 미국이 비용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관례"에 따라 협상을 전개했다면, 기지이전과 관련해 우리의 부담은 현재의 3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한국의 협상팀

기지이전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협상팀이 얼마나 '저자세'로 일관했는지는 협상을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군부대 이전문제는 한국측의 요구외에도 미국측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GPR)개념이 충첩되어 있는 것인데, 어느 측면이 더 중요하게 고려됐다고 보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미 양국의 협상단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 “두 문제는 중첩되어 있는게 사실이지만 일단 한국이 서울 중심부에 있는 용산기지 이전을 요청해 시작된 측면이 강하다.”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 : “용산기지 이전문제는 미국에서 GPR가 시작되기 전인 90년 우리가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GPR와 관계가 없다. 또한 기지이전에 관련된 전제조건도 90년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마치 롤리스 부차관보와 김숙 국장의 '국적'이 뒤바뀐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용산기지 이전에 GPR이 반영되어 있다고 했는데, 정작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과 GPR은 무관하다며 기지이전 비용을 한국이 모두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이 GPR을 발표하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통보한 것은 한국이 기지이전과 관련한 협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이 자신의 필요, 즉 세계 전략의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를 재배치하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비용과 규모, 그리고 기지의 성격과 역할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제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의 혹'을 떼기는 고사하고 2사단 이전비용이라는 '새로운 혹'까지 붙이고 말았다. 그리고 "최초로 협상다운 협상을 했다"며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국회, 부실하고 위험한 협상 중단시켜야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폭적으로 확장될 오산·평택기지의 '용도'를 명확히 검증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주한미군 재배치의 내용과 성격을 볼 때, 미국은 한국 방어 작전의 부담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용도란 첫째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둘째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보여주듯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주한미군도 신속하게 차출할 수 있도록 하며, 셋째 한국을 대중국 봉쇄와 포위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이 실행되면 한국은 전혀 다른 차원의 안보 위협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나 인권 문제를 해결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미간의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 보여주듯, 한미동맹이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에도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비용 차원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한미동맹의 변화가 새로운 위협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 재조정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의 부실한 협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주체는 국민과 국회이다. 최근 한미동맹의 내용을 보면, 미국의 필요에 따라 변화되고 있는데 정작 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과, 새로운 차원의 안보 위협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9월초에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과 이행합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비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최근 국회의원 63명은 용산기지 감사 청구안을 제출해 기지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용산기지 비용 부담이라는 '나무'만 보다가 정작 한미동맹 전반의 변화라는 '숲'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실함을 국회가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욱식/ 2004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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