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으로 몸살 앓는 한반도, 남북대화로 풀어야
핵으로 몸살 앓는 한반도, 남북대화로 풀어야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9.16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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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체가 '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남한의 핵실험 의혹까지 겹치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극도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4차 6자회담의 성사 여부조차도 불확실해지면서 사실상 미국 대선 이후를 기약해야될 상황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남핵' 문제는 우라늄 농축 실험 파문이후 플루토늄 추출실험과 금속우라늄 양산, 그리고 3개의 미신고 시설 문제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사찰과 함께 자칫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는 사태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에 더해 국제사회에 남한의 핵개발 의혹까지 해소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반대로 하루 속히 남핵 의혹을 해소하면서 이 문제가 북핵 문제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비핵 외교 역량을 강화해 강대국 중심의 핵비확산체제의 불평등성을 극복하는데 우리의 역할을 찾고, 동북아 비핵지대와 같은 보다 거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통일코리아든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핵주권과 비확산체제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동북아 비핵지대와 궁극적으로는 모든 핵무기의 폐기라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데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핵우산과 북핵 문제에 우리의 상상력까지 구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남한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IAEA 사무총장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때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고, IAEA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사전에 신고했어야 할 핵실험과 시설을 뒤늦게 신고했으며, 여러 차례의 말 바꾸기로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상식적으로 볼 때 정부연구소에 소속된 과학자들의 핵실험을 '과학적 호기심' 정도로 치부하면서 정부는 몰랐다고 해명하는 것 역시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의혹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한 과도한 불만을 표하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 핵투명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숙제는 남핵 문제로 인해 북핵 문제가 더 꼬이는 것을 막는데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북한은 남한의 핵물질 실험을 미국을 압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왜 있지도 않는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으면서 실험까지 한 남한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있냐'는 논리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언론에 민감한 정보를 계속 흘리면서 남한을 궁지에 몰고 있다. 우라늄 농축 실험 문제가 불거졌을 때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는 공식 반응을 보였던 미국은 최근 들어 22년 전에 있었던 플루토늄 추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남한의 핵실험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쯤되면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민족인 북한은 남핵 문제를 '대미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고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은 '이중게임'으로 남한을 길들이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우리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자칫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남한이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포섭될 수도 있는 대단히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핵문제의 대화 틀은 대단히 기형적이다. 남한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6자회담 전략을 짜고 있는데, 유독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남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충족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통큰 결단'을 요구해야 한다.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핵카드를 계속 부여잡고 있는 것보다 낡은 카드를 과감히 버리고 남한과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북한을 만나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운명이 '타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본 글은 내일신문 9월 16일자에 기고한 것입니다.>

정욱식/ 2004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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