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전 패배론 확산, 케리에 도움줄까?
미 이라크전 패배론 확산, 케리에 도움줄까?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9.24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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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유혈사태가 날로 악화되면서 한달 여 앞둔 미국 대선에서 이라크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안보전문가인 조셉 시린시온 카네기 연구소 연구원은 주요 전쟁 지표를 볼 때 미국은 이라크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1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미국의 점령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 대한 반감은 날로 커지고 있어 "이제는 철군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9월 들어 하루 평균 3명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가장 높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미국인 민간인 참수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또 팔루자, 사마라, 라마디 등 수니파의 거점 도시는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넘어간 상태고, 모술, 키르쿠크 등 이라크 북부 도시들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격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또 후세인 정권 하에서 억압을 받아온 이라크 남부 시아파 거주 도시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도 날로 약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故) 김선일씨 참수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최근 바그다드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테러조직은 바그다드에서 두 명의 미국인을 납치해 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 내 유혈사태는 날로 악화되고 주요 도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이 약해지면서 2005년 1월로 예정된 총선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바그다드 주재 미국 외교관은 "우리는 이라크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총선 실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재건 사업 진행율 4%

미국을 더욱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인들에게 약속한 재건 사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규모 재건 사업으로 이라크 민심을 수습하고 이라크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 재건사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예정하고 있는 재건 사업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말까지 부시 행정부가 계획한 100개 사업 가운데 단지 4개만 시작하기로 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이라크인들의 미국에 대한 실망과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통제력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은 나날이 늘어나면서 '철군'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워 석유를 장악하고 중동을 친미-친이스라엘 질서로 재편하겠다던 미국이 이제는 언제, 어떻게 이라크에서 발을 뺄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케리의 막판 반격은 통할 것인가?

부시의 이라크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진단이 힘을 얻으면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부시와의 지지율 격차가 10%대까지 벌어지면서 '부시의 대세론'이 힘을 얻는 듯 했지만, 9월 들어 미군 사망자수가 1천명을 돌파하고 유혈사태가 날로 악화되자 이라크 문제가 막판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케리는 20일 뉴욕대에서 가진 유세에서 "지금 알고 있는 것(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것)을 예전에 알았다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전복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잘못된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지지율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라크 해법으로 ▲동맹국 역할 강화 ▲이라크 보안군 훈련 ▲이라크 재건계획 조기 집행 ▲정해진 총선 실시 및 유엔의 총선 관리 등을 제시했다. 동맹국과 유엔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지만 비판자들에게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케리의 공세에 대해 부시는 "그래서 당신은 '플립플랍'(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야"라고 조롱하면서 케리가 제안한 4가지 해법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빼기에 나서고 있다.

케리와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케리는 집권시 4년 이내에 이라크 철군을 단행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반면에 부시는 명확한 철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서두에 소개한 시린시온은 오늘날 미국의 딜레마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라크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것부터 미국은 엄청난 실수를 해왔고 이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구원할 좋은 방법은 없는 듯 하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지금 당장) 발을 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라크에 계속 머물면서 죽을 수도 없다. 이제 미국 관리들은 주의 깊고 안전한 철군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

정욱식/ 2004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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