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의 당선만으로는 부족해... 공화당 의회 계속 장악할 듯
케리의 당선만으로는 부족해... 공화당 의회 계속 장악할 듯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10.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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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몰고 올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 이전에 4차 6자회담이 열리기는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미국 대선 이후를 기약하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논란 끝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올스톱'이라는 쓰디쓴 맛을 본 우리의 입장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설욕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케리의 당선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날 미국 의회 선거도 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 안팎의 관심이 대선에 쏠린 탓인지, 향후 한반도의 정세에 있어서 대선 못지 않게 중요한 미국 의회 선거가 간과되고 있다. 11월 2일 대선과 동시에 실시될 미국 의회 선거에서는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34명을, 하원 의원은 435명 전원을 새로 뽑게 된다. 현재 의석 비율은 상원의 경우 공화 51, 민주 48, 무소속 1명이고, 하원은 공화 229석, 민주 204석, 무소속 1석, 공석 1석 등이다.

한반도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는 케리가 이기고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선의 조합은 가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반면 부시가 재선하고 공화당이 의회도 장악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이지만 가능성이 꽤 높다. 만약 이와 같은 최악의 조합이 나온다면, 한반도의 위기 지수는 확실히 높아질 것이다.

케리가 이기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실제로 지난 10여년 간의 북미관계를 되돌아보면 미국 의회 내의 권력관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4년 10월 21일 북미간에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직후 미국에서는 상하원 선거가 있었다. 당시 선거에서 공화당은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면서 상하원을 석권했다. 그리고 공화당은 이후 10년 동안 한번도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주지 않았다.  

제네바 합의를 "미국 외교의 수치"라며 정치공세를 폈던 공화당은 의회 권력을 앞세워 클린턴 행정부의 약속 이행을 사사건건 가로막았다. 제네바 합의에 명시된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정상화"가 이행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중유조차도 제 때 북한으로 제공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의 개선이 주한미군 주둔 입지의 약화와 탈냉전 시대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미사일방어체제(MD)의 명분 상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대북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온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미국 내 정당간의 갈등은 급기야 북핵 문제를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대선 못지 않게 의회의 선거 결과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케리가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의회는 여전히 공화당의 수중에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케리가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다. 우선 케리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집권시 이라크 문제와 함께 최우선적인 사안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팀의 인선을 마치고 대북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를 거쳐 2005년 봄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혹은 6자회담과 별도로 북한과 접촉할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화당이 '딴지걸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점에 있다. 특히 공화당이 계속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경우 그 위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케리 행정부가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 "악행을 보상하려 한다", "북한의 협박외교에 굴복하는 것이다"며 강한 정치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또한 북핵 해결 방식에 있어서도 부시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해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CVID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 가운데 하나는 부시 행정부는 "있고 북한이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없고 미국이 날조했다"는 HEU 문제에 대해 케리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있다. 일단 케리는 북한의 HEU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시보다는 유연하게 HEU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케리가 HEU 문제를 우회하거나 유보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공화당은 "제네바 합의에 이어 또 다시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간다"며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이에 따라 케리가 당선되면 정권인수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북한의 HEU 보유 증거를 케리에게 얼마만큼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냐는 미국 대선 이후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CVID와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 등 다른 사안을 거론하면서 북미 협상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케리 역시 북한 인권문제를 협상 의제로 삼겠다고 밝혀왔지만, 이는 북한과의 적대 관계 청산 및 관계 정상화의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공화당의 대북정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케리가 당선되더라도 얼마전 상하원 통과에 이어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인권법안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암초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향후 북미관계가 대단히 복잡하게 돌아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 이행과정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클린턴 행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았던 것을 목도한 바 있는 북한으로서는 향후 케리와 협상할 때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케리는 대북협상에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의회와 의회의 담보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서 '이중의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핵문제의 해결 과정을 포함한 북미관계 개선에 있어서 미국 의회는 여러 가지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북미협상이 잘 진행되더라도 미국의 대북지원과 경제제재 해제,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과 국교수립이 이뤄져야 북미대결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은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케리가 당선되면 북미협상 못지 않게 행정부와 의회와의 관계 역시 한반도 정세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의 대응은?

아마도 11월 2일(미국 시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사람들 가운데 첫 손가락으로 뽑히는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일 것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든 관계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볼 때 미국 대선에서 케리가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케리가 당선될 경우 기존의 협상안을 가다듬으면서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케리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협상안 사이에는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가 재선할 경우 북한의 향후 대응을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지난 4년 동안 협상의 성과는 거의 없는 반면에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공언해온 것처럼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대미관계는 물론이고 대남, 대일, 대중, 대러 관계의 전반적인 악화를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의 고립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시의 재선 이후 본격화될 수 있는 대북강경책에 대비하지도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핵문제를 빌미로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고, 6자회담 역시 이를 위한 '시간끌기'와 '대북 압박구도' 형성에 미국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다름대로의 '자위책'을 강구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시켜나가기 어렵고 기약없이 6자회담에 계속 참가하는 것도 위험부담이 큰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포기를 계속 촉구하면서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을 통해 안전판을 확보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6자회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2기 부시 행정부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조건을 달긴 했지만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특사 파견 준비해야

이와 같이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 및 돌파구 마련은 향후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케리가 될 경우 한반도 정세가 가파르게 악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공조에도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부시가 재선할 경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한미공조에 계속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한미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 등 다른 해법을 강구해날 것인지 중대한 분수령을 만날 공산이 크다.

누가 되든지 노 정부는 미국 대선 직후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무리수를 두지 않도록 설득하고 경색 국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또한 6자회담의 재개와 성과 도출을 위해 남북정상회담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미 특사 파견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가 될 경우에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의 해결 방식과 과정에 있어서 한국 국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핵 불용'이라는 한미 양국의 목표에는 이론이 없지만, 해결 방식은 철저하게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욱식/ 2004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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