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
공무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
  • 노용래
  • 승인 2004.11.02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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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전교조가 합법화 되었습니다.
그 이후 학교는 많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더 이상 학교장의 독선적 학교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부정과 비리의 여지가 있는 학교사업이 교사,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교조와 전교조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광명지역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이런 시대적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교장의 횡포에 가까운 권위와 독선에 눌려 뜻있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공무원 노조를 적극 지지합니다. 
학교현장과 공직사회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장을 최고의 정점으로 통제와 감시의 일상화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학교교육의 목적에 맞지 않을뿐더러, 학교자치가 학교장 자치의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 권위적인 학교 운영의 사례가 빈번하고 학부모와 교사들의 참여를 형식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장의 거수기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로부터 학교가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사회문제화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직사회는 어떻습니까?

상명하복,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조직문화는 공직사회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지자체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뽑는다지만 이로부터 공직사회가 바뀌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단체장의 독선적 운영과 부정부패가 정도를 지나쳐 지방자치무용론이 대두될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합니다. 이로부터 지자체 선거가 국민들의 외면 속에 진행되는 파행 속에 능력도 자질도 없는 자들이 선출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를 반대하는 정부와 수구언론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노조를 결성해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며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사람들이 국민편의나 서비스는 뒷전인 채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권익을 앞세우기만 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전교조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미 전교조는 학교의 민주적 운영과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학교개혁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맞서 자구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작년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다룬 NEIS 문제나 얼마 전 고교등급제를 비롯한 잘못된 입시제도의 개혁을 위해서 투쟁한 사례가 말해주 듯, 공무원 노조 역시 부당한 상급자의 명령과 잘못된 정책에 맞서 국민을 위한 노력과 투쟁을 통해 우리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의 노력을 통해 촌지가 없어진 것처럼 공무원 노조가 생길 경우 공무원에게 건네지는 뇌물과 부당한 압력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전교조의 노력으로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졌다면 공무원 노조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독선적 운영은 사라질 것이며 시민들의 애로사항과 요구가 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지방자치가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사실 공무원 노조의 반대논리는 그간 정부와 수구언론의 노조에 대한 편향적 이념공세와 경제위기의 어려움을 일반 노조의 파업에서 찾으려 했던 부정적 인식에 기초합니다. 노조하면 투쟁, 투쟁하면 파업, 그리고 어려워지는 경제현실과 연관되어지는 TV화면이 겹치면서 많은 국민들은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기업과는 달리 신분과 정년이 일부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서 그러한 이유로 노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특별법은 사실상 공무원 노조의 백기투항을 요구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5급 이상과 인사 등 관리운영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가입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인사, 정책을 교섭대상에서 제외하고 법령, 예산, 조례에 관한 것은 노사가 합의해도 법적효력을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파업, 태업, 기타 공무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 것도 모자라 이를 어길 경우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압력과 국민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해도 손발을 다 묶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처벌규정까지 넣은 것은 정부의 독선과 고집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고 개혁의 주체로서 이들을 수용할 때 지금의 정부가 안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 결성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정부의 탄압이 더 큰 저항을 갖고 오기 전에 특별법을 철회하고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 제정에 정부가 적극 나서길 기대합니다. 


2004. 11. 3 /  노용래(전교조 광명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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