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시/ 친구 외
9호> 시/ 친구 외
  • 장지니 외
  • 승인 2004.12.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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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조그마한 우리들
우리에겐 컸던 놀이터
그 안에서 흙장난하던, 소꿉놀이하던
너와나
행복했지, 즐거웠지, 웃음 났었지
커버린 나
작아진 놀이터
지금은 들어갈 수도 없는 그 공간
나 혼자 바라본다
슬픔이 눈에 스민다
하지만, 나는 알지
내가 눈에 맺힌 이슬을 닦고
이렇게 기다릴 수 있는 건
우린
같은 하늘 아래에 있기에
그리운 친구야,
오늘도 웃음이 났지, 행복했어, 즐거웠어
네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
 
장지니(2학년)

 

꽃으로


너는 아무도 가지 않는
거친 길가에 핀 자그마한 꽃이다
피어 있다 해도 누구 볼 이도,
봐 주길 바랄 까닭도 없는
황량한 들판에 얼굴 내밀고 살아있는
작은 들꽃이다

꽃으로, 들꽃으로 한 세상 태어나
저만의 꿈을 이루고 제 때에 저버리는
너의 자태는 아름답다
 
인생의 멀고 아득한 인생길을 가는 내게
너는 희미한 작은 미소로
한들한들 손짓한다

너는 너만의 길을 아름답게 가라고

조계행(3학년)

 

바다 한가운데 서서


오늘 난 이 바다 한가운데 섰다
영원히 머물리라 생각했다
파도가 날 때리고
바람이 거세게 날 때리고 흔들고 지나곤 했었지
바다 한 가운데 바르게 서야겠다던
내 작은 몸부림, 울부짖음을
어느새 모래사장 잔물결 소리로 잠기었다
그러나 이제 난 웃는다
검푸른 바다에 겸손히 잠긴다
바다 한 가운데 날 맡긴다
저 높은 구름 사이론 햇살이 비친다
오늘도 난 바다 한가운데 서 있다

한의선(3학년)

 

손·당신의 손


그대는 항상 내 자랑입니다
당신은 내얼굴을 어루만지고
내 머리카락을 쓸어냅니다
당신의 그 손길 느낄 때마다
하늘 가득 생명이 넘치듯
내 맘엔 부끄럼이 찹니다

당신의 손은 딱딱하게
굳은 살 박힌 까만 손입니다
살무늬도 닳았구요, 몹시 퉁거웠습니다
당신의 손은 유난히 못생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생명을 만들어냅니다
그 생명으로 내가 풍요로워집니다
부엌이나 집안에서
논과 밭에서 일하는
흙 묻고 물 묻은 그 손은
나의 마음과 몸을 얼마나
살찌우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손, 아픔입니까?
저도 아픔이 되겠습니다
기도로 한 밤을 지새웁니다
다시 힘차게 삶을 이 손에
꽉 부여잡을 수 있게
햇살이 이 손에 투영될 수 있게, 밝게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내 작은 손을
그의 손에 포개고 싶습니다
당신의 손길을 느끼며
함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손, 생산과 창조의 손길
그 손을 닮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당신의 손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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