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정진모임
9호> 정진모임
  • 한상희
  • 승인 2004.1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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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양으로 옮겨온 지 만 3년이 됩니다. 망망대해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한 채 홀로 고단한 항해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때에, 하나님께서 엄청난 인연을 준비해 두고 저를 부르셨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것만 같은 뗏목을 거기에 버려두고 ‘나를 따르라‘고 또 다시 부르십니다.
  “예수살기!”
  함께 공부할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듣고 물어물어 안골을 찾아갔습니다. 처음 들어섰을 때 선생님께서 건물 바로 앞 둔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지요. 그 땐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 거북해서 외면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선생님께서 기도하실 때 “선생님!”하고 주님을 부르셨습니다. 그 한마디 부름에 저는 기쁨과 설움이 뒤범벅이 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게 스승이라는 존재는 따뜻하고 편안한 의지처인데, 참 스승을 만났건만 단 한번도 스승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늘 방황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통해 예수께서 제게 스승임을 드러내 주셨고, 그 길잡이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으며, 월례모임에 계속 나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성경을 묵상할 때마다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들이게 되고 그릇된 관념들이 부서져버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동지들과 생활나눔을 할 때면 늘 강조하셨지요. 판단하지 말고 정성껏 들으라고. 월례모임 통해 그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입니다. 처음엔 교회 일과 모임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겨나고, 그러면 교회 일을 먼저하곤 하다가 2년 정도 지나면서는 열일 제쳐놓고 선생님과 동지들을 만나러 달려가던 저를 돌아봅니다. 월례모임이 없었다면 저에게는 정진모임도 없었을겁니다.
  정진모임에서 저는 사람이 거듭 태어나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절을 올리고, 이마를 바닥에 대면서 저를 위해 스스로 겹겹이 둘러쌓았던 껍질같은 것이 흐물흐물 벗겨져 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사모님은 더 이상 여러 길잡이 가운데 한 분이 아니라, 단 한 분 스승과 어버이가 되셨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동지들을 향한 애정도 깊어져, 형제와 자매로 여깁니다.
  어쩌다 개울 건너게 해 준 고마운 돌맹이가 그저 돌맹이로 보이지 않아, 그걸 간직하려고 들 때마다. 선생님은 항상 ‘그건 돌맹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일깨워 주십니다. ‘모임은 없다, 이름만 있을 뿐이다’ 라고.
  “이번 정진모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해 봅시다” 하신 그 말씀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아, 마지막으로 임했고, 결국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실체도 없는 그 모임이 이젠 이름마저도 갖지 않게 되는 거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익숙한 물건을 늘 붙들고 일어서는 갓난아이에게 이제 혼자 서 보라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넘어지면 붙드시려고 두 손을 저를 향해 내밀고, 비틀거리며 넘어질라치면 당장에 안아주실 선생님이시기에 큰 숨 한번 들이쉬며, 그 뜻을 받들고 싶습니다.
  선생님과 동지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온양 사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삼았더랬습니다. 이제,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로 이 나라에 살게 하심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선생님의 모습, 동지들과의 만남속에서 살아계신 우리의 주님을 바라봅니다.

한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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