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9호>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서석현
  • 승인 2004.12.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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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우리집(무상 임대해서 살고 있고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집)이 참 좋다. 우리 집은 보일러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불을 지펴야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집이다. 보일러 시설을 할 경제적 여유도 없거니와 구태여 할 마음도 없다. 그 이유는 불을 지필 때마다 내게 철학적 사고를 갖게 해주고 불타고 남은 한 줌의 재는 늘 화두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을 지필 때면 난 부처가 되기도 하고 예수가 되기도 하고 길거리에 거지가 되기도 한다.
  불을 붙이기 위해서 장작과 잔가지를 올려놓고, 밑바닥에 종이조각을 넣어 불을 붙여 잔가지에 불이 붙을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 내게는 길고도 긴 영겁에 시간이 되곤 한다.
  나는 무엇을 찾고자 여기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다가 내가 왜 불을 지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가 어쩌자고 따뜻하고 간편한 삶을 생각하게 되었는가, 지금도 이 땅에는 마음이 병들고 사랑 없는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무엇인가. 육체의 따뜻함이 그리도 중한가, 가슴에 사랑이 부족한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난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랑을 줄 수 있는가, 처음부터 끝가지 학생들에게 서운한 마음 조금도 갖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여기에 있는 동안 내 자식들은 잘 있을까, 학문적인 삶을 택했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주 먼 후진국으로 가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펼치기 위해서 선교사가 되겠다는 아들, 점차 시력을 잃어 가는 딸, 포기했던 사법고시에 대한 열망, 어떤 이들의 하루 용돈도 되지 않는 보수, 나는 정말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온갖 상념과 갈등이 종이 조각에 타들어 가는 그 찰나에 수천 번도 넘게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곤 한다. 그러다가 장작에 불이 붙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나를 내려다보곤 한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정해 주신 길일 것이다. 나의 빈 껍질을 왜 아직도 벗어 던지지 못하는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함을 왜 어렵게만 생각하는가 하고 날 질책하곤 한다.
  불꽃을 피우기 위해 아주 밑바닥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종이 조각처럼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가슴에 사랑이 부족하고 따뜻한 사람의 정이 그리운 우리 푸른꿈 아이들에게 언제나 가슴을 열어 놓고 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진실로 부끄러움 없는 교사가 되고 싶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지금의 삶을 먼 훗날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을 티끌만큼이라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게 나에게 주어진 진정한 행복이리라 믿는다.

“여호와여 속히 응답하소서 내 영혼이 심히 피곤하니이다. 여호아여 주의 이름으로 인하여 나를 살리시고 주의 의로 내 영혼을 환난에서 끌어 내소서”(시편143).

서석현(푸른꿈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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