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에 고구려 테마파크는 어때요.
아차산에 고구려 테마파크는 어때요.
  • 홍진기기자
  • 승인 2005.02.0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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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가 아차산의 1만평 부지에 고구려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아차산 일대에 고구려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이미 지난해에 발표됐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차산 유적을 통해서 본 서울의 고구려 문화활용에 관한 연구 책자 표지.     © 홍진기

특히, 이 연구논문에서는 아차산 생태공원을 고구려 영토 모양으로 조성하고, 광개토대왕비와 고구려 시대 성곽을 실제크기로 복원하는 한편, 장군총 모양을 본뜬 박물관을 건립하고 등산로를 따라 다양한 주제의 고구려관련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있으며,

기존의 녹지를 훼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개발이 이루어진 부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녹지훼손이 예상되는 광진구의 고구려박물관 건립안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처하는 서울시의 대응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연구.
이 연구논문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마케팅연구센터 도시경영연구부 이종규 연구원(서울마케팅연구센터센터장)과 김광선, 노영선 연구원이 연구한 「아차산 유적을 통해서 본 서울의 고구려 문화 활용에 관한 연구」로 지난해 4월 발표되었다.

본문은 전체 5장 142페이지로 1장 연구의 개요, 2장 한민족 고대사로서의 고구려사, 3장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대응, 4장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한·중간 전쟁, 5장 서울시의 고구려 유적과 문화 활용을 위한 정책방안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연구는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서울시의 대응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우리의 대응실태, 그리고 서울시의 고구려 유적 및 문화활용 방안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고구려사의 개관, 한민족사에서의 고구려의 의의,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실태와 왜곡의 주요내용, 그리고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우리사회와 정부의 대응을 다루고 있으며, 두 번째 주제에서는 남한지역과 서울의 고구려 유적·유물 분포현황, 고구려 유적과 문화를 지역활성화에 활용한 사례, 그리고 서울의 고구려 유적과 문화 활용방안을 분석한 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광진구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아차산의 고구려유적 활용방안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5장 '서울의 고구려유적과 문화 활용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55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주 내용은 아차산 일대가 남한에서 고구려 유적이 가장 풍부하게 분포(현재 남한에는 총 44곳의 고구려 유적이 있으며, 이중 아차산 일대에 16곳이 분포되어 있다.)되어 있고, 삼국시대 각 국의 유적과 문화가 모두 확인되는 곳으로,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해 고구려 문화활용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점차 관광이 보고 즐기는 유흥형에서 교육과 역사, 문화적 체험이 중심이 되는 체험형 관광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아차산 유적을 잘 활용한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역사 관광코스'로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한다.

구체적인 활용방안으로는 먼저 고구려 유적의 발굴과 복원을 들 수 있는데 대부분이 등산로에 인접한 아차산 보루성이 더 이상의 훼손되는 것을 막고 역사탐방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발굴과 복원 이외에도 고구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이를 통한 고구려 문화의 복원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그 대상으로 약 90기에 달하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되었던 아차산 홍련봉 1보루 발굴모습     © 홍진기

아차산 일대에 고구려 테마파크, 민속촌 조성, 문화·역사 관광루트로 개발.
구체적인 활용방안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바로 '고구려 테마파크 조성'이다.

'고구려 테마파크'는 서울시에서 발굴된 유물만 가지고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세울 경우 박물관 자체 운영도 어렵지만 새로운 유물을 계속 구입하기 힘들어 고구려 문화를 특성화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서울시가 고구려와 역사적인 관련성은 있으나 고구려문화의 중심지가 아니기에 실제 유물전시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활용한 다양한 테마파크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차산 일대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부지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7천 평에 달하는 아차산생태공원을 중심으로 등산로를 따라 배드민턴 장 등 이미 개발된 토지를 활용해 주제별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무리한 토지개발을 지양하고 아차산의 자연환경 파괴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고구려 테마파크가 이루어 질 수 있어 현실적인 안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고구려 테마파크 조성방안은 다음과 같다.

▲아차산 생태공원 주요 현황. A지역이 생태공원, B지역은 소규모 박물관 예정부지인 테니스 장, C부분은 만남의 광장     © 홍진기

먼저 아차산 생태공원 (A)부분의 공간은 한반도와 만주를 포함한 고구려 전성기때의 영토모양으로 조성하고 그 위에 주요 고구려 유적을 축소된 모형으로 제작하여 간단한 안내문과 함께 배치한다.

(B)부분은 현재 테니스 코트로 이용중인 곳으로 이곳에는 고구려 박물관을 건립하여 유물전시관과 디지털 영상관을 설치한다. 외관은 동양의 피라미드라 일컬어지는 장군총(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있으며 장수왕릉으로 알려져 있다.) 형태로 건축해 고구려문화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C)부분은 고구려 테마파크의 게이트 역할을 하는 곳으로 만남의 광장을 조성하고 실물크기의 광개토대왕비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D)부분은 고구려의 성 쌓는 법에 따라 축조한 고구려 성을 복원하고, 성벽의 상단을 탐방로로 조성해 (A)(B)(C)부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현 아차산 생태공원 부지에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 관광객들은 아차산 등산로를 따라 시대별로 펼쳐지는 고구려의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부지는 현재 관리사무소 주변의 토지, 배드민턴장 등 근린체육시설부지, 휴게소 부지, 기타 등산로를 따라 소규모로 형성되어 있는 토지 등을 활용한다.

이곳에는 아래쪽부터 고구려의 첫 수도였던 홀본성(졸본성) 지역의 유적과 유물 모형, 그리고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의 유적과 유물, 세 번째 수도였던 평양지역의 유적과 유물의 모형들을 조성하고 소규모 필지에는 고구려 벽화공원과 고분벽화의 내용을 조각물로 재현하는 조각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아차산 생태공원 주변의 토지 이용현황, 화살표 방향으로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 홍진기

구리시와 협력하여 고구려 민속촌 조성.
고구려 테마파크 조성과 더불어 고구려 민속촌 조성도 관심을 모은다.
고구려 테마파크의 시설이나 설치물은 고구려 유적을 축소한 모형이나 실제크기로 복원한 것들로 고구려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체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고구려인들의 의식주 문화와 악기는 고분벽화를 통해 추정이 가능한 만큼 생활문화와 예술문화를 복원해 민속촌을 통해 재현한다면 관광객들에게 좋은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고구려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연수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사용가능 한 토지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서울시로서는 고구려유적을 공유하고 있는 구리시와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차산에 고구려 탐방로를 설치하게 되면 탐방로가 서울시와 구리시를 연결하게 되고, 구리시 내 아차산 등산로와 연결되는 지역에 고구려 민속촌을 조성한다면, 관광객들은 고구려 테마파크를 관람한 후 보루군을 지나는 고구려 역사 탐방로를 따라 이동한 후 구리시 쪽으로 내려와 고구려 민속촌을 관람하면 된다.

고구려 문화축제 및 역사·문화관련 상품 개발.
이 연구논문에서 또 한가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고구려 문화축제 개발 및 역사·문화관련 상품 개발에 관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주의 신라문화제, 부여·공주의 백제문화제, 김해의 가야문화제가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고구려 관련 문화제나 축제는 열리지 않고 있으며, 고구려 문화축제를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 적지라는 것이다.

축제는 고구려의 대표적인 축제로서의 제천행사인 국중대회 동맹(東盟. 고구려에서 매년 10월 국중대회(國中大會)를 열고 가진 제천의식이다. 동명(東明)이라고도 한다. 전부족이 한자리에 모여 국정을 의논하고 시조인 주몽신(朱蒙神), 즉 동명신(東明神)과 생모 하백녀(河伯女)를 제사지낸 제천의식이다. 동맹은 풍년이 들기를 빌고,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늘에 감사하는 농제(農祭)이기도 한데, 여러 귀신, 사직신(社稷神), 영성(靈星)에게도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을 현대적의미로 재현하여 각 지역의 대표자들이 아차산에 모여 국가와 서울의 발전, 시민의 안녕을 하늘에 빌고 지역통합,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장으로 만든다면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논문과 관련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종규 연구위원(서울마케팅연구센터 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광진구의 고구려박물관 건립추진은 이 연구를 진행할 당시는 알지 못했으며 1만평 규모라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은 아차산에서 발굴되는 고구려 관련유물을 전시하고 기념품 판매, 관련 퍼포먼스 등을 진행할 정도의 공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과 테마파크 중 어느 방안이 옳다고 말하긴 힘들며 캐릭터 상품 판매, 고구려축제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한 보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생태공원의 경우 사정을 고려해 전부 다 파헤쳐 다시 만드는 방식은 무리라 생각되며 리모델링 하듯이 하면 될 것이다."고 밝힌 후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며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가 공론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냈다.

「아차산 유적을 통해서본 서울의 고구려 문화 활용에 관한 연구」전문보기

구리시 고구려박물관 추진 난항, 단양군 고구려 민속촌 추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와는 별개로 고구려의 문화유적과 연관이 있는 구리시와 충북 단양군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리시는 지난해 11월 28일 구리시의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상임대표 이이화) 창립식을 개최했으며, 고구려박물관 건립과 아차산 고구려 유적의 발굴과 보전에 힘쓸 것을 주된 사업으로 정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구리시도 고구려박물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2006년까지 아차산 3보루 발굴을 추진하고 2007년까지 고구려 유적지 진입로 및 진입광장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는 등 아차산 고구려 유적에 대한 활용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리시의 고구려박물관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구리시가 10월19일자로 보낸 '국립고구려박물관건립' 건의서에 대한 회신에서 출토 유물의 다양성과 부족, 수도권에 국립박물관 건립은 지방분권화 정책에 배치됨, 역사성부족 등을 들어 고구려 국립박물관 건립에 문제가 있음을 통보한 바 있어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적 264호인 온달산성(단양군은 온달산성이 고구려의 맹장인 온달장군이 전사한 장소라 하지만 광진구에 위치한 아차산성이 온달장군의 전사지라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어 현재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위치한 충북 단양군은 고구려 민속촌을 추진하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해까지 9회에 걸쳐 고구려축제인 온달문화축제를 지역축제로 개최해 왔으며, 영춘면 하리 온달관광지 내 23만여㎡에 고구려 민속촌 건립 계획을 추진중이다.

구리시와 단양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광진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고구려 문화유산의 활용방안이 한 개 지방자치단체의 일이 아닌 전국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구리시의 박물관 추진이 난항을 겪는 과정은 광진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선례로써 입증하고 있다.

▲매년 10월 단양군에서 열리는 온달문화축제 모습    

체계적인 연구와 다양한 가능성 검토 후 계획 세워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고구려 문화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는 현재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을 활용한 박물관이나 아차산 고구려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광진구로서는 참고할 점이 많이 있다.

물론 이 연구논문에서 말하는 활용방안이 실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좀더 심층적인 연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며, 조성한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은 생태공원을 활용한다는 점 등 문제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고구려 문화 활용방안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논문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먼저 시설을 건립하고 후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적인 고구려 문화 활용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것에 적합한 시설이나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고구려 문화유산의 복원이나 활용도 중요하지만 아차산의 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훼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개발이 이루어진 부분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관광명소로의 개발이나 문화유적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아차산은 문화·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광진구와 서울시의 소중한 자연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특히, 산의 규모에 비해 많은 시민들과 등산객들이 찾고 있어 이미 상당부분 훼손되어있고, 포화상태인 아차산이기에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종합적인 검토가 꼭 선행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이 공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진구가 고구려박물관을 추진하고 있고 아차산 고구려문화축제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에서 공론화 된 적은 없으며 주민들은 구가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다.

▲광진구가 추진중인 고구려박물관 건립부지 도면     ©디지털광진

광진구는 지난해부터 정립회관 맞은 편 광장동 산 81-1번지 일대 9,474평의 부지에 고구려 박물관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어떤 방식의 고구려문화 활용이 좋을지 3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1만평 규모의 고구려박물관 추진은 구정계획에 발표돼 있고 서울시에 건의까지 마친 상태다. 또한 5월에 고구려문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으로 약 2억 원의 예산도 편성해 두고있다.

하지만 이처럼 큰 예산이 투입되고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계획부터 발표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으며, 좀 늦더라도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아차산의 고구려 문화 활용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아차산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좀 천천히 가더라도 아차산의 생태와 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활용방안 마련, 그리고 주민과 함께 하는 자치행정이 필요할 때이다.


* 이기사는 지역인터넷언론연대 회원사인 디지탈광진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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