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경파, 북한이여 MD를 구해다오
미국 강경파, 북한이여 MD를 구해다오
  • 정욱식대표
  • 승인 2005.02.2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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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상)] GMD, 또 실험 실패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이 또 한차례의 참담한 실험 실패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안 그래도 극심한 재정적자와 이라크 전비(戰費) 폭등으로 MD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험의 실패는 본격적인 '기술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실시된 '지상배치 중간단계 요격 미사일방어체제'(GMD) 발사 실험은 마샬군도에 있는 로날드 레이건 실험장에서 요격 미사일이 발사조차 되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났다. GMD는 클린턴 행정부 때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의 바뀐 명칭으로 미국 본토로 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요격미사일 발사 실패에 대해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요격미사일 자체에는 결함이 없으나 지상 지원장비가 고장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은 "GMD의 치명적인 기술적 결함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며 '돈 먹는 하마'인 MD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조셉 시린시온 카네기연구소 연구위원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GMD의 가장 큰 기술적인 도전은 날라오는 미사일을 정확히 탐지·추적할 수 있느냐는 것과 교란체로부터 진짜 탄두를 식별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두 차례의 실험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점은 GMD가 대단히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경고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이 계획을 철회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할 시점"이라며 부시 행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실제 실험은 아직 성공한 적 없어

미국은 1999년 이후 모두 10차례의 실험을 해왔다. 미 국방부는 이 가운데 5번이 성공했다고 주장해왔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2차례의 실험을 제외한 8번의 실험은 실전에서 사용되는 요격미사일이 아니라 '대리 미사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리 미사일은 실제 요격미사일에 비해 조작이 훨씬 수월하다.

실전에서 사용될 요격미사일로 실험한 것은 작년 12월 15일과 올해 2월 14일 2차례였지만, 2번 모두 요격미사일이 발사조차 되지 않았다. 실제 실험은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와 "기술적인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며 GMD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차례의 GMD 추가 실험을 통해 기술적인 결함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참고로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6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2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고, 올해 10기의 미사일을 알래스카에 추가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순탄하게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실험 실패를 계기로 GMD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라크 전비 폭등으로 MD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시 행정부는 내년도 MD 예산을 10억 달러 삭감했고, 향후 6년 동안 MD 관련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50억 달러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강경파, 우리에게는 '북한'이 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MD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예산이 일부 삭감된다고 해서 부시 행정부가 MD 구상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MD는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인 군산복합체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고, 상대방의 보복 능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선제공격전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미래의 경쟁자인 중국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 기반이며, 21세기 패권주의의 보고(寶庫)인 우주를 군사적으로 선점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MD 위기'를 돌파하는 주요 방식은 역시 대북한 비타협주의를 고수하면서 '북한위협론'을 내세우는 것이다. 작년 12월 15일 실시된 GMD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MD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2호 미사일을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며 '북한위협론'을 또 다시 들고 나온 바 있다.

2월 14일 실험이 실패한 직후 미국 내의 '북한위협론'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맞물려 확대재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이는 대단히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연계된 위협을 강조했다.

포터 고스 CIA 국장 역시 16일 상원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포함해 언제든지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대포동 2호가 핵무기 크기의 탄두를 탑재하고 미국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MD를 '북한위협론'을 활용해 구하려는 미국 내 강경파의 기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MD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당분간 비타협주의를 고수하면서 MD의 최대 명분으로 삼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국 강경파의 '적대적 의존'

MD와 북한위협론 사이의 상관관계는 극단적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강경파가 역설적으로 '적대적 의존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할수록, 군사적 억제력 확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의 강경파는 이를 선제공격용으로 해석하면서 핵과 미사일 전력 강화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미국 강경파의 MD 등 최첨단 무기체계의 개발 명분으로 활용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MD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자진해서 이 고리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 북한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욱식/2005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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