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하안2동 어디에서나......)
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하안2동 어디에서나......)
  • 임정미
  • 승인 2003.01.22 10:4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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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하안2동 어디에서나...)

" 아저씨"
" 아저씨"가 주는 어감은 나에게 있어서 늘 신선하고 새롭다.
옆집 아제같기도 하고 친척 당숙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라는 말을 좋아하고 또 간간이 즐겨쓴다.

우리 아파트와이웃한 동에 내가 말할 "아저씨"가 있다.
그는 아파트 아래 인도에서 자그마한 과일 노상을 한다.
천원어치의 과일을 사도 꼭 덤으로 다른 과일 몇 개를 집어 준다.
우리집 막내딸은 그런 그를 엄청 좋아 한다.
1단지나 3단지 상가를 가려 하면 어김없이 그를 지나쳐야 한다.
덥수룩하고, 정갈하지 못한 옷매무새가 차라리 좋을까, 막내딸은 그를 보면 달려가서 덥썩 껴안긴다.
돌쟁이때부터 보아온 탓일까?
그때 그가 지어준 우리딸아이의 별명은 "이쁜이". 덕분에 막내는 지금까지이쁜이가 돼버렸다.

하안동으로 이사온 지 오년째다.
오년째 보아온 아저씨.
그래, 아저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다.
아저씨네 동뿐 아니라 이 길 저 길 깨끗하게 치운다.
먼지가 날라치면 언제 준비했는지 허드렛물을 뿌린다.
나는 곰곰이 생각할 때가 있었다.
아저씨는 왜 빗자루를 들까? 하고 말이다.
꽁꽁 언 날에도 아저씨의 빗자루질은 멈추지 않고.........
가끔씩 나는 베란다로 가로질러 있는 아저씨의 과일 가게를 들여다 보곤 한다.
아저씨의 과일들을 볼 때도 있고 아저씨가 뭘하고 있나 본 적도 있다.

얼마전 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우연히 그 아저씨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보호대상자이고 몸이 좋지 못해 근근히 살아 간다는.....
상가 과일 가게 다른 주인들은 아저씨한테 과일 더 사갈까봐 은근히 경계한다는......
일년에 한 두번은 며칠씩 입원한다는.......
그래도 그집 아이들 머리가 좋아 대학도 들어가고 했다는(학원도 번번히 못다녔는데).......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오고 갈 때 그저 농담 이나 하고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더 많은 걸 알고 나니 웬지 아저씨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저씨네 과일을 더 애용하자 했다.
따뜻한 마음을 만난 것 같아 훈훈했다.

오늘도 비를 들고 있을 아저씨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아저씨의 별명을 짓고 만다. 내 맘대로......
하안 2동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라고.....
어린 시절 내 당숙같은,혹은 내 작은 아버지같은 ......

<하안2동 임정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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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2003-01-22 10:47:43
이 글을 쓰신분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풋풋한 마음을 느낄수 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광명시민신문이 우리동네의 옆집아저씨가 신문기사의 소재가 되는 것이 너무 기쁨니다. 임정미 시민기자님의 이메일이라도 다음에는 꼭 가르쳐주세요.

한심당 2003-01-22 10:47:43
참 좋은 글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동네 방네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조명선 2003-01-22 10:47:43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저씨를 보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얼굴울 자주 못 보아 아쉬운 마음이었는 데 시민신문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고 좋네요. 이제 하안동에 가면 과일가게 아저씨가 생각나 따뜻해 질것만 같아요.앞으로도 동네의 아름다운 이야기 들려주세요.

한덕만 2003-01-22 10:47:43
글쓰신분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1단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무심코 보와왔던일이 이렇게 크나큰 감동의 글이될수도 있군요.계속해서 따뜻한글 많이 올려주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