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하안2동 어디에서나...)
" 아저씨"
" 아저씨"가 주는 어감은 나에게 있어서 늘 신선하고 새롭다.
옆집 아제같기도 하고 친척 당숙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라는 말을 좋아하고 또 간간이 즐겨쓴다.
우리 아파트와이웃한 동에 내가 말할 "아저씨"가 있다.
그는 아파트 아래 인도에서 자그마한 과일 노상을 한다.
천원어치의 과일을 사도 꼭 덤으로 다른 과일 몇 개를 집어 준다.
우리집 막내딸은 그런 그를 엄청 좋아 한다.
1단지나 3단지 상가를 가려 하면 어김없이 그를 지나쳐야 한다.
덥수룩하고, 정갈하지 못한 옷매무새가 차라리 좋을까, 막내딸은 그를 보면 달려가서 덥썩 껴안긴다.
돌쟁이때부터 보아온 탓일까?
그때 그가 지어준 우리딸아이의 별명은 "이쁜이". 덕분에 막내는 지금까지이쁜이가 돼버렸다.
하안동으로 이사온 지 오년째다.
오년째 보아온 아저씨.
그래, 아저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다.
아저씨네 동뿐 아니라 이 길 저 길 깨끗하게 치운다.
먼지가 날라치면 언제 준비했는지 허드렛물을 뿌린다.
나는 곰곰이 생각할 때가 있었다.
아저씨는 왜 빗자루를 들까? 하고 말이다.
꽁꽁 언 날에도 아저씨의 빗자루질은 멈추지 않고.........
가끔씩 나는 베란다로 가로질러 있는 아저씨의 과일 가게를 들여다 보곤 한다.
아저씨의 과일들을 볼 때도 있고 아저씨가 뭘하고 있나 본 적도 있다.
얼마전 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우연히 그 아저씨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보호대상자이고 몸이 좋지 못해 근근히 살아 간다는.....
상가 과일 가게 다른 주인들은 아저씨한테 과일 더 사갈까봐 은근히 경계한다는......
일년에 한 두번은 며칠씩 입원한다는.......
그래도 그집 아이들 머리가 좋아 대학도 들어가고 했다는(학원도 번번히 못다녔는데).......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오고 갈 때 그저 농담 이나 하고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더 많은 걸 알고 나니 웬지 아저씨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저씨네 과일을 더 애용하자 했다.
따뜻한 마음을 만난 것 같아 훈훈했다.
오늘도 비를 들고 있을 아저씨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아저씨의 별명을 짓고 만다. 내 맘대로......
하안 2동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날마다 빗자루를 드는 남자"라고.....
어린 시절 내 당숙같은,혹은 내 작은 아버지같은 ......
<하안2동 임정미 시민기자>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