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스런,논두렁 속에서의 동심찾기 (논 얼음 썰매장)
아, 사랑스런,논두렁 속에서의 동심찾기 (논 얼음 썰매장)
  • 임정미
  • 승인 2003.02.06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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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스런,논두렁 속에서의 동심찾기 (논 얼음 썰매장)

날씨가 제발 춥기를 우리는 기도했다. 간절히 또 지극정성으로.....

지난주, 엄마들은 어느집에 모여 모의를 했다. 쌓인 눈이 녹기 전에 논으로 가자고. 그 모의는 그 다음날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저마다의 짐을 지고 세 엄마와 일곱 조무래기들은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12번 버스를 타고 너다섯 정거장이나 갔을까?
소하동 어디께라고 했다. 하안동을 벗어난 이런 가까운 곳에 시골같은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고 처음 찾아가는 곳이라 알음알음 물어 보아야 했다. 드디어 우리가 고대하던 목적지에 도착! 처음 온 조무래기들의 표정은 그저그렇고,어째 세 엄마가 더 들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스케이트를 빌려 타다 썰매로 바꿔도 된다기에 우리는 먼저 스케이트
부터 탔다. 논 다섯마지기 정도는 됨직했다. 허연 눈꽃 세상이 바로 우리 발 밑에 있었다. 엄마들은 각자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일곱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미끌어져 가면서도 웃음꽃을 피워 댔다.
나무썰매로 바꿔탄 아이들은 얼음판 위를 씽씽 달리는 그것이 신기 했나 보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껏 나무썰매란 녀석을 처음 보았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간식으로 싸온 삶은 달걀을 나눠 먹고 뜨끈한 군고구마를 사먹었다. 역시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이다. 다 먹지도 않고 다시 논바닥으로 들어 갔다. 썰매 막대기를 유심히 보더니 "되게 크은 송곳이다, 와!" 아들 녀석이 더 큰소리로 말한다.그 러더니 그것으로 얼음을 파서 풀뿌리를 보여 준다. 조그마한 나락이었다. 썰매끈을 연결해서 기차를 만드는 아이, 낚시를 한다고 후벼파는 아이, 기어코 혼자 타보겠다고 재롱떨던 녀석 등등 노는 모습도 다들 알아서 했다.
세 엄마는 잠시 쉬며 어릴 때 썰매타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어릴 때 비료포대로 썰매를 대신했다. 울데미 언덕배기로 올라가면 동네 언니오빠들이 먼저 와서 길을 닦아 놓았다. 잘 미끌어지는 곳은 힘센 오빠들이 차지하고 더 어린 우리 친구들이랑은 더 울퉁불퉁한 얼음길을 타야 했다.그 래도 참 재미있었는데.......

저녁즈음에 호스로 물을 뿌린단다. 그러면 밤새 차가워져 아침 나절엔 논바닥이 꽁꽁 언다고 했다.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이다. 세 엄마도 다시 합세하여 나무썰매를 탔다. 다섯 시간 가까이 타도 집에 가자는 녀석이 하나도 없다.
먼저 지친 엄마들이 집에 가자고 아이들을 졸랐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 놀이동산 썰매장 보다 천백배 더 재밌단다. 그러면서 말하길, 다음에 또 오자고 어른들 대답을 기다린다.
딸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놀았던 즐거움을 일기장에 적고 또 적고.......
나도 수첩에 몇 줄 적었다. " 사랑스런 논바닥 얼음 썰매장,너의 죄(?)를 사하노라! 사하겠노라!"

<광명시민신문 임정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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