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기자실 폐쇄는 언론개혁과 공직사회 개혁의 시작
시청기자실 폐쇄는 언론개혁과 공직사회 개혁의 시작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02.08.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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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와 지방언론의 왜곡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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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언론관련예산은 주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사실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하고 잘못된 점을 주민에게 알려나가야 할 언론이
오히려 자치단체에서 주는 온갖 혜택의 수혜자가 됨으로써 언론본연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또한 자치단체장은 올바른 사업집행으로 주민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언론홍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는 기회로 활용한다.
이처럼 자치단체와 언론의 관계가 왜곡되어 나타났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자치단체에서 일종의 특혜를 주는 주민계도용 신문예산과 광고비 지원,
기자실 운영 예산은 왜곡된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항목이다.
계도지 예산이란 과거 7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가 관변단체나 통반장들에게
군사정권을 홍보하기 위해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편성했던 예산이다.
그러나 정보화시대를 맞이한 지금 신문으로 주민을 계도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보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게다가 계도용 신문구입이 벽에 부딪치자 이제는 배너광고지원이라는 항목으로
수억원에 이르는 시민혈세를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언론으로 하여금 재정의 상당부분을 자치단체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언론본연의 기능과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자실 또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기자들과 홍보를 해야하는 단체장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지비를 대고 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기자실은 언론과 취재원과의 유착이나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다.
각종 접대와 향응, 촌지수수, 광고수주와 관련된 비리의 온상으로
기자실이 지적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자실의 운영비가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자실의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각종 소모품비 등이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편성, 집행되고 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예산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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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국유재산법, 공유재산법, 행자부의 예산편성 지침등에 의해
예산을 편성,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실 운영지원예산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특혜성으로 지원되고 있다.
자치단체 스스로 불법적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2000년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계도용 신문예산으로 지출한 돈이
무려 150억 6,134만원이나 되었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광명시의 경우, 50평정도의 시청주재기자실이 있다.
여느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우리시도 기자실 운영비의 대부분을 시민 혈세로 지원해 주고 있다.
2001년을 기준으로 보면 계도용 신문구입예산으로
지방지 11개의 신문을 4천6백2십만원의 세금으로 지출했으며,
배너광고료로 5개 지방지에 6천만원을 지출했다.
게다가 기자실 운영비 지원까지 합치면 2억원이 넘는 세금을 법적 근거 없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그 동안 계도용 신문구입예산과 배너광고료라는
변형된 형태의 특혜성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광명시와 시의회에 수차례 요구했었지만
자치단체와 언론의 이해관계로 인해 번번히 무산되었다.
지방자치정착과 지역언론발전, 그리고 자치단체 예산운영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기자실 개혁은 필요하다.


기자실 개혁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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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은 1995년 10월 4일 기자실을 폐쇄하고 음성적인 촌지형태로 지급되던
신문 홍보비와 계도용 신문 구독료를 전액 삭감했다.
폐지의 이유로 '기자실은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주민의 알권리를 거래하던 밀실’이라는 것이 거론되었다.
공무원들과 주재기자들은 주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비판과 폭로가 필요한 사안을
은밀한 거래를 통해 철저히 봉쇄했다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남해군의 지방일간지 지면에서는
남해군수의 동정과 소식이 자취를 감추고 비판과 비난성 기사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기자실 폐쇄이후 6개월 동안 200건 이상의 비판과 비난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기자들이 악의적인 비난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작은 실수도 언론이 가만두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 일을 했다.
언론과 자치단체가 생산적 긴장관계로 변모한 것이다.
최근 기자실 폐지와 계도용 신문예산 폐지는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출범하면서 기자실 개혁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명시와 지역언론은 새로운 위상정립이 필요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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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적한 것처럼 지역언론과 광명시도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위상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에서 언론개혁운동과 기자실 폐쇄운동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지부는 8월 4일 성명을 내고
"현재 각종 기관·단체에 설치돼 있는 기자단이 바르고 신속한 정보전달과
독자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언론본연의 임무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언론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기자단 탈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자단이 그 동안 과열취재 방지와 정보공유라는 본래의 기능과는 달리
각종 사안의 지연·왜곡보도는 물론 현장을 누벼야 할 기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
´권언유착´의 통로로 악용돼 왔다"고 지적하고,
"기자단 중심으로 이뤄진 그 동안의 그릇된 취재관행을 반성하고, 앞으로 건전한
기자윤리 정립과 올바른 취재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기자단 탈퇴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광명시 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안흥병)도 성명을 내고
광명시청 기자실을 8월 20일까지 자진반납해줄 것을 요구했다.
관변기사 양산과 관언유착의 근원인 기자실은 폐지돼야 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시예산도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자실은 모든 언론매체와 관심있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양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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