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무엇인가?
  • 정욱식대표
  • 승인 2006.03.09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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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연평균 9%의 경제성장률과 10%에 육박하는 국방비 증액율이 상징하듯, 중국은 청나라 이후 수백년만에 다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강대국화는 경제력과 군사력 등 '하드파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동북아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동남아에서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전방위적인 외교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지역 강국인 일본은 '중국위협론'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듯 하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중국기회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무역상대국인 된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복잡하기만 하다. 향후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수적인데,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은 이를 두고 '탈미·친중'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또한 얼마 전 불거진 동북공정 논란은 중국의 의도에 대해 한국인의 의구심을 자극시켜 놓기도 했다.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세계적 수준의 탈냉전을 거치면서 한국에게 가장 큰 질문은 "우리에게 미국은 희망인가"였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되었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왕이쩌우 부소장은 "중국의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중국이 과거 수십년 간 견지해왔으며, 현재도 여전히 심화시키고 있는 개혁개방 정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안정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북한의 안정화와 비핵화, 한반도의 분단 해소와 평화적 통일,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의 발전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왕이쩌우 부소장의 분석을 뒷받침하듯, 중국 개혁개방정책의 아버지인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정책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의 교차승인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문서를 보면, 덩샤오핑은 1980년대 초부터 한중수교와 북미수교를 위한 4자회담을 미국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구상은 네오콘의 이론가로 불리는 폴 월포위츠 당시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 미국 내 강경파의 농간과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고 왕 부소장도 주장한 것처럼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원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그룹 동북아 소장은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코리아가 "시장경제 중심의 민주국가가 될 것"이고, "미국과 동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은 잃는 것이 많아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입장이 한국에게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부상: 대만의 시각

한반도 문제와 함께 동북아의 미래를 좌우할 또 하나의 축은 양안관계에 있다. 특히 최근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둘러싸고 양안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한국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양안관계는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만은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만의 중국전문가인 거용광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네 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은 대만에게 매우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경제적인 측면으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대만에게 거대한 자석 효과"를 불러일으킴에 따라, "대만 경제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군사안보의 측면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킴에 따라 양안간의 군사력 균형이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교적인 측면으로 "중국이 국제외교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줌에 따라 대만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축소되고 고립 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중국의 부상이 대만 최대 위협으로 대두됨에 따라 대만 여론의 분열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독립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은 이를 상징한다.

거용광 교수는 양안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동북아 평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만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대만이 독립 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자극하기보다는 민주화의 경험을 중국에 전파해‘위협적인 중국'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 있는 이익상관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민주주의 확산론과 흡사한 측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희옥 교수, "미국 숙명주의에서 벗어나야"

그렇다면, 한국은 강해지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 이희옥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중관계가 한미동맹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지만, 중국문제를 미국변수의 하위변수로 취급하는 숙명주의에서 벗어나 중국을 독립변수로 처리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넘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의 부상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고, 한미동맹을 유연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한국이 동북아 다자협력을 주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이 "지역안보의 '잠정적 허브'를 자임하면서" "한중관계를 다자협력의 틀 속에서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한국은 국제정치의 세 층위에서 새로운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군사안보에 있어서는 '비공세적 방어'를, 정치경제에서는 '경제협력에 있어서의 중심축(hub) 역할'을, 사회문화에서는 '소프트파워를 통한 담론구조의 지배' 등을 제시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이처럼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시각이 다양한 만큼, 그 대응책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 듯' 강대국간의 패권경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한국의 입장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구한말 주요 강대국간의 전쟁이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졌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교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듯, 중국은 미국의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바람직한 것일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양안관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하는 나라이고, 중국을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006. 3. 9  /  정욱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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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길 2006-03-09 12:56:31
지난 주에 중국의 한 현에 들러서 그곳 현장과 만찬을 같이 한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중국 지방도시의 장과 그곳 지도자들이 가진 자신감이 너무도 충만하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욱식님의 거시적 제문제 시각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중국을 움직이고 있는 리더들의 자신감의 향배에 관해서도 상기하여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