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재산권 위해, 4천명 불안 속에 살 수 없다.”
“1명 재산권 위해, 4천명 불안 속에 살 수 없다.”
  • 강찬호기자
  • 승인 2006.03.28 14:36
  • 댓글 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6년 3월 28일 오전 10시. 철산1동 아파트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 주유소 예정 부지 앞으로 몰려 나왔다. 급한 마음에 개인적으로 볼 일들은 일단 다들 접었다. 주유소 부지로 들어가는 수도 배관 공사가 진행이 된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 나온 것이다. 짧은 시간에 1백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공사는 일단 막았다. 전날 저녁 문해석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이원영 의원 보좌관 등이 와서 ‘그동안 신경을 못 써 미안하다며, 향후에 녹지대에 말뚝을 박도록 하고, 법적인 문제 해결에 자문도 하고, 주민여론이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며,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간 후인데, 공사 소식이 들리니 주민들은 더욱 기가 막히다는 표정들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표심에 '이해'가 걸려있는 다른 시의원들도 전날 이들에 앞서 다녀갔다고 한다. 



정치인들 주민 대책위 만나, ‘문제 해결 돕겠다’ 약속 

피켓도 챙겼고,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 온수 물통과 커피 등 음료도 들고 나왔다. 주유소 부지와 안양천 도로 사이 완충 녹지대에 모여 앉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안양천 도로를 내 달리는 차량들과 안양천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주민들의 울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얄궂게 스며오는 날씨다.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주민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특정 업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구 단위 계획이란다. 관련 규정(고시)이 없는 상황에서 법에 따라 행정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법과 행정은 주민편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허가 당시 현장에 나와 본 공무원들이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1명 업자의 재산권을 위해, 4천명 주민의 안전문제, 생활문제, 환경문제는 외면해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방법이 없다. 끝까지 싸운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면, 땅에 드러 누울 각오를 하고 있다.”고 의지를 밝힌다. 



행정의 재량행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이리도 격분하며 항의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다.

법과 현실, 행정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행정의 재량권이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 그 ‘재량’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하는 문제에 봉착을 하게 되었다. 주유소 사업을 통해 개인 재산권을 보호하고 영업 행위를 하겠다고 하는 부지 소유자의 입장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이해가 갈리는 상황에서 행정의 재량행위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라고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주유소 부지에서 본 아파트는 바로 코 앞이다. 아파트 외벽과 주유소 방화벽과의 거리는 25미터다. 주유소 부지경계까지의 거리는 이에 못 미친다. 주유소 부지 경계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방화벽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광역시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경기도는 기준이 없다. 몫은 광명시의 행정적 판단이 된 것이다. 주유소 부지경계와 아파트 단지 담장과는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폭은 6미터도 채 안되어 보인다. 시가 적용한 25미터 거리가 법적인 적용 거리라고 해도, 실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이 도로 한 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파트 외벽 라인에 사는 주민의 경우는 ‘주유소와의 거리가 본인의 안방과의 거리’라고 심정을 토로한다. 



주유소 부지, 아파트 담장과 도로 하나 사이에 위치 

이미 주민들은 주유소 설치 외에도 불만들이 쌓여 왔다. 주유소 부지 바로 옆에 안양천 남측 방향으로 물류창고가 들어서서, 아파트 진입로를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유소 역시 들어서면 주유소를 빠져 나가는 차량들이 이 진입로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류창고 차량에 이어, 이제 주유소 차량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주민의 안전 역시 위협이다. 소음과 대기오염 피해 역시 주민들의 호소 사항이다. 

주유소 부지 옆 북측방향으로 광일택시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 택시회사 옆에 세풍운수 버스회사 차량기지가 위치해 있다. 차량 세차기와 차량기지내 주유시설이 아파트 담장과 인접한 도로를 건너 바로 위치해 있다. 단지 유치원과 놀이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아파트 담장 바로 아래는 유치원 아이들이 가꾸는 작은 정원이 있다. 건강한 환경에 있어야 할 아이들의 공간들이 차량기지와 근접해 있으니, 주민들의 불만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래, 저래 주변 시설과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는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차량으로 인한 소음, 대기오염 피해 누적된 주민들의 불만 사항 

차량의 소음과 차량 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은 아파트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을 하고 있고, 어르신들은 천식과 비염을 호소한다고 한다. 인근 차량 시설과 주민들의 건강이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버스 차량기지 역시 처음에는 지금처럼 규모가 큰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규모가 작았었는데,  점차 커졌다는 것이고 버스 차량도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유소가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위험시설’이라지만,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여기는 것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도 문제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주민들 감정이 좋을리가 없는 상황이다. 

물탱크 안전 문제 역시 우려 

아파트 단지 물탱크 역시 주유소와는 긴장관계다. 주유소 인근 아파트 단지 안 물탱크는 주민들이 3~4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주유소 기름 유출시 식수가 오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주민들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한다. 위험시설로서 주유소 폭발 사고의 가능성 역시 주민들에겐 불안 요인이다.  도심 안에 주유시설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가능한 다른 곳으로 이동을 시키고 있는 행정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 역시 이번 주유소 허가의 문제점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요구와 이해가 어쩔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인지? 또 다른 ‘님비 현상’으로 치부할 문제인지? 아니면 절박한 주거권의 요구인지? 그 여부는 주민들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탁상행정 하지 말고, 직접 현장으로 나와 보라.” “자기 집이 ‘여기’라고 생각해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엔젤 2006-04-02 23:54:04
오늘 하루도 우성주민 4000여 명은 목청껏 외쳤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함께..하루 이틀 끝날것 같지도 않을것 같습니다.
앞으로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이 흐를지 모르지만...우리는 목청껏 외칠것입니다.
"주유소 허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생존권 위협하는 주유소는 안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부끄러운 현실에 맞서 싸우는 자랑스런 엄마의 모습을 보일것입니다.
시장님!한번 나오셔서 보십시요.
그리고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 주십시요.
주유소 허가가 취소되는 그날까지 우리모두 화이팅!
주먹 불끈쥐고 외칩시다.
승리의 그날까지 화이팅!!!

내가시장할까? 2006-04-02 21:17:06
아니 어떻게 한들 지금보다야 못하겟습니까?
내가 시장을 해도 이것보다는 나을거 같은데..
나같으면 내가 잘못한 일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겠네요.
어차피 선거에 안나올거면 이런거 정리해주고 가면 좋잖아요?
좋은 시장 소리 들으면서 옷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왜 버리십니까?
아무리 봐도 이건 업자를 위한 잘못도니 행정인데..
어떠신지 제 생각이..시장님 옷벗기전에 그냥 마무리 하시죠?

짜증나라 2006-03-31 21:12:48
한가지 건의합니다.
주유소가 들어서는 그 날, 광명시장님께서 우성 아파트에 입주하셔서 직접 살아보실것을 건의합니다.
주유소로 인해 황폐해진 땅위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더러워진 물이 시장님과 가족들의 목줄기를 타고 들어가는 그날이 오면 느끼시겠지요.
이러다 심장병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주유소의 기름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또 주유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폐속을 검은 연기로 채워넣을지...
참, 답답합니다.
만약, 우성아파트 앞에 주유소가 설립된다면 탁상행정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제발, 발로 뛰십시오. 주유소가 들어설 그 자리가 과연 적절한 곳인지...참...한심스럽습니다.

짜증나라 2006-03-31 21:05:36
말이 되는 소립니까? 어떻게 4천명 주민이 숨쉬는 공간에 주유소가 들어설수 있단 말입니까?
정말 답답합니다.
광명시장님!
탁상행정한다 소리 참 많이 듣게도 일처리 하셨군요.
주유소가 설립된다면, 시장님께서 반드시 우성아파트에 입주하시길 강추합니다.
이건,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 참 답답합니다.

선량시민 2006-04-01 08:47:59
광명시는 이제 홈페이지까지 폐쇄했나! 그렇게 찔리는게 많나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