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중학교의 멋진 청소부(?)
안서중학교의 멋진 청소부(?)
  • 김수분선생님
  • 승인 2006.04.17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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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교육 경력 20여년을 훌쩍 넘긴 교사로서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에 참 감회가 새로울 때가 많다.

  고등학교 때 수업 시간에 갑자기 한창 진행 중이던 수업을 중단하고 장학사님이 오니까 모두 나가서 어디어디 청소를 하라는 교과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청소를 하다가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해서 그다지 숫기가 좋지 않았던 나건만 조심스럽게 “지금 꼭 청소해야 해요?” 하고 한 마디 말씀드렸다가 하루 종일 수업도 못하고 교실 밖 복도에서 벌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한데 요즘은 참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아니면 우리 학교가 바뀐 것인지......

  요즘의 아이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어쩜 영악하다고까지 하는 세상에 우리 학교 아이들은 수학여행지에서도 질서를 잘 지킨다고 칭찬을 듣는 착한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외 여기저기 곳곳에 종이와 비닐 쓰레기, 껌, 가래침 등 오물들이 널려 있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이 못 잡는다고 청소 시간에 청소를 해도 순식간에 또 휴지가 생긴다. 

  우리 학교에는 그 쓰레기를 묵묵히 뒤에서 처리하는 멋진 청소부가 계시다.

  바로 교감 선생님이시다.

  작년 5월 1일자로 우리 학교에 오셔서 오늘날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출근하시는 날이면 으레 목장갑을 끼시고 양 손에 비와 쓰레받이 그리고 껌 떼는 칼을 들고 소리 없이 교무실을 나가신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 보면 여기저기 기웃거리시며 실내 복도며, 창틀, 교사 뒤편을 구석구석 쓸고 줍고 껌을 떼고 계신다. 언젠가는 뒤에서 보니 방금 한 학생이 불량스레 퉤하고 뱉은 껌을 바로 뒤에 따라 가셔서 교감 선생님께서 손으로 줍고 계시는 거였다. 아이고! 아직 침의 기온이 식지도 않았을 텐데...... 

  늘 그 모습을 뵙기가 민망하여 나 또한 틈틈이 오며가며 쓰레기를 주워야지 하면서도 손에 교과서를 들어서, 또는 식사하러 가는 중이니 오면서 주워야지 하는 이런저런 핑계로 생활화하는 일이 그다지 쉽지가 않다.

  그런데 며칠 전 교육장님의 본교 방문의 날 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장면을 몇 선생님들이 목격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교육장님이 일선 학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미리 방문일자나 시간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학교를 순회하신다는 것은 들었으나 그래도 막상 오후가 되어 수업 중 우리 학교에 교육장님의 차량이 들어서는 것이 보이자 청소를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오랜 역사를 가진 낡은 건물과 시설에 행여 지저분한 인상을 가지게 되실까 다소 걱정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쉬는 시간 중에 교육장님이 교무실에서 교사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 격려를 하시며 인사를 나누고 계셨다. 

  방문을 마치고 가시는 길에 마침 수업이 없어 현관까지 나가 배웅을 해드리고 들어오는데 어제만 해도 탁했던 현관 거울과 1층 창 유리가 아주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거였다. 

  그래서 옆 선생님에게
“여기 청소 담당 학급이 다행이 깨끗이 미리 청소를 했네. 다행이다.”
했더니 옆 선생님의 말이
“아니에요.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청소하신 거예요.” 한다.
“저희가 한다고 해도 아니라며 들어가 수업 준비나 하라고 하시며 두 분이 팔을 걷어부치고 청소를 하는 데 다른 젊은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그냥 바라보며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민망했는지 몰라요.” 한다. 

  교무실에 오니 교감 선생님께서 일상적인 모습으로 공문을 살펴보고 계시다. 평소 늘 깔끔한 차림의 교감 선생님 셔츠 소매에 거뭇거뭇한 먼지가 묻어 있었다.

“녹차 한잔 드릴까요?” 하고 여쭈니
“아닙니다.” 하신다.

  장학사가 온다고 해서 수업 중인 아이들을 총동원해서 청소를 시키곤 하던 시대를 모르는 요즘의 젊은 선생님과 어린 학생들은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의 아름다운 감동을 모르리라. 

  언제고 내가 혹시 교감 선생님이 되고 교장 선생님이 된다면 오늘의 이 아름다운 마음의 감동을 꼭 기억해서 흉내내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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