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랑 물이랑그 두번째 이야기 - 잠자리와 나비의 천국
숲이랑 물이랑그 두번째 이야기 - 잠자리와 나비의 천국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02.08.0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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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능 근처의 습지>



다리에 흰색 버선을 신은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아시아실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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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이글거림이 마치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 것 같던
어제의 날과 달리
숲이랑 물이랑 친구들이 곤충이야기를 떠나는
7월 29일은 이글거리던 해도 잠시 구름 뒤에 숨었다.
거기다가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준다.
역시 태양도 우리 편인 게야. 날이 너무 뜨거우면 어쩌나 작은 걱정을 했었는데,
휴! 고맙다. 태양아! 바람아!

두 번째 만남이어서 일까?
서로들 친숙한 얼굴로 인사를 나누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잠자리채를 꼭 쥐고
애기능 입구에 있는 작은 저수지 수풀로 잠자리를 찾아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수지에는 화려한 수련이 곱고 하얀 꽃 잎을 활짝 펼치고 있었고,
저수지 주변 수풀에는 잠자리 떼가 어린 악동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이리저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날개 짓만 하고 있다.
제일 처음 우리에게 포로가 된 잠자리는 아시아 실 잠자리였다.
몸통의 다섯번째 마디만 파란 색으로 빛 나는 예쁜 실잠자리였다.
잠시 후 아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선생님! 여기 신기한 잠자리 있어요!”
다리에 흰색 버선을 신은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실잠자리이다.
한 여름 곱게 풀 먹인 하얀 버선을 신은 것 같은 이 잠자리는 방울실잠자리 수컷이다.
가운데 다리와 뒷다리의 종아리마디가
흰색으로 긴 타원형 방패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들 “와! 너무 예쁘다.”하는 탄성과 함께 너도나도 잠자리를 잡겠다고
숨을 죽이고 잠자리채를 휘두르느라 정신이 없다.

실잠자리는 잠자리와 달리 배가 가늘고 몸집이 작다.
앞 뒤 날개의 크기도 같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눈이 떨어져 있다.
이에 비해 잠자리는 배가 크고 뚱뚱하며 뒷날개가 더 크고 양 눈이 모여있다. 날아다니는 모습도 실잠자리보다 훨씬 강함을 알 수 있다.


몸은 검은색이고 날개는 검은 빛이 도는 자남색으로
그 자태가 무척이나화려하고 고고한 나비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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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밀잠자리 큰 놈이 걸렸다.
거무튀튀한 색깔과 큰 몸집이 마치 동네 싸움꾼 같다.
이어 된장 잠자리며 여름좀잠자리 등이 아이들의 포충망에 차례로 걸려든다.선생님이 “얘들아이리와 봐!”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선생님이 잡은 것은 검은 색 큰 날개를 가진 것 이었다.
한 아이가 “어! 나비다.!”하고 소리치자
다른 아이가 “아니야! 잠자린데. 이상한 잠자리다.”
서로 나비커니 잠자리커니 한다.
선생님이 이상한 잠자리를 자세히 보여주며 뭐랑 닮았니? 하니
모두들 나비요, 몇 몇은 제비요 한다.
나비처럼 생긴 이 잠자리는 바로 나비 잠자리였다.
몸은 검은색이고 날개는 검은 빛이 도는 자남색으로 그 자태가 무척이나화려하고 고고하다.

저수지 주변 수풀 속에는 잠자리 외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 생물들이 있다.
수풀 사이에 근사한 집을 지어 놓고 집 중앙에 떡 버티고 있는 무당거미는
그 집과 잘 어울리는 눈부시게 화려한 등 무늬를 가졌다.
그 강렬한 색 때문일까? 왠지 가까이 가면 안될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이다.
수풀 사이사이로 뛰어다니는 방아깨비며 풀무치,메뚜기도 아이들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만 잡혀서 방아를 찧거나 통에 갖히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잠자리, 실잠자리 등을 실컷 쫓아다니던 아이들은
무덤가로 나비를 찾아 발길을 돌린다.
산부추 꽃, 잔대 등이 무덤가를 예쁜 정원처럼 꾸며 놓고 있다.
다들 여기저기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우리의 맏형(자원봉사 학생, 신선희, 15세)이 멋진 표범나비를 잡아 아이들에게 보여 준다.
이름처럼 날개에 표범과 같은 무늬가 선명하다.
잠자리와는 달리 나비는 웬 일인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대만 흰나비인듯한 하얀 나비와 표범나비로 만족하고,
마른 목도 좀 축이고잡아온 잠자리며 나비들을 다시 관찰하기 위해
산 조금 더 위에 있는 약수터로 자리를 옮겼다.
산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니
산바람이 와서 땀에 젖은 이마를 기분 좋게어루만져주고 간다.

다들 준비해온 채집 틀에 잠자리 한마리씩을 전시물로 챙기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며 친구들한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금의 과장을 양념으로 넣어서 조잘 거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다음은 참나무와 소나무가족 이야기랍니다.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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