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쌀을 알어?
니들이 쌀을 알어?
  • 양정현 사무처장
  • 승인 2002.09.1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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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 지키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황금들녘을 꼭 지켜내자>


2002.09.08 [우리쌀지키기100일 걷기 70일째]충남 공주시 우금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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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치 위령탑 앞에 모였다.
100 여년전 죽지 못해 살고자 울부짓던 님들의 함성이 살갖을 떨리게 한다.
나라가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자 백성은 스스로 살고자 일어선
10만 동학농민이 절규의 함성을 내품으며 이곳 우금치에 모였다.
그러나, 탕탕탕! 일제의 총성은 님들의 함성을 가리우고
님들의 생명은 시커먼 화약 연기속에 사라졌다.
아! 슬퍼라. 슬퍼고 또 슬퍼라.
백성이 스스로 살고자 일어섰건만
어찌하여 나라는 외세와 손잡고 그들을 짓밟았는가?

우금치 위령탑 아래 앉아 두눈을 감는다.
어린 백성이 장갑차에 갈리어 짓이겨져도 그들을 보호치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의 절규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현실을 보고
터질듯한 분노의 불길이 심장에서 품어져 나온다.
아! 님들이시어.
100 여년전 님들의 목숨이 외세의 총성에 사라졌듯이
지금도 어린 님들의 목숨이 외세의 장갑차에 깔리어 사라졌나이다.
아! 슬퍼라. 슬퍼고 또 슬퍼라.
백성이 스스로 살고자 절규하건만 어찌하여 나라는 그들을 목소리를 막는가?

우금치 위령탑에서 멀리 공주시내를 바라본다.
님들이시여.
님들이 그토록 가고자 했던 그곳.
그러나 결국 가지 못했던 그곳을 오늘 우리는 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생명인 식량을 지키고자 우리는 그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님들이시여 오늘 저희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소서.
그토록 가고자 했던 그곳으로 함께 가소서.
우리 함께 우리 생명을 살리는 이 행진에 함께 가소서.

<효천 글>







우리 쌀에 대한 도전과 위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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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누구나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하나있다.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비가 안오거나 아니면 너무 많이 오거나 하면
누구나 한해 농사를 걱정하게 된다.
쌀은 추석 황금빛 들판을 보며 가족, 이웃과 정을 나누는 공동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쌀에 대한 도전과 위기가 오고 있다.
2004년 쌀개방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정부는 올해 쌀개방을 미리 앞당기려하고 있다.

추석을 맞이하여 광명시민신문에서는 쌀개방에 대해 가지는
우리의 상식과 편견에 대해 몇가지를 집어 보기로 했다.


쌀개방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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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경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있는 농산물로
세계농업을 재편하려는 것이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이었다.
UR협상은 1986년 9월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회원국 각료들이
우루과이에 모인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7년만인 1993년 협상을 마지막으로 GATT체제가 WTO(세계무역기구)로 대체되었다.

1993년 협상당시 김영삼 정권은 15개 기초농산물을 전혀 지켜내지 못하고
쌀을 제외한 모든 농축산물 개방을 약속했고,
분단의 특수한 상황에서 남북간의 거래원칙을
GATT로부터 공식 허용받지 못해 쌀의 교류에서 장애를 초래하였다.
‘왜 남북간 교역을 GATT에서 공식 인정받지 못했나?’라는 국회의 질문에
당시 국무총리는 ‘제기한 것 자체를 잊어버렸다.’라고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했다.
여론의 비판이 세지자 김영삼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개방은 막아내겠다"고 하였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도 쌀개방은 무조건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화장실 오갈 때 마음이 다르듯이 서서히 쌀개방을 기정사실화 했다.

정치인의 약속이야 그렇다 치지만 더 미운건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이다.
"경쟁력이 없는 농업을 축소하고 외국 농축산물을 사다 먹으면 된다."
"우리농업이 살길은 체질개선이다"라고 외치며 개방대세론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섰다.
특히, IMF경제위기 이후 외국인투자유치 환경조성을 위해
모든 국내 자본시장과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추진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쌀값이 내리면 도시서민들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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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쌀가격이 싸면 도시서민들은 좋다.
그러나 농민들은 더 이상 쌀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적자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 없어지면 쌀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석유처럼 부르는게 값이 되듯이
쌀도 미국이나 중국이 요구하는대로 가격이 매겨질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쌀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 1994년 태풍으로 흉년이 들었을때
1톤당 220달러하던 쌀값이 650달러(환율을 1200원으로 계산할 때 78만원)로 폭등했다.
우리도 그와 같은 경우를 당한다면 과연
도시서민들이 650달러(20kg 한포대에 165,000원꼴)짜리 쌀을 먹을 수 있을까?


쌀값이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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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1인당 하루 쌀값은 603원이고 한끼 쌀값은 200원 정도이다.
라면이나 껌도 이것 보다는 비싸다.
정부는 쌀값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도시노동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지출중 쌀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쌀값이 10% 올라도 가계지출은 0.2%만 오르게 된다.
쌀값 1% 상승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31%라고 한다.


쌀이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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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아있는 쌀재고는 989만석이라고 한다.
정부는 세계식량기구가 권고한 국가비생사태시
최소비상식량 600만석을 기준으로 들이대면서
쌀이 많이 남아 쌀 재배면적을 줄여야 하고 쌀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이는 앞뒤가 안맞는 애기다.
1995년부터 2001년 까지 쌀 수입량은 428만석이다.
쌀이 남아도는데 왜 쌀을 개방하여 수입을 서두르는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라서 천재지변이나 비상사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통일에 대비해서
권장비축량 보다도 많은 쌀을 비축해야 한다.


세계화의 시대에 농업을 왜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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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경쟁력으로 보는 자체가 커다란 문제다.
농업은 인류에게 많은 기능을 한다.
논만 하더라도 홍수예방, 수질정화, 공기정화등 많은 공익적 기능을 한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19조라고 한다.
농업은 국내총생산의 4.3%를 차지하지만 종사자수는 200만명이라고 한다.
여기에 관련산업을 합하면 노동인구의 25.3%를 차지한다는 것이 정부공식통계다.
앞으로는 식량을 무기로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쌀개방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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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언론에서 쓰는 2004년 쌀개방은 아주 잘못된 말이다.
2004년에 있는 쌀협상은 말 그대로 재협상이다.
1994년 UR협상 결과 우리나라는 완전개방은 하지 않되
의무도입물량 4%만 수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어도 2004년에 지금과 같이 의무도입물량만 수입할 수 있다.
그런데 2004년도 모자라서 시기를 앞당기려는건 미국의 강압 때문이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당시
“미국의 목표는 농산물 수입개방의 확대이며,
미국농촌경제를 회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해외시장 개방뿐”이라고 역설하였다.
미국은 쌀을 필두로 유전자 조작식품의 판로를 우리나라에 열려고 하는 것이다.

UR협상 이후 농축산물의 수입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수입농산물 홍수 속에 재벌과 국가의 저농산물 가격정책으로
농업은 쑥대밭이 되고 농민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1994-1997년 까지 농림수산물 수출은 9.5% 증가한 반면 수입은 29%가 증가하였고,
특히 무역수지적자의 대부분을 농축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값싼 수입농산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면서 농민들의 작목 선택폭이 축소되고
일부품목은 생산기반마저 붕괴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농가소득이 하락하면서
현재 농가부채가 총 30조에 달할 정도로 농가경제는 형편없이 악화되었고
식량자급도가 쌀을 제외하면 5%정도밖에 안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가격하락에 따른 농업보호정책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농업포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UR협상 과정에서 국내농업보호와 소득보장,
남북교류 등을 담은 ‘WTO 이행 특별법’이 여야 만장일치로 제정되었으나
싸움 잘하는 국회의원들은 아직까지 ‘시행령’을 만들지도 않고
자기 국민이 아닌 강대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쌀을 비롯한 식량이 개방되면 우리는 허울뿐인 풍요에 사는 것이다.

<양정현 경실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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