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포럼>5. 31 선거가 남긴 과제
다산포럼>5. 31 선거가 남긴 과제
  • 허욱 대표
  • 승인 2006.06.08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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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선거의 후폭풍으로 정계개편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2007년 12월의 대선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단을 잘못하면 잘못된 처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5.31 지방선거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하여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저항투표적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여론조사 기관인 엠비존이 이날 투표 마감 직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여당의 참패 원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에 있다는 응답이 50%에 달했고, 열린우리당의 역할이 부재했다는 답이 33%였다.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는 답은 불과 9%에 그쳤다.

반(反)노무현과 반(反)열린우리당의 반사이익일 뿐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표심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중에서 대안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이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항의투표의 현상적 결과가 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의 유지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의 반사이익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의 반사이익을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이 거두었을 뿐이다. 5.18 항쟁을 압살한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뿌리가 닿아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광주, 전남에서 선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중심당은 인정 받지 못했고, 민주노동당 역시 대안세력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은 표로써 나타냈다. 열린우리당의 전북 수성은 새만금 사업 완성이라는 과제와 더불어 정동영과 고건이라는 차기 대선의 희망주자를 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 민주당을 분당하고 나온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을 거론한 것은 개혁의 실패를 자임한 퇴행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참패 이유는 개혁주도층과 지지기반층의 정서적 공감대의 괴리이다. 중도세력과 중산층, 서민들은 여당의 과거사법이나, 국보법, 남북관계, 사립학교법 개정 등에 대해 '당신들의 개혁'일 뿐 먹고 살기도 힘든 생활고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무관심, 무책임, 무능한 것으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빈부격차 확대의 문제 등 민주화의 이슈가 아닌 세계화의 영향, 달리 말해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기반의 문제에 대해 정부 여당이 실질적으로 이뤄낸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당면과제들을 해결할 비전과 정책을

그러나 한국 정치의 과제는 아직 어느 정당과 정치세력도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올바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또한 '반사이익'을 '자당지지'로 오판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표심은 '양날의 칼'과 같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 향했던 칼날은 언제든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로 향할 수 있다.

경쟁격화와 고용불안,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하는 1천만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7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정치적 대표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민주화 이후 몰아친 세계화의 과제, 성장동력의 확보,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의 문제, 고령화의 문제, 남북관계 개선 등의 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가?

정계개편론의 초점은 특정인물들의 연대나 지역구도의 복원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당면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리더십 구축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5.31 선거는 정치권에 매우 큰 숙제를 준 것이다.


· 글쓴이 / 허 욱
· LIBRA컨설팅(주) 대표
· 성균관대 졸, 서강대언론대학원 졸
· 前 CBS 보도국 기자
· 前 CBSi(주) 대표이사
· 前 인터넷신문 업코리아 편집국장
· 현재 공공정책과 경영전략, SystemEngineering 부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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