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속으로 떠나는 물한리 가을여행
단풍속으로 떠나는 물한리 가을여행
  • 장귀익
  • 승인 2002.10.1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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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생태학교 10월 기행/ 단풍속으로 떠나는 물한리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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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생태학교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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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달에 한번씩 떠나는 두꺼비생태학교 가는 날이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천둥.번개에 순식간에 장대같은 비가 온다.
또 비가 오나?, 수해피해도 아직 그대로인데,
아니 오늘 물한리에 가서 감도 따고 곶감도 만들어 걸고
가을 풍경도 보려고 한껏 기대를 했는데.
나보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던 오늘인데.
빗발치는 어머니들의 전화문의에
자신있게 안심은 시켰으나 내심 걱정을 하며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차가 출발하고 코딱지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자 아이들이 와~하~
코딱지 선생님이 오늘 가는 곳과 가서 할 일에 대한 설명을 하고,
퀴~~즈를 하고 흙피리 선물을 주고 ,하하 호호 우와
생태학교 가는 날의 버스안 풍경이다.


물한리에 도착하니 이번 물난리 실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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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는 곳은 충북 영동군 산촌면 물한리이다.
"물한리"는 아닐勿(물) 한가로울 閒(한)
'한가롭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다.
워낙 깊은 산 속이라 산나물을 뜯으며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먹고살기조차 힘들었던 이곳 사람들의 생활고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산촌면으로 들어서자
이곳이 이번 여름 큰 물 난리를 겪었던 바로 그 현장임을 보여준다.
양옆의 논이 흙구덩이 천지가 되고
사람이 피난가고 없는 빈집과 무너진 집을 헐고 새집을 짓고 있는 곳이며
논 한가운데로 뛰쳐나온 간이화장실도 미처 치우지 못한 채 그대로 있다.
새로 지은 민박집이며 큰 음식점도 피해를 보았는데
집을 지을 때 물이 드나드는 무너미나
물길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같은 곳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저 경치만 보고 장사하기 좋은 것만 생각하고 지었다가 이런 피해를 본 것이다.
특히 올 여름 수해를 당한 곳이 모두 강을 잘라서 논을 만들었던 곳이나
길을 내기 위해서 강줄기를 돌려 둔 곳을 비가 오면서
옛 물길을 찾아 흘러들어서 논이며 길이며 집을 덮쳤다는 것이다.
인간이 수 십년 동안 끙끙거리며 해 논 일을
자연은 한번의 물길로 처음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까불지 말고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라고 말해 주는듯이.


호두 곶감말이 만들어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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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은 원래 '감'이 잘 되는 곳이다.
그래서 좁은 길 양옆이 특이하게도 감나무 가로수길이다.
이곳의 특징을 살려서 어느 공무원이 낸 아이디어란다.
올해는 수해 때문에 덜 하지만 감이 많이 달린 때는
이 감나무 가로수길이 정말 환상적이겠다.
아직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일찌감치 자기 색을 드러낸 나무들이 보인다.
노오란 은행나무며 제대로된 단풍색을 보여주는 붉디붉은 단풍나무가
푸른 시야에 진하게 와서 박힌다.

점심을 먹고 나서 모둠별로 나누어서 '호두 곶감말이'를 만들었다.
먼저 호두를 방망이로 톡톡 두드려서 깨서 속을 꺼내 놓는다.
그 다음에 곶감을 씨를 빼고 납작하게 눌러
그위에 호두를 넣고 김밥 말 듯이 말아서 썰어서 놓으니
그 맛과 얌전함이 대가집 안방마님 솜씨못지 않다.
호두를 방망이로 깨고 곶감을 자르고, 말고, 썰고.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나 모두들 어찌나 열심히들 하는지.
호두는 변비 예방제, 감은 설사예방제인데
호두와 감을 같이 먹어서 잘 반죽된 똥을 누는것이
건강의 비결임을 아이들은 스스로 깨달았으리라.

'호두-곶감말이'를 맛있게 먹고는 이제 곶감을 만들기로 했다.
생감을 감자깍는칼로 깍는다.
꼭지를 먼저 도려낸 다음 껍질을 얇게 벗긴다.
아이들은 정성을 다해서 곱고 얇게 벗기느라 자기코가 빠지는 줄도 모른다.
다 깍은 감을 옥탑방에 올라가서 매달아 놓은 줄에 하나씩 매달았다.
한 두어달 지나서 맛있는 곶감이 되면 다같이 모여서 곶감파티를 하기로 하고.


자~ 이제 감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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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감따러 가자~ 장대들고 망태메고 감따러 가자.
물한리 산장 뒷산의 감나무로 모두 감을 따러 갔다.
아이들이 자기 키 보다 몇 배 큰 장대를 들고 높은 곳의 감을 따는 아이,
산에 올라가서 직접 따는 아이,
저 높은 곳에 달린 감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지
목이 빠져라 쳐다보며 장대를 이리저리 돌리느라 진땀을 뺀다.
가지 끝에 붉은감과 길쭉한 잎사귀까지
자기 손으로 딴 감꽂이를 하나씩 들고 돌아가서
엄마에게 자랑할 생각으로 가방에 잘 간수해 둔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이들은 익숙하게 물한리 계곡으로 내달린다.
계곡물에 발 한 번 담그지 않고는 떠날 수 없다는듯이.

점심을 맛있게 먹게 해준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버스 타는데 까지 배웅 나오신 주인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우리는 물한리를 떠난다.
시골 할머니댁에 다녀올 때처럼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광명경실련 장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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