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 난지도 하늘공원에 다녀오다.
쓰레기산 난지도 하늘공원에 다녀오다.
  • 이윤정
  • 승인 2002.10.30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레기 산 난지도 하늘 공원
================================================================


이름 예쁜 하늘공원이 쓰레기 산이라는 말은 듣고 떠났습니다.
대절한 버스에서 내려 서틀버스로 갈아타고 내린 공원 들머리에서
큼큼한 냄새가 났지만 기분 탓으로 생각했습니다.

90M나 쌓은 쓰레기 더미 위에 플라스틱 막을 덮고 다시 10M 정도 흙을 덮어
그 넓은 동산을 만들었다는 생태보존 시민 모임 김종찬 선생님 설명을 들었습니다.
군데군데 나있는 돌 웅덩이 길이 바닥으로 스미지 못하는 빗물을 흐르게 하는 물길이라는 것과,
쓰레기가 썩어 차오르는 가스를 빼내는 가스관에 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풀들을 하나하나 옮겨다 심었다는 공원이 30-40년 뒤면
쓰레기가 썩으면서 조금씩 무너져 내릴 거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하늘하늘 흔들리는 억새 숲이며, 납작 엎드린 서양민들레, 버석버석 말라 서 있는 망초며, 토끼풀...
갖은 풀들을 보고 있을 땐 그런 말들이 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습니다.
덩그라니 높은 동산이라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온통 하늘로 둘러싸인 듯해
어디 먼 곳에 가을 여행이라도 나온 것 같은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같이 간 꿈터 꼬맹이들과 자원봉사 선생님들, 지역 주민들도 모두 가을 산행이나 나온 듯이 들떠있었습니다.
새카만 먹구름이 밀려올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한껏 쌀쌀한 가을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공원을 대충 다 둘러보았을 즈음 하늘 저편부터 뒤덮기 시작한 먹구름이
순식간에 온 하늘을 뒤덮고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점퍼며 모자, 가방까지 뒤집어쓰고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왔을 땐 빗줄기가가 제법 굵어져 있었습니다.
키 큰 나무 하나 없는 덩그런 동산엔 그야말로 비바람이 휘몰아쳤습니다.

셔틀버스 창 밖으로 쓸쓸하게 흔들리는 세상을 보며,
땅속으로 스미지 못해 갑자기 불은 빗물이 휘감겨 내려오고 있을 하늘 공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어디를 다녀오고 있는지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높이 쌓을 수가 없어서, 더러운 쓰레기 산을 사람 곁에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길어야 40년 뒤면 무너져 내릴 줄 알면서도 그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 만든 공원,
이름이 예쁜 하늘 공원을 다녀오면서 쓰레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누가 꼬치꼬치 따져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앞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 생긴 쓰레기 산이 생길 때마다 공원을 만든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살 집터도, 먹을거리를 키워내는 논밭도
다 공원 터로 내어주어야 할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을 하며 공원을 내려왔습니다.


후기
-------

광명만남의 집에서 푸른 광명21실천협의회 실천사업으로 "쓰레기 줄여가는 마을 만들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타지역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시도하여 얼마전 문을 연 "하늘공원" 을 그 견학지로 선택하였다.
광명만남의 집 방과후교실 "꿈터"아이들과 지역의 주민들과 아이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였고 짧은 시간의 생태탐사 기회였지만,
다시한번 환경의 소중함과 쓰레기에 대한 우리의 작은 실천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환경교육의 장이었다.


<만남의집 이윤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