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 그녀가 사는 법!
‘폼생폼사’ 그녀가 사는 법!
  • 강찬호기자
  • 승인 2006.06.15 18:23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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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을 신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꽃을 밟게 됐는데, 그 꽃의 향기가 백리까지 갔다고 하여, ‘백리향’이라고 불리는 꽃이 있다. 백리니, 40킬로다. 
요즘 환경 모임이나, 생태 모임, 교육을 주제로 하는 모임 등에서 자신의 이름 대신 자연물을 이용해 ‘별명’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안3동에 사는 이명숙씨의 별명이 ‘백리향’이다. 
광명경실련 환경 모임인 구름산두꺼비에서 이명숙씨를 부르는 별명이다. 이씨는 대학에 다니는 딸이 둘인데, 모임에서 별명을 지을 때 가족과 의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큰 딸의 의견을 들어 ‘백리향’을 쓰기로 했다. 
월드컵 토고 전을 승리로 이끈 대한민국은 뜨거웠다. 그리고 그 뜨거움을 시켜주기라도 할 듯 다음 날인 14일 대한민국은 봄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이 날 백리향과 동행했다. 백리향이 안내 교사로 참여하고 있는 두꺼비생태학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사전에 답사하는 일정이다. 그리고 그 동행 길에 이야기를 나눴다.

백리까지 가는 향 내음을 가진 그녀! 정말?

백리향은 올해 자랑할 만한 일 두 가지를 했다. 
한 가지는 운전배우기다. 지금도 왕초보 딱지를 붙이고 다니지만, 이제 시내 운전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또 하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한 것이다. 
환경모임을 하는 이로서 디지털 카메라의 구입은 각별한 의미다. 
자연 생태를 관찰하면서,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나, 디지털 카메라는 요즘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닐 만한 것은 아닐 진데, 백리향에게 각별한 것은 왜일까?
운전면허는 남편에게 의존적이던 이동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음으로 해서, 백리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환경 모임이나 취미 활동을 담을 수 있어, 생활의 변화에 크게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디카’는 외출 시 가방에 담을 필수품이 되었다. 이제 ‘디카’를 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남아있다. 

소소한 일상, 그러나 백리향에겐 특별한 일상들.

백리향은 용인에서 나고 자랐다. 그리고 서울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 용인을 떠나 광명에서 살고 있다.
용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유년 시절은 ‘풍부함’이다. 
5남매 중 작은오빠와 친하게 지냈다. 
작은 오빠는 파일럿이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파일럿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대령으로 있다. 곧게 살아가는 작은 오빠와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가진 기억들은 재밌는 추억들로 남아 있다. 
농사일, 흙과 자연에 대해 거부감이 없이 친근하게 기억이 되는 것은 유년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화롯불에 매운탕을 끓여 먹은 일, 밤을 구워먹고, 참새를 구워서 먹은 일 등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매운탕에 넣는 물고기는 때론 엄하다가도 자상했던 아버지가 잡아 주었다.

용인에서 보낸 유년의 감성이 영원한 소녀로 남게 해.

백리향, 그녀를 아는 이들은 백리향의 소녀 같은 캐릭터에 미소를 머금는다. 외모도 외모지만, 소녀시절 마음씨와 말씨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스스로가 ‘폼생폼사’라고 인정을 한다. 멋있지 않으면 안한다. 어디서 온 걸까? 백리향은 원인을 어린 시절에 본 아버지 모습에서 찾는다. “(아버지는) 그 당시에도 시골에서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녔다.” 논에서 마을 분들은 일하고 있는데, 양복을 빼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백리향 부친 모습을 그려보니,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백리향은 그 동안 사람들과 어울려도 술은 안하는 편이었다. 답은 간단하다. “술을 먹으면서 서서히 술기운에 얼굴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 싫다.” 술을 즐기는 주당들에게는 당연한 모습이, 백리향에게는 전혀 안 멋있게 보이는 거다. 아무래도 폼생폼사의 품위를 훼손한다고 보는 것이다. 주당들이 들으면 노할 말이다. 아마 서로 사는 ‘세상’이 달라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보통 술을 안 먹는 이유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나, 입에 안 맞아 못 먹는다고 답할 것 같은데, ‘멋’의 문제로 이유를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술 먹는 것, ‘멋’이 문제야!

그런 백리향이 최근에 행보를 바꿨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남편과 어울리기 위함이다. 
술을 먹으면서 남편과 어울리는 시간에 대해, 남편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일까? 부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재미없는 대한민국의 부부사이에 꼭 필요한 방법이다. 그래서 백리향 부부도 지역 마라톤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 달린다. 그리고 그 동호회에서 어울리면서 금주 혹은 절주의 벽을 조금은 허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남편과 술 한잔하는 시간으로 확대되면서, 부부사이에 ‘놀거리’가 더 생기게 된 것이다.

이유있는 폼생폼사

폼생폼사 백리향이지만, 일상은 바쁘다. 
두 딸을 키우느라, 갖지 못했던 개인시간을 활용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 
두꺼비 생태학교 안내자 활동에 전념한다. 
천연염색도 지도하고, 천연비누도 만든다. 
생태학교를 통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그 가지 수가 많다. 
지역에서 요청이 오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바쁘다. 
얼마 전에 지역에서 열린 청소년축제 난장에 천연비누 만들기 코너를 운영하면서, 일요일을 쉬지 못하고 코너를 운영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방문한 인기코너 중에 하나였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하모니카 배우기도 열심이다. 
이제 다른 곳에서 연주를 요청하면, 신중하게 들어 줄 정도 실력이 생겼다. 최근에는 플롯을 배우는 중이다. 
아침에 분당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광명역까지 차로 배웅을 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용인에 들른다. 어머님이 그곳에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가서 어머님이 짓는 농사일을 거들기도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여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림을 배우는 것은 일 순위다. 
생태학교에서 사진으로 찍었던 것, 배운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아는 지인들에게 서툰 그림이지만, 정성을 담아 선물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것은 역시 ‘폼’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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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화 2006-09-21 18:23:29
백리향이라~~
아름다운 향기로 좋은일 하시는
백리향님께 축하 드립니다
두꺼비 생태학교의 자연을 우리들이 잘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텐데~~
백리향님의 멋진 삶을 위하여~~

채영재 2006-06-30 23:57:16
백리향*^^*
이름만큼 당신도 아름다워요.
글구,구여워요.
앞으로도 쭉~~~폼생폼사 부탁해요!!!

투투 2006-06-17 22:42:18
실물이 훨 이쁘실것 같아요...

이서방 2006-06-17 22:39:28
폼생 폼사 백리향님!! 정말 멋져용~

조명선 2006-06-18 22:55:57
백리향...특별하게 만나길..또 기대함다.
언제나 그 멋스러움...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