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마법에 취한 광주, '우리는 하나'
6.15 마법에 취한 광주, '우리는 하나'
  • 이국언기자
  • 승인 2006.06.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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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6.15' 마술에 취했다. 한동안은 6.15와 '평양 통일음악단'이 남기고 간 여운에 헤어나기 어려울 분위기다. 6.15공동선언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해 직접 특별연설을 했는가 하면, 북측 대표단들은 국립 5.18묘역을 공식 참배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우리 민족끼리"와 "조국통일"은 더 이상 수사적 표현이 되지 못했다.

15일 6.15공동선언발표 6돌 환영공연이 펼쳐진 조선대학교 대운동장. 2만여명의 시민들의 손과 손에는 생전 처음이었을 단일기가 쥐어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누군가 "조국"을 선창하며 흐름을 놓칠세라 "통일"을 목청껏 외쳤다. "우리는"이라는 선창에는 "하나다"라고 더 큰 목소리를 이어갔다.

  
▲ "평양통일음악단" 공연이 펼쳐진 15일, 조선대학교 운동장에서 한 시민이 절로 돋는 흥에 겨워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다.ⓒ이정재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들 가슴속에도 남과 북은 더 이상 남남이 아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후반의 한 어르신은 "통일이 성큼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라고 이날의 소회를 피력했다. 일을 마치자마자 가족과 함께 왔다는 그는 "북녘 동포들이 멀리 광주까지 와 줘서 고맙다"며 "통일이 돼서 이렇게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남다른 생각도 덧 붙였다. "반세기가 넘도록 부모 자식을 못 보고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느냐"며 "자주 보고 만나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을 정치적 논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남쪽이나 북쪽이나 서로의 우방국로부터 분단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60대 중반의 할머니는 손주를 이끌고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북측 사람들을 보니 예쁘고 야물더라"며 "통일도 멀지 않았다. 나는 이미 통일 해 버렸다"고 말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두루 지켜봤다는 김온림(68.서구 내방동)할머니는 "젊은 사람들과는 겪어 온 시대와 경험이 틀려 그 느낌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한국전쟁의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내내 가슴이 울렁거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 통일의 물결은 지하철까지 이어졌다. 15일 조선대학교 축하공연이 끝나고 상무지구로 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 자원봉사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는 이들은 "벌써 통일은 됐다"고 말한다. ⓒ이정재
지하철에서 만난 우향순(53)씨는 "북녘 사람들이 궁금했는데, 막상 직접 바라보니 서로 이웃 같고 형제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며 "우리는 본래 하나의 민족 아니었느냐"고 분단의 현 상황에 대해 되물었다. '통일음악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쁘고 수수하고 멋있더라"며 "우리는 마음이 가 버렸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 6돌을 맞이한 광주는 지금, 마술에 걸려들었다.


이슈신문 '시민의소리' 이국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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