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6.15' 마술에 취했다. 한동안은 6.15와 '평양 통일음악단'이 남기고 간 여운에 헤어나기 어려울 분위기다. 6.15공동선언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해 직접 특별연설을 했는가 하면, 북측 대표단들은 국립 5.18묘역을 공식 참배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우리 민족끼리"와 "조국통일"은 더 이상 수사적 표현이 되지 못했다. 15일 6.15공동선언발표 6돌 환영공연이 펼쳐진 조선대학교 대운동장. 2만여명의 시민들의 손과 손에는 생전 처음이었을 단일기가 쥐어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누군가 "조국"을 선창하며 흐름을 놓칠세라 "통일"을 목청껏 외쳤다. "우리는"이라는 선창에는 "하나다"라고 더 큰 목소리를 이어갔다.
통일에 대한 남다른 생각도 덧 붙였다. "반세기가 넘도록 부모 자식을 못 보고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느냐"며 "자주 보고 만나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을 정치적 논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남쪽이나 북쪽이나 서로의 우방국로부터 분단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60대 중반의 할머니는 손주를 이끌고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북측 사람들을 보니 예쁘고 야물더라"며 "통일도 멀지 않았다. 나는 이미 통일 해 버렸다"고 말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두루 지켜봤다는 김온림(68.서구 내방동)할머니는 "젊은 사람들과는 겪어 온 시대와 경험이 틀려 그 느낌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한국전쟁의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내내 가슴이 울렁거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 ||||||||||||||||||||||||
|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