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이 미선이 그리고 덕수궁
효순이 미선이 그리고 덕수궁
  • 조명선
  • 승인 2002.11.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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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 미선이 그리고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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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는 온데 간데 없고 매서운 바람만이 공원을 휘감았다.
추운 겨울 날씨 보다 더 가슴 서린 것은 모인 사람들의 절절한 절규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나라의 막강한 경찰력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아픔이었다.

11월 4일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는
“한반도 평화실현, 불평등한 SOFA 개정 ,
미장갑차에 깔려 억울하게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를 위한 추모 시국기도회”가
전국의 사제, 수녀 300명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천주교인들의 하나된 목소리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던 어느 한 수녀의
고개숙여 기도하며 모아진 두 손은 너무나 간절해 보였다.

한반도의 평화?
미국은 조금씩 조금씩 한반도 전쟁을 아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왜냐고? 미국은 전쟁을 만들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국가이니까...
머릿 속이 복잡해 지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 다만 아프고, 분노하게 될뿐이었다.
우리의 딸들을 비참하게 죽게하며 전쟁연습훈련에 여념이 없는 미국놈(?)들에 대한 분노는
미사 집전을 하신 문정현 신부의 피맺힌 절규와 외침으로 해서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울렁이게 하였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수녀들의 노래 소리는 슬픔을 넘어 억울하게 숨진 영혼들의 넋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시국미사가 끝나고 우리의 바램을 담은 구호들을 외치며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평화시위를 진행하였다.
거리 행진을 하려고 이동하려는데 방어태세를 완벽하게 갖춘
우리의 막강한(?)경찰들이 한 걸음도 내딛이지 못하게 우리를 에워싸기 시작하였고,
곧바로 시위대열에 가장 앞에 서서 행진을 시작하였던
신부님 한명이 경찰한테 맞는 일이 발생하였다.
신부님이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40명의 전국에서 참여한 신부들은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외침과 함께
시위대열보다 몇 배 많은 경찰들에게 맞서 싸우기 사작하였다.
신부,수녀,수사등 시국미사에 참여하였던 우리들의 외침은
“평화시위 보장하라” “ 효순이를 살려내라”“미선이를 살려내라”
“주한미군 철수하라” “SOFA개정 실시하라” 는 것이었다.
우리의 구호는 너무나도 간절하였고 커져만 갔다.
그 이후 기나긴 시간 경찰력과의 싸움이 있었으나,
평화시위를 하려는 우리의 바램은 막강한 경찰력을 무력화 하기에 충분하였다.

드디어 우리는 평화시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고 덕수궁 대한문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우리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알려내며 행진을 전개하였다.
정말로 기뻤으나, 80년대와 다름없는 무자비한 시위진압 형태를 자행하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해 씁쓸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우리의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경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행진은 계속되었고 조선일보 사옥에 이르게 되었다.
누가 먼저라고 하기도 전에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외친 소리는 “조선일보 폐간하라”였고,
그 소리는 당장이라도 조선일보 사옥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조선일보 사옥을 지나 시청을 지났고, 대한문에 도착한 시위대열은 마무리 집회 시간을 가졌다.
이미 세상은 어두워 졌고 매서운 바람은 우리를 더욱 춥게 하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나고 자라고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이 땅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시민들에게
미국의 오만함을 알려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에 우리들 가슴은 따뜻했다.
아마 오늘 하루 미선이 효순이의 영혼도 편히 쉴수 있었으리라.

미선이 효순이가 죽은 지 어느 새 150여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고 해결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간절한 외침과 사랑이 있는 한
그들의 죽음은 절대로 헛되지 않을 것이다.

<광명만남의집 조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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