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 지키는, 그는 ‘프로’였다. 김홍일씨
자기 자리 지키는, 그는 ‘프로’였다. 김홍일씨
  • 강찬호기자
  • 승인 2006.06.21 1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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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참치, 김홍일 주방장을 만나다.

참치와 맺은 인연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이가 있다. 
본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참치전문점 ‘백두참치’의 김홍일(37) 주방장이다.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주방장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과 달리, 일상복을 입고 있는 그는 훨씬 자유롭고 말쑥해 보였다. 
커피 한 잔을 먹으며, 밀착 대화를 나눴다.

남들 잘 때 일한다.

김홍일 주방장의 하루일과. 
새벽 4시경에 퇴근한다. 퇴근을 하면서, 홀과 주방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차로 집 근처까지 배웅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이 드는 시간은 새벽 5시경이다. 그리고 11시에 일어난다. 출근하는 시간은 오후2시에서 3시 사이다. 
옷을 갈아입고, 냉장고에 있는 참치를 해동하면서 준비를 한다. 4시 30분 즈음, 손님이 들어오면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는다. 
저녁 8시, 9시면 퇴근 후 손님들이 밀어 닥친다. 보통 사람들의 일과와는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다. 먹고사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과 때문에 초등학교 두 딸과 놀아 줄 시간이 없는 것이 늘 미안할 뿐이다.

참치 전문점, ‘맛’만으로는 안 돼.

백두참치 전문점.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이곳은 주방장을 중심으로 모여 앉는 자리 배치다. 손님들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는 것이 아니다. 
옆으로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한다. 자연스레, 손님들은 주방장과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 주방장의 역할은 참치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방장과 손님 사이에 수시로 대화가 오고가는 것이 참치집의 특성이다. 
주방장의 입장에서는 참치를 맛있게 내는 것뿐만 아니라, 손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생활을 거꾸로 하는 것도 힘들 일인데, 조리사로서 맛과의 ‘승부’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손님과의 대면을 통해 또 다른 ‘행동’을 요구받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참치 전문점은 주방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누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 주방장이냐에 따라 영업이 좌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단골손님, 비결은 글쎄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과 말 한마디 나누는 친밀함이 중요하다. 
음식만 맛있다고 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막 퍼주는 것도 아니다. 
손님에 따라 맞춰 드린다.” 소위 맞춤형이다. 
손님에게 맞춘 다는 것. ‘맞춤형’이라고 하는 것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상적인 마케팅 용어가 되어 있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서비스를 받는 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김홍일 주방장 역시 이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맛을 유지하면서도, 손님의 특성에 따라 친절을 전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이곳 백두참치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은 단골손님들이다.
단골이 많은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한 발 빼는 듯 답하더니, 자연스레 답이 흘러  나온다. “(비결) 잘 모르겠다. 그냥 오신다. 싹싹하게 웃어주는 것이 좋다고 손님들이 간혹 이야기 한다.” 웃음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과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참치에 술 한 잔 찾는 이들에게, 휴식 같은 편안함은 기본이다. 친밀함의 유지다.

변함없이 똑 같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단골 비결을 찾기에 밋밋하다. 뭔가 ‘특별함’이 나와야 한다. 말을 이어간다. “항상 똑같아야 한다. 변함이 없어야 한다. 참치가 많이 들어올 때도 있고, 적게 들어 올 때도 있다. 그러나 손님에게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어야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틀리면 손님이 더 잘 안다. 주변에 참치 집 널려 있다. 돈이 없어 못 먹는 것이지, 참치 집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프로들에게는 그들만의 힘이 있다. 일종의 비결이고, 철학이다. 김홍일 주방장 역시 상업지구 한 모퉁이에서, 참치 집을 한다는 것이 다른 곳과 치열한 경쟁의 현장에 있다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치 집이 상업지구에 5곳, 인근 주변을 포함하면 8곳이다. 
단골손님을 확보하려면, 그 만의 비결을 갖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은 상식이다. 손은 맛을 내고, 얼굴은 친밀함의 미소를 담는다. 그리고 머리는 참치의 전체 양을 가늠하면서, 손님 한 명, 한 명에게는 변함없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손님들은 그 맛과 친절, 그리고 만족을 경험한다.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다.

참치, 부위마다 다른 그 깊은 맛에, 풍덩!

화제를 이동해, ‘맛’으로 간다. 참치만의 맛의 비결은 무엇인가. 
왜 참치를 즐기는 것인가. 
손님들의 반응을 인용한다. “손님들이 말한다. 처음에는 참치 맛 잘 몰랐다. 물렁물렁한 느낌만 있다. 그런데 세, 네번 먹다 보면 그 맛에 빠진다. 참치 맛의 ‘깊은 맛’을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광어는 그런 깊은 맛이 없다. 참치는 부위마다 다른 깊은 맛이 있다. 참치 먹다 광어 못 먹는다고 한다.” 참치 맛은 그 부위마다, 맛의 깊이가 달라, 미식가들에게 먹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참치를 내는 과정에서 참치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동’이다. 
냉장고에 열린 참치를 손님들이 먹기 좋게 내 놓는데, 그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맛을 즐기는 것에 영향을 준다. 해동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다음은 참치에 곁들여 먹는 것들이다. 최근에 묶은 김치를 씻어서 내 놓고 있다. 참치를 먹다 보면, 느끼한 경우도 있는데, 묶은 지가 이런 맛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97년부터 주방장으로 일하기 시작.

김홍일 주방장은 일식 기능사이다. 
일식 전문 조리사로서, 참치 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참치에서 일한 지도 3년이 넘고 있다. 그 전에는 동원 참치에서 3년 정도 일했고, 그 전에는 온양관광호텔에서 오픈 멤버로 4년 정도 일했다. 92년도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무언가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조리사가 되었다. 하다 보니,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일식집에서 ‘초밥다이’로, 즉, 주방장 보조로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익힌 실력으로 요리 학원에 가는 것 없이, 자격증도 땄다. 1차 필기시험은 한 번에 통과, 2차 실기시험에서는 자신했는데, 한번 떨어졌다. 
출제 유형이 학원에 맞춰 있어, 실력으로만 건너기에는 벽이 있었다는 것이다. 선배 주방장이 그 학원 유형을 익히도록 책을 주었고, 아는 내용이지만, 숙지를 하고, 바로 실기도 통과를 했다. 
주방장으로 일을 한 것은 ‘97년도부터다. 일식집이 멋있어 보여, 일식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일식의 한 분야인 참치에 매진하고 있다.

마음 맞는 이들과 일하는 것이 즐겁다.

김홍일 주방장은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고 있다. 크진 않지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주방장과 오너인 사장 사이가 편해야 한다. 그런 관계가 유지되지 않아, 수시로 이동을 하는 주방장도 많다는 것이다. 사장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방과 홀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관계 역시 잘 맞는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마음 맞는 이들과 일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성실한 가장으로, 한 직장의 주방장으로, 그는 근면하고 성실하다. 
한 달에 한 번 밖에 쉴 수 없는 직장이고, 거꾸로 살 수 밖에 없는 일상이지만, 그에게 결근은 없다. 몸이 안 좋다 싶으면, 찜질방에 가서 땀을 낸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감을 생각하면, 한 치의 흐트러짐도 ‘노’다. 늘 출근하는 직장, 오늘도 손님이 많았으면, 장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출근길에 나선다. 언젠가, 그에게도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서, 꿈을 펼칠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성실한 삶으로 ‘의무'를 다한다. 
맘껏 놀아 주지 못하는 아빠지만, 그 딸들이 더 성장하면, 아빠의 마음을 다 알아 줄 것이다.

남자와 밀착 대화, ‘취미’는 아닌데, 간혹 쑥스러워 멋 적은 웃음 짓는 그에게 ‘농’을 건네며 가진 인터뷰는 즐거웠다. 
백두참치 그곳은, 참치 향보다, 사람 향이 더 강한 곳이다. 
그 한복판에 그, 김홍일이 있다. 
그리고 그는 성실함과 책임감 강한 전형으로, 친밀한 미소를 건네고 있다. 그리고 그가 궁금하면, 그 친밀한 미소와 대면하시길. 그리고 그의 손도 슬쩍 훔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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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산 2006-06-23 12:53:57
오호~~ 백두참치 김실장님 나오셨군요..
항상 웃는 모습 변함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