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산두꺼비 아줌마들의 하일초등학교 습격사건(?)”
“구름산두꺼비 아줌마들의 하일초등학교 습격사건(?)”
  • 조은주
  • 승인 2002.11.12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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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교육의 학교교육 담 허물기가 시작된다.”


10월 28일(월)을 시작으로 11월 8일(금)까지
지역사회 교육과 학교교육의 담을 무너 뜨리는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일 초등학교(하안3동 소재) 5학년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나무와 가을 열매’라는 주제로 현장 체험 학습이 이루어졌는데,
눈에 띄는 것은 담임선생님의 지도가 아닌 아줌마 선생님의 안내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다.

“구름산두꺼비 아줌마들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된다.”

과감하게 학교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밖으로 이끈 아줌마들의 실체는
광명 경실련 산하 생태모임인 구름산두꺼비 회원들이다.
구름산두꺼비는 2년 동안 구름산 주변의 식물생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아이들의 생태탐사를 안내하고 있다.
생태연구소 마당의 소장 류창희 선생님부터 푸른광명21협의회 허기용 사무국장까지
여러분의 선생님들이 구름산두꺼비회원들의생태학습을 도와주셨다.
회원들끼리 도감을 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구름산을 다니며
간난아이의 솜털 같은 봄 꽃이며, 여름의 우거진 수풀, 가을의 열매,
애처로운 겨울나기를 돌아보며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마음으로 체득해가고 있다.

조용한 숲친구 안내자가 되어

그렇게 체득한 내용을 가지고 이제는 한걸음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조용한 숲 친구를 안내하게 된 계기가 마련이 되었다.
하안초등학교 학습도움실 아이들과의 나들이에 이어
하일초등학교 5학년 현장 체험 학습 진행이 그것인데,
구름산두꺼비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 내의 생태학습 안내자로서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다.
하루에 한 반씩 담임선생님과 함께 5명의 안내자들이 모듬 별로
학교주변의 나무와 학교 옆 작은 동산에서 살고 있는 나무들의 열매를 가지고
이름도 붙여보고 나뭇잎과 열매로 모듬별 작품도 만들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순간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언제나 지나다니는 길이건만 그 길을 오래도록 지켜왔던
나무나 작은 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던 아이들은
빨갛고 까만 작은 열매들을 보며 마냥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학교담장 밑에서 언제나 아이들의 오고 감을 말없이 지켜보았을 쥐똥나무며
아파트 안의 작은 휴식처가 되는 등나무, 가을이면 화려한 변신을 하는 단풍,
빨간 열매가 탐스러운 산수유, 키가 큰 메타세콰이어, 오동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측백나무, 오리나무, 참나무류,
봄이면 아파트 담장을 예쁘게 꾸며주는 찔레꽃, 장미 등의 열매를 보고
그 속에 담긴 씨앗들이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포근한 털로 감싸주고,
날개를 달아준 나무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느껴간다.
오동나무의 열매를 잘라보니 그 안에 보드라운 깃털로 감싸인
작은 씨앗들이 총총 모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와!하는 탄성이 터진다.
처음엔 열매를 서로 따려고 달려들던 아이들도 나무는 엄마,
씨앗은 바로 너희들과 같아 하는 안내자의 말에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에 손을 대는 아이들은 없다.

파란 하늘아래 날리는 낙엽과 아이들의 웃음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이렇게 아이들은 내가 살고 있는 땅에
나 아닌 다른 소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귓볼이 빨갛게 어는 줄도 모르고
안내자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나무 주변에 떨어진 낙엽과 열매를 주워 작은 봉지에 담는다.
가는 길에 은행나무잎이 소복히 싸인 산 밑에서 아이들은 나뭇잎을 모아 하늘로 날리고,
마치 눈싸움을 하듯 나뭇잎을 모아 던지는 놀이로 한껏 즐겁다.
파란 하늘아래 날리는 낙엽과 아이들의 웃음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학교와 아파트주변을 돌고 철망산을 오르며 모은 나뭇잎과 열매로
아이들은 커다란 하드보드지에 아이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무것도 없던 하드보드지에
나뭇잎과 열매는 바다도 되고 연못도 되고 인어공주도 되고, 여우도 된다.

지역사회 교육과 학교 교육은 이렇게 서로의 담장을 허물기 시작한다.

나무는 어느새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놀이감이 되고,
엄마처럼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역사회 교육과 학교 교육은 이렇게 서로의 담장을 허물기 시작한다.
한 선생님은 생태교육에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며
생태학습을 받을 수 있는 통로에 대해 물어보신다.
현재 광명YMCA에서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며
좀 더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이 있기를 내심 바래본다.
이번 체험의 한 안내자는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이른 시간에 나오려면 조금 힘이 들긴 해요.
그래도 숲길을 산책하면서 재미난 나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나무와 숲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종일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제 곁에 있는 것 같아서 상쾌하고 뿌듯하죠.”라며함박 웃는다.

내년 봄, 우리 주변의 들풀과 들꽃이라는 주제로

지역 내에서 이러한 형태의 지역교육과 학교교육의 결합이
더 폭 넓게 자리 잡아간다면 아이들도 내가 살고있는 광명이
마치 고향처럼 푸근하고 정감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올 봄부터 가을까지 가졌던 하안초등학교 학습도움실 아이들과의 나들이 이후
하일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 구름산두꺼비는 내년 봄,
우리 주변의 들풀과 들꽃이라는 주제로 더 많은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아줌마들의 신나는 탐사활동과 지역안내자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어
학교 교육과의 담벼락이 조금씩 무너지고 차가운 벽 대신 따뜻한 나무들이 자리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생명에 대한 존귀함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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