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두꺼비들 철새따라 훨 훨~
어린이 두꺼비들 철새따라 훨 훨~
  • 광명시민신문
  • 승인 2002.12.10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는 철새탐사, 아래는 외암리 민속마을 풍경>


어린이 두꺼비들 철새따라 훨 훨~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 발마저 날리던 12월 8일 오전 8시,
두꺼비생태학교 어린이들이 마지막 탐사를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오늘 갈 곳은 금강하구와 외암리 민속마을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코딱지 선생님께 금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금강은 물의 흐름이 마치 비단을 펼쳐놓은 듯 아름답고
금강의 모래역시 햇빛을 받으면 비단 빛으로 반짝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는 동안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비디오를 보며
아이들은 철새와 함께 날으는 꿈을 꾸며 금강에 도착했다.
금강 어귀로 차가 들어서자 차 창으로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어린이들의 방문을 반기듯 떼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물 속으로 잠수도 하며 멋 진 모습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청둥오리와 고니, 고방오리, 쇠오리, 비오리

드디어 도착!
일찍 출발하느라 아침을 못 먹고 온 아이들을 위해 좀 이른 점심을 먹고,
금강하구 철새탐조대에 도착했다.
새들이 싫어하는 것을 그 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은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고, 목소리도 낮춘다.
선생님이 설치해주신 망원경으로 아주 가까이에서 보듯
새들의 움직임을 볼 수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청둥오리이다.
화려한 얼굴 빛깔로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동화책에서나 보던 하얀 깃털과 긴 목이 우아한 고니도 떼로 몰려있다.
에고고!
그런데 그 우아한 고니도 먹이를 잡으려
물 속에 그 긴 목을 물 속에 집어 넣는데 엉덩이만 동동 뜬다.
처음 보았던 그 우아함은 다 사라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먹이를 잡는 모습이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금강하구는 매년 20여종의 20여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월동을 하는 곳이다.
큰기러기도 보이고, 홍머리 오리도 보인다.
옛날 시집 안 간 처녀들의 댕기머리를 고방머리라고 했는데
목이 하얗고 뒷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색이
마치 처녀들의 고방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고방오리,
작고 귀여운 쇠오리, 꼬리가 짧막한 뿔 논병아리 등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평화롭게 금강하구를 노닐고 있다.
오리들을 살펴보면 팬티(엉덩이부분의 색깔)가 보이는 오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오리가 있는데,
청둥오리는 검정색 팬티, 쇠오리는 노란 팬티를 입고 있다.
이렇게 팬티가 보이는 오리는 수면성 오리이다.
그렇지 않은 오리는 대부분 잠수성 오리인데,
비오리는 물 속에서 3~4분간씩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뿔논병아리란 놈

그 중 뿔논병아리란 놈은 머리는 까맣고 머리에 뿔이 난 녀석인데
워낙에 방방 거리고 다니는 데다 잠수하면 1분 정도씩 물 속에 있으니
망원경으로는 여간해선 보기 힘든 녀석이다.
함께 간 선생님이 그 녀석을 오랫동안 지켜 볼 행운을 가졌는데,
보고 와서는 한참을 키득키득 웃는 것이다.
그 녀석의 목이 좀 긴 편인데, 아마 고니와 함께 있다 보니
자신이 고니처럼 우아한 모습이라고 착각을 한 모양이다.
조금 긴 목으로 좌 우의 털을 얌전하게 고르고는
마치 유럽의 귀부인마냥 고고한 척을 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강아지들 털 말리듯 팩!팩!팩!촐싹맞게 털고는,
다시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고고한 자태로 깃 털을 다듬고
다시 팩!팩!팩! 고개를 털면서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함께 키득키득 웃었다.
인간사회에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상상하면서…

코딱지선생님의 철새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고,
새들에게 먹이도 주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외암리 민속마을로 옮겼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충청남도 아산시와 천안시 경계에 있는 마을로,
동쪽의 설화산을 등지고 동서로 길쭉하게 형성되어 있다.
조선 말기 충청도 양반집의 전통적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전형적인 양반마을로
약 5백년 전에 이 마을에 정착한 예안 이씨 일가가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어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끝없이 이어진 돌담길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옛 풍경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즈넉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은 격식있는 기와집들과 아담하고 정겨운 초가가 어우러져 있다.
돌담도 일본식의 날카로운 돌담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평석쌓기 방식이라
돌담 역시 푸근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마을의 길들이 끊긴 듯 이어진 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있는데,
그것은 기의 흐름을 막지 않기 위해서
집을 지으면서도 자연의 기 흐름을 고려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조상님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을에는 감나무가 많았다.
한 할머님 댁으로 들어가 정성스레 만들어 놓으신 연시를 맛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겉 모양은 울퉁불퉁 투박 했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에
아이들도 입가에 붉은 감을 묻혀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곳곳에 조선시대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등이 보존되어있었다.
특히 군수댁은 집은 작은데 회화나무와 수석이 어우러진 멋진 정원이 참 아름다웠다.
가족 수에 맞는 공간만큼(한 사람 당 약 다섯평)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서로의 건강한 기를 원활히 주고 받는 건강한 집이라는 말씀과 함께
너무 넓은 집은 서로의 건강한 기를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황폐해진다는 코딱지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자기네 가족 수와 집 평수를 계산하느라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대부분 아이들이 우리집은 건강한 집이야 하며 어깨를 으쓱한다.
아마 집이 작아서 어깨를 으쓱 거릴 수 있는 데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역시 작은 집에 살고 있는 기자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길을 돌아 나오면서 코딱지선생님이
연꽃잎으로 술을 담근다는 연엽주를 한 병 구입하신다.
코딱지선생님은 작은 잔에 술을 조금씩 따라 아이들에게 맛보게 하셨다.
아이들은 술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 없이 조금씩 술 맛을 보았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술 맛에 얼른 가서 기자도 한 병을 구입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저물 즈음의 마을은 정말 고요하고 평화롭다.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나무의 감들이 석양 빛을 받아 붉게 반짝이는 모습과
길고 흰 수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마당을 싸리비로 쓸고 계시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아쉬움은 또 다른 기다림으로 남고

저무는 해를 뒤로 올 해의 마지막 탐사를 아쉽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은
마지막 탐사의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 차 안에서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 탐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다들 잠을 자거나
조용히 비디오를 보거나 하는 모습이었다.
재잘재잘 소근소근, 깔깔깔…
추운 날씨였지만 춥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탐사였다.
광명에 도착하고 나니 거리엔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고
차가운 눈보라마저 치고 있었다.
그때서야 ‘어유! 추워라’하는 소리가 나온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철새들의 귀여운 모습과
민속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지울 수가 없다.
내년에는 또 어떤 친구들과 어떤 탐사이야기가 펼쳐질 지 벌써 마음이 설레 인다.

<조은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