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인 삶, 그 안의 희망.
열성적인 삶, 그 안의 희망.
  • 김열매 기자
  • 승인 2006.09.04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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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열정도 도전도 사라져가는 것일까? 거리에 나가보면 공원 벤치에 힘없이 앉아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그러나 여기, 60이 넘은 나이에도 열성을 다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철산동 한신아파트 102동 주민들의 안전과 평안을 책임지는 관리인 조용호씨(64)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가 물어물어 찾아간 관리실 앞에서 바삐 무언가를 하시던 조용호씨. 고장난 것 같다던 전기 후라이팬을 이리저리 뜯어보시고는 “멀쩡하네” 한마디 외치신다. 깨끗이 닦아 정자에 앉아계신 분들에게 쓰시라고 내어드리고 나서야 홀가분한 모습으로 관리실에 앉아있는 기자에게 다가오신다.

관리실에 들어와 앉아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전화기 3대 중의 한 대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어허, 이거 또 고장났네”라며 또 다시 바삐 움직이신다. 한참 후에야 다시 관리실에 자리를 잡고 앉으신 조용호씨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힘들게 마주한 조용호씨는 예전에는 장사일을 했었다고 먼저 운을 뗐다.

조용호씨는 1995년부터 5년간 수퍼마켓을 운영해오다 IMF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수퍼마켓을 접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비직이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고. 지금도 여력만 된다면 장사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그럴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는게 지금의 실정이다. 하지만 집에 틀어박혀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먼 곳을 응시하신다.

조용호씨는 없는 살림에 4남매 모두 대학까지 보내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자식들과 빈손에서 노력으로 일궈낸 지금의 삶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남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재차 강조해 말씀하신다. 그렇게 살아냈기에 오늘이 있다는 말씀이시다.

함께 사는 부인 역시 청소일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이들 부부는 제대로 나들이 한 번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명절도 휴일도 이들에게는 빨간날이 될 수 없다. 주말에 쉬는 아내와 다르게 경비직은 2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하루걸러 하루씩 휴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혼식도 집안의 행사에도 참여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다못해 감기처럼 몸이 불편할 때에도 쉽사리 쉴 수 없는 직업이 관리직이다. 몸이 아프다고 하루를 빠지면 대신하는 사람이 총 7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근무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6년여 동안 한 번도 근무를 쉬어 본 적이 없다는 조용호씨. 어쩌다 한 번 지역 산악회 모임 사람들과 함께 산 구경을 다니면서 술 한잔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며 빙그레 웃으신다.

이렇듯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3년 전 이곳 102동으로 옮기자  전에 관리하던 동 주민들 중에는 왜 옮겼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옮긴지 3년이 된 지금도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아니면 전동에 살던 사람들과 서로 인사할 정도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호씨는 전 동 아파트 뿐 아니라 지금 있는 102동의 모든 세대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몇 세대가 있는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의 수, 집에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 등까지 세세하게 다 알고 있다. 기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자 조용호씨는 당연한 일이라고 답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직은 단순히 외관을 관리하고 밤에 순찰을 도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그마한 일이라도 아파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경비아저씨다. 때문에 조용호씨는 아주 자그마한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해야 하는 것이 관리직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라고 편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건 큰 오산이예요”

아닌게 아니라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그 잠깐에도 경비실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은 전부터 말썽이던 엘리베이터가 또 다시 멈추는 바람에 주민들이 전부 한 번씩은 경비실에 들러서 엘리베이터에 대해 묻고 간다. 그 뿐인가? 택배가 있는지 없는지, 잃어버린 물건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맡겨놓은 물건도 찾으면 돌려주고, 배달된 물건값도 대신 받아 내주고..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내 기분이 안좋다고, 혹은 귀찮다고 해서 불친절하게 대할 수는 없지요. 혹 누군가는 피곤에 지쳐 잠시 조는 것도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제대로 발 뻗고 잘 수도 없는 이런 공간에서 24시간을 일하는 경비원들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호씨가 생활하는 작은 관리실은 S자 형태로 된 1평도 될까말까한 공간이다. 그것도 온갖 전기기계들로 둘러싸여 있어 하루종일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기까지 하다. 휴식이라고는 의자에 앉아 잠시 조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TV도 없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새로 소장님이 바뀌면서 나태해진다는 이유로 없애버렸다고 한다. 때문에 조금 적적함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평소 놀기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도 좋아하신다는 조용호씨. 하지만 일할 때는 불편함도, 놀고 싶어 하는 마음도 접어둔 채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너무 인색하게 관리하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간혹 홍보 스티커나 전도의 목적으로 출입하는 사람이 있는데 심하게 단속하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보이면 단속하긴 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힘들게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데 너무 인색하게 하는건 못하겠더라구요. 덕분에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에 충실한 조용호씨의 모습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덕분에 단 한 번도 불만의 소리가 높아진 적이 없단다. 이제 6년, 아니 7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의 일을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하는 조용호씨.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일하시는 그 모습은 ‘나이 때문에..’라고 뒷걸음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빛을 안겨줄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오늘도 142세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실 조용호씨에게 파이팅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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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동주민 2006-09-04 16:29:07
프로는 아름답다지요
언제나 열심인 모습에 칭찬을 보내드립니다.
어영부영 다른 분들과는 참으로 다르지요
102동 오래 계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