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정이 살아숨쉬는 그 곳, 그 사람.
사랑과 인정이 살아숨쉬는 그 곳, 그 사람.
  • 김열매 기자
  • 승인 2006.09.24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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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새마을 시장에 들어가 보면 작은 떡집이 눈에 들어온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서민들의 음식을 대표해온 이선복씨 부부를 만나보았다.



▲ 벌써부터 추석떡 만들기가 한창이다.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떡냄새와 함께 색색깔의 송편이 기자를 맞이한다. 벌써부터 추석떡 만들기가 한창이다. 바쁘신데 찾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된 마음이 앞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예전에 바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요즘 나이드신 분들 아니면 떡을 먹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층 고객들은 떡을 먹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1천원~2천원씩 사가시는 분들의 수마저 줄어들어 불경기라고 털어놓는다.

“떡이 말하자면 서민음식이잖아요, 없는 사람들 음식인데 요즘 사는게 다들 힘들다보니 더더욱 사가시는 분들이 줄어들었죠.”

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 광명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은 큰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도 시장 재건축을 위한 추진을 하고는 있지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게에 권리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어버린 가게들이 눈에 띈다. 이선복씨 부부도 시장에서 그래도 좀 눈에 띄는 곳으로 옮겨볼까 계획 중에 있다. 



▲ 저마다 색색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떡들.

이렇듯 어려운 사정 속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도 알아주시는 분들 덕에 살아간다고 웃으며 말한다. 특히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께서 속이 안좋거나 소화가 안될때면 매일 들러 이곳의 인절미를 사가시는 것이 일과라고. ‘자꾸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어’라고 말씀하시며 하루가 멀다하고 오시다가 갑자기 발길이 끊겨 여쭤보면 ‘인절미 먹고 소화 안되던 것 다 나았지’라며 또 한 봉지씩 사가신다고 말하는 부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아마도 매일 인절미를 사들고 가시는 그분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가게가 모두 그렇듯 이들 부부에게도 제대로 된 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다 자식들이 하루쯤 가게를 대신 봐주는 날이면 부부는 어김없이 함께 등산길에 오른다고. 자식들 이야기만으로도 부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생일’때 이야기를 해보라며 재촉하는 옆 사람의 말에 쑥스러운 듯 자랑스러운 듯 꺼낸 딸 이야기.

언제나 명절이며, 연말연시 등 휴가기간에는 더욱 바쁜 부모님의 모습이 가슴 아팠던지, 딸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디지털 카메라 2대로 아나운서처럼 멘트를 시작해 각종 개인기를 담아 보여준 것. 30분가량의 영상을 TV에 연결해 함께 보며 웃음과 감동으로 지샜을 그날을 떠올리며 부부는 마냥 행복해했다. 



▲ 가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딸의 사진.

가게일도 틈틈이 도와주면서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딸은 올해 중학교 1학년으로 각종 콩쿨에서 상을 받아오는 ‘한국무용’을 하고 있는 끼많고 꿈많은 소녀이기도 하다. 시에서 하는 각종 축제뿐 아니라 여러 대학과 지역의 행사에도 출연해 상을 받고 있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살려줄 수 없는 환경에 이선복씨 부부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우리 시에 예중·예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보낸다고 해도 입학금낼 돈도 마땅찮은 형편입니다.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죠.”

어려운 형편임에도 남다른 봉사도 잊지 않는다. 달마다 남는 떡을 모아 ‘사랑의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드린다. 큰 사회단체가 아닌 간판없이 개인이 형편 어려운 분들을 모시고 사는 곳이라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떡을 가져갈 때마다 너무나 기쁘시게 받으시는 모습에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평생 못잊는 분일 것 같아요. 매번 볼 때마다 또, 힘들 때마다 그 분 생각하면서 힘을 내곤합니다.”



▲ 푸근한 인상의 이선복씨 부부.

인터뷰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기자에게 이것저것 떡을 한아름 쥐어주시며 더 많이 못주시는 것을 아쉬워하시던 이선복씨 부부. 가게를 나서 걷다 뒤돌아본 그곳에서 다정히 서서 송편떡을 고르시던 모습. 그 푸짐한 인심만큼, 떡 하나에 담긴 정성과 노력만큼 행복한 삶이 두 분의 앞에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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