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회관 지키는 ‘텃새’, 그들은 보는 시선이 다르다.
시민회관 지키는 ‘텃새’, 그들은 보는 시선이 다르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6.10.11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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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관은 광명시민들의 이용이 가장 빈번한 공중시설 중에 하나다. 시민회관은 공연 장소로 사용이 되기도 하고, 일반 행사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종의 다목적 공간이다. 접근성 역시 좋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곳을 즐겁게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곳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이들의 시선은 좀 다르다.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되, ‘잘’ 이용해 주기를 바란다. 시민회관에서 청소를 하는 ‘세분’을 만났다. 올해 만 15년 4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영옥씨와, 7년째 일하고 있는 김두분씨가 그들이다. 합쳐 ‘세분’(?)이다. 광명6동과 7동에 거주하고 있다. 시민회관을 지키는 이들이다. 업무시간 잠시 쉬고 있는 세분을 잠시 만났다.

시민회관 지킴이, ‘세분’을 만나다. 

통상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다. 출근은 7시에 한다. 행사가 있으면 출·퇴근 시간은 더 늘어난다. 이들은 이곳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년마다 다시 계약을 하는 상용일용직이다. 시민회관에서 일한 근무 연수가 말해주듯이 이들은 이곳에서 잔뼈가 굵어가고 있는 이들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일에는 나름대로 ‘전문가’다. 그래도 시민회관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사람들이 치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인간이 싫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일상의 생활은 ‘그날이 그날’이란다. 출근하고 일하는 반복적 일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세태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는 것이다. 내 맘대로 사용하는 시설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간혹 이용하는 시민들 중에는 이런 부분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있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시설인데, 왜 뭐라고 하는 것이냐.”하는 식이다. 이곳이 일터이고,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런 식으로 반응하면 그저 ‘당혹’할 뿐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임에도, 억지를 부리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들이 공중시설 이용의 에티켓을 지키지 않으면, 부모들이 나서서 가르쳐야 함에도, 오히려 아이들을 두둔하는 부모들마저 있다는 것이다. “옛날 같지 않다. 인성교육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내리는 결론이다. 시대를 탓해야 하고, 교육을 탓할 수밖에 없다.

옛날 같지 않은 세상이다. 인성교육 아쉽다. 내 물건처럼 아껴줬으면. 

반복의 일상이지만, 일하면서 재밌는 일은 없을까? 시민회관에서는 영화도 상영되고, 예술 공연도 종종 진행된다. 가끔은 특강이 진행되기도 한다. “영화는 나이 들어, 신기한 것 없다. 우리가 겪은 나머지들이다.” 주말에 상영되는 영화를 가끔 볼만도 한데, 실상 별 재미는 못 느낀다는 것이다. 김두분씨의 이야기다.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김영옥씨의 경우 “백재현 시장이 처음 취임할 당시 유명 국악인들이 와서 축하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연이든, 영화든 처음이나, 끝 아니면 중간 중간 끊어서 볼 수밖에 없어, 제대로 즐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공연이 자주 진행되는 시설에서 일하는 만큼, 나름대로 누릴 것이라는 외부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일터이기 때문이다. 반면 간혹 시민회관에서 진행되곤 했던 ‘특강’의 경우는 들을 만 했다고 한다.

광명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광명에서 살아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없는 사람 살기에는 좋은 동네다. 재래시장도 싸다. 외지에서도 재래시장 찾는 사람들 많다. 그런데 점차 아파트 투기 등 외지인들 들어오면서 인심이 인색해지는 것 같다.” 도시는 변한다. 변화하는 도시에 맞게 사람들의 구성과 생활 패턴도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잃어가는 것들은 아쉬움이다. 광명의 발전상 이면에는 사람 냄새 그리워하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베여 있기 마련이다. 30년, 15년 이상 광명에서 거주한 이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잃어가는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듯하다.

예전엔 없는 사람 살만한 동네, 그런데 점차 인간미 약해져간다.

자신들은 시민회관을 지키는 ‘텃새’란다. 이곳을 이용하고, 거쳐 가는 ‘철새’들은 많다. 이용자인 시민들이 그렇고, 시민회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역시 그렇다. 시민회관을 대하는 그들의 시선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당부한다. “(시민회관을) 내 물건처럼 아껴줬으면 한다.”고. 그리고 한사코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도망간다. 늙은이들 찍으면 안 된다고. 늙은이라고 하면, 정말 늙은 분들이 보면 ‘화’낼 일인데. 그래서 멀리서 살짝, 흔적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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