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미소가 아름다운 여성 복서 이하늘양.
수줍은 미소가 아름다운 여성 복서 이하늘양.
  • 김열매 기자
  • 승인 2006.10.31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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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복싱선수. 약간은 생소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최근 여성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도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방면에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 광명시의 한 고등학교에도 한 계단, 한 계단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학생이 있다.

광명시 소하고등학교에서 만난 수줍은 모습의 이하늘(18)학생이 오늘의 주인공. 어딜봐도 복싱선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도 대회가 끝나고, 그나마 살이 찐 모습이라니... 그러나 이하늘 학생의 어머니인 유동숙씨는 최근 스포츠에 맞는 체형은 '이런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팔이 길고 키가 큰 편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 요즘 스포츠계에서의 '체형'인 것이다.

공군사관학교 외삼촌의 모습에 반해 복싱 시작

공군사관학교에 다니는 외삼촌의 멋진 모습에 반해 복싱을 시작했다는 하늘이는 군인이 꿈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중학교 3학년 10월부터 복싱을 선택해 배우기 시작했다고. 처음에는 취미삼아, 운동삼아 시작한 복싱이다.  올해 들어서 대회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여성복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심이 부족해서인지 대회에 한 번 나가는 것도 힘든 일이다. 연습할 수 있는 체육관 시설은 물론 지도해줄 수 있는 코치도 없어, 등교 전에 구름산에 올라다니는 등의 생활을 했다. 또 아마추어스타일의 복싱을 가르치는 체육관이 없는 까닭에 안양에 있는 체육관에 다니며 복싱을 배우고 있다. 열심히 활동하며 운동한 탓에 지금은 코치의 지도도 받을 수 있고, 후원까지 받는다고.

그러나 여전히 사정은 어렵다. 지난 10월 19일부터 열렸던 전국체전 대회에는 안양시의 후원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광명시에는 프로를 키우는 체육관 밖에 없어서 안양에서 체육관에 다니다보니 그분의 소개로 안양시에 알려졌고, 안양시에서 후원을 받아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코치님과 함께 동행해서 참가할 수 있었어요.” 언제나 다른 선수들이 코치와 선수들과 함께 동행하는 모습이 늘 부러웠다는 유동숙씨. 

대신 하늘이의 곁에는 항상 어머니 유동숙씨가 함께였다고. 카메라로 줄곧 하늘이의 경기 모습을 찍고 분석해주는 등 언제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경기할 때의 모습이 안타깝거나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보통의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늘이가 팔삭둥이로 태어나서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만해도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약했으니까요.”  유동숙씨는 오히려 건강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이러한 응원의 힘일까?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하늘양. 한 감독으로부터는 '제대로 배워보지 않겠냐'는 스카웃 제의까지 받을 정도라고. 하지만 하늘이의 꿈은 따로 있다. 학교에서 공부가 10등 이하로 떨어지면 그만두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있는 하늘이. 언젠가는 사범대에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함께 인터뷰를 하는 내내 딸의 모습을 보면서 광명시에서 좀 더 이러한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하시던 유동숙씨. 예전에 하늘이와 복싱을 함께하며 꿈을 키우던 많은 아이들이 열악하고 힘든 환경에서 포기하거나 다른 운동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하늘이의 진짜 꿈은 체육 선생님

“여성 복싱은 아직 미개척지이고 몇 년 후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벌써 그것을 내다보고 선수들을 키우고 있는데 광명시에는 아마추어 체육관을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경기에 참여할 때 당당히 ‘광명시 소하고 이하늘’이라는 판을 달고 하면서 정작 후원은 안양시에서 받는 것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과 함께 모녀간의 따뜻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웃는 모습까지도 닮은(서로 닮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이좋은 친구같다는 느낌이었다. 언제나 함께하는 든든한 응원군이 있는 한 하늘이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꿈을 안고 오늘도 값진 땀을 흘리고 있을 하늘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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