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메일은 ‘0918-sook’
그녀의 이메일은 ‘0918-sook’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6.11.05 15: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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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sook' 그녀의 아이디다. 이 아이디로 날라 오는 메일을 받아보는 이들이 240명에 이른다. 이미 그녀를 알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익명성으로 받아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누구든 한 번은 그녀를 만났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로 배달이 되는 전자우편에는 아름다운 시와 그림 그리고 음악이 실려 온다. 좋은 글의 모음이다. 언뜻 사춘기 소녀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는 편지글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 언저리에 있는 누구는 아닐까? 그녀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얼굴 없는 그녀’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것을 즐긴다. “보시면 실망하실 수 있다. 얼굴 없이 만나는 것이 재밌을 수도 있다.” 그런 그녀가 공개된다.

얼굴 없는 만남, 그 주인공을 공개한다.…글로써 마음 통한다고 생각한다.

하안3동에 살고 있는 김영숙씨가 주인공이다. 김영숙씨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2년도부터다. 그 때부터 꾸준하게 전자우편 발송을 해왔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발송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이 있으면 발췌를 하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다가도 좋은 글이 눈에 띠면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무엇에 대해, 김영숙씨는 그것을 챙겨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이다. 메일 발송을 하는 것은 직접 본인이 하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인연을 쌓아 가는 것이 곧 삶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써 마음 통하고 읽을 수 있고, 마음 주고 받는 좋은 글”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통해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공유하려고 하는 그 삶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데, 김영숙씨는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광명시평생학습동아리연합회 회장이 현재 그녀가 힘을 쏟고 있는 역할이다. 평생학습동아리연합회 사무실은 평생학습원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70여개 학습동아리들이 이 연합회에 가입되어있다. 회원만으로도 천여명에 이른다.

그녀는 평생학습 동아리 활동에 매진 중이다.

광명시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평생학습도시다. 전국 지자체로서 가장 먼저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했다. 평생학습원이 만들어지고,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해 학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평생학습은 최근 국가 교육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평생학습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도 지역 평생학습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는가에 따라 지역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평생학습동아리 활동은 평생학습의 꽃 중에 꽃이다.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하고 꾸준하게 평생학습도시 기반을 마련해오면서, 평생학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학습조직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2004년 12월 동아리연합회가 결성되었다. 만 2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30개 동아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70여개에 이르고 있고, 가입대기 중인 동아리들도 있다. 동아리연합회도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10개의 개별 동아리들이 1개의 분과를 이룬다. 현재 8개 분과가 있다. 분과장들을 포함하여 임원단 회의는 2개월에 한 번씩 열린다. 그 외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발생하면 임시회의를 진행한다. 분과는 처음에는 유사 동아리들로 묶었는데, 지금은 성격이 다른 동아리를 서로 섞어서 분과를 구성했다. 동아리들 간에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올해 동아리연합회 회원의 밤 행사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는 처음이라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별 동아리 모임을 일일이 찾아가며 회원의 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광명시 동아리 활동은 외부에서도 주목을 끈다. 전국평생학습축제나 경기도평생학습 축제 동아리 활동 부분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직장 퇴직하고, 지역에서 나의 길을 찾아 나섰다.

어떤 인연으로 김영숙씨가 여기까지 온 것일까. 그녀는 공항에서 17년간 일하고 퇴직했다. 그리고 안주하는 것이 아닌 ‘내 길’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동네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 이용했다. 그리고 평생학습원을 알게 되었다. 일어 공부를 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동아리연합회장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인데, 김영숙씨는 활동에 별 어려움이 없다며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한다. 낙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생의 ‘전성시대’라고 하면 과장일까. 이미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어온 삶의 연륜, 중년을 넘어 60인생의 반열에 들어서는 그녀이기에, 삶의 품이 넓어져 있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 만 58세. 도가 텄고, 후배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그녀의 자리이기에, 시선 역시 관대하다. ‘큰 언니’의 역할만 잘 맡아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일을 하다보면 골머리(?) 아픈 일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미 학습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수준’이 어느 선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소위 교양 아닐까. 평생학습 사회가 발전하면 시민의 교양 수준 역시 올라가는 것은 당연. 그렇다면 평생학습원을 이용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준이라면, 좀 다르다는 것이다. “평생학습 발 들인 사람들은 생각이 더 깊으신 분들이 많다.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골머리 아픈 적 없다. ‘같이 가는 것이다.’ 오히려 한발 앞서가는 분들이 제안을 하면 감사할 일이다. 전국이 평생학습으로 물결쳤으면 좋겠다.”

마음 따라 살다보면 길을 만난다. 그것에 감사한다. 

그녀의 도는 깊다. 인터뷰 중, 동아리연합회 사무실이 ‘모 도사의 거처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나를 지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내 마음에서 움직여지는 대로 가다보면 길이 나온다. 그 길을 잡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 한다. 사람들을 끌어안고 싶다. 후배들 보면서 예전엔 ‘그땐 그랬지’라고 생각해 본다. 옳고 그름의 판단에 대해 민감했던 시기가 지나면 껴안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근심 걱정 없어진다. 아웅다웅 살아갈 이유가 없다. 하늘이 주는 복이 없으면,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있으면 얼마나 있고, 없으면 얼마나 없나. 자녀들이나 사위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누가 보면 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지내는 것이 좋다.” 중년이 넘어가면서 마음에 질서가 자리 잡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나름대로 삶에서 오는 통찰을 전해준다. 도가 있다면, 도는 이런 마음자리에 있는 것 아닐까.

바쁜 일상에서 살다보면 좋은 글로 전해져 오는 전자우편이 때론 그저 다른 우편들과 다를 바 없는 우편으로 취급될 수도 있고, 업무 메일에 비해 그 가치가 소홀하게 취급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김영숙씨의 전자우편은 이런 깊은 마음이 바탕이 되어 전해지고 있다. 좋은 글과 좋은 마음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줄 것이라는.

마음이 부자인 동네였으면.

김영숙씨는 광명시에서 올해 15년째 거주하고 있다. “광명시 좋아요. 떠나기 싫다. 잘 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못살지도 않는 동네다. 오히려 마음이 부자인 동네다.” 광명이 마음이 부자인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그런 광명이 좋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예쁜 것만 보인다. 가끔 살다보면 욕심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러나 시간 지나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본다.”

김영숙씨는 최근에 여세를 몰아 일을 하나 저질렀다. 시를 직접 썼다. 그리고 광명시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공모 행사에 참여해 시 부문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 동안의 내공이 한 번에 빛을 발한 것일까. 평생학습동아리 연합회 회장으로서 그녀는 처음부터 시작한 일본어 동아리 한사랑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것에 얹혀 시 동아리 ‘시향’에도 참여를 하고 있다. 직장을 퇴직하고 지역에 인연을 맺고 지역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멋지게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질투와 질투에 이은 부러움이 생긴다. 0918-sook, 그녀의  그물망에 많은 이들이 걸려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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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선 2006-11-29 16:05:17
바쁜 일상중에 이메일을 받으면, 큰 힘과 여유가 생겨요. 멋진 모습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김영숙 2006-11-09 11:19:26
김희수님! 감사합니다.여러분이 계시기에 이런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웃음으로 가득한 즐거운 나날 되세요.

김희수 2006-11-07 20:06:43
축하 합니다. 열심히 사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