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가 음악을 마시자!
거리로 나가 음악을 마시자!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6.11.06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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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DRINK THE MUSIC!!’ ‘음료수를 마시듯이 음악을 즐겁게 하고 싶다.’며 거리로 나온 중학생 밴드가 있다. 광명중학교 밴드, 퍼스트(1'st). 음료수 마시듯 즐겁게 음악을 하고 싶은데, 자신들만 즐기는 음악은 아니라고 한다. ‘길거리 시민들과 함께 즐기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이 무대로 자리 잡은 곳은 광명시민운동장 분수대 공원.

도심 속 짜투리 공간을 이용해 마련된 분수대 공원이기에, 관객들이 앉을 만한 자리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서서 공연을 즐기는 ‘스탠딩 공연’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지나는 시민들 중에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관람을 하기도 한다. 퍼스트 공연은 지난 달 28일에 이어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밴드 멤버는 15명. 두 번째 공연에는 졸업한 선배 3명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음악밸리축제의 야외공연 분수대 무대, 지역 중학생 밴드가 잇는다.

왜 이들의 공연이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중학교 학생 밴드가 길거리로 나와서 공연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그것이 자신들의 소위 ‘뽀대’를 위해서 하든, 아니면 정말 자신들이 좋아 자기만족적인 공연이든, ‘거리공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연은 그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준비된 밴드이고, 그 만큼 내용을 갖추고 있는 밴드이자,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활동을 각별하게 지원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밴드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공연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했다는 것이다. 공연의 주체로서 주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왜 이 공연을 해야 하는지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연의 주제, 컨셉 역시 토론 과정을 거쳐 스스로 마련했다. 사회자는 사회 멘트를 직접 준비해서 진행했다. 시야를 지역의 문제로 확대하기도 했다. 광명시가 추진하는 음악도시와 연결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먼저 공연을 기획하는 토론 과정에서 ‘왜 공연을 해야 하는지’에 20여개의 이유들이 제출되었다. 처음에는 자기중심적 이유들이 많았다.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미친 듯이 놀면 된다.”는 것이다. 공연임에도 ‘대상’에 대한, ‘관객’에 대한 고민은 빠졌다. 그 중 ‘함께 즐기기 위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라는 이유가 제안되었고, 이 제안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관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외부로 장소를 선택한 이유 역시 처음에는 ‘뽀대’있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뽀대’있게 보이려면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과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즐긴다는 ‘공유’의 개념을 거리공연과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공연자도 즐거워야 하지만, 관객인 시민들 역시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이 된 것이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공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광명시가 추진하는 음악도시와 연결해보았다. 음악도시라고 하지만 실제 시민들이 일상에서 음악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이 유일하게 발견한 것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 자신들의 공연이 그들을 위해 작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음악밸리 축제에서 상설 야외 공연무대로 이용했던 분수대 공원을 공연 장소로 선택함으로서, 이 공간이 상설적인 야외 음악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공연과 ‘장소’의 관계에 대한 이해 역시 가져 볼 수 있었다.

중학생들의 풋풋한 에너지 즐기는 기회…지역사회 같이 소통하는 음악

학생들의 밴드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던 광명문화의집 문화예술교육센터 손민정 팀장은, “아이들이 기획을 하고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만 했다.”며, “전 과정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준비를 해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예쁘다. 성인들과 같은 음악을 하지만, 성인들과 다르다. 밝은 에너지, 풋풋한 즐거움이 있다. 자신들이 신나서 하는 공연인 만큼, 그 에너지가 어른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며, 공연 소감을 전했다.

이 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는 서정익 학생은 공연 초대 글을 통해 “연습과정에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항상 기쁘고 신났다. 이런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다.”며 ‘멋진 무대’를 약속했다.

지도교사로 밴드 창단을 주도했던 광명중학교 장훈휘 교사는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고, 지역사회와 청소년 문화 그리고 교육의 교집합이다. 서툴지만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한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학교지역사회연계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이 공연은 지난해부터 ‘학교지역사회연계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광명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 중에 하나다. 이 시범사업은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전국적으로 32곳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차년도다. 광명시의 경우는 광명문화의집이 이 사업을 지원받아 지역에서 여러 학교와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광명중학교 밴드음악 지원교육에는 모던락밴드로서 전국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몽구스’의 리더, 김준수씨가 학생들의 음악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기관과 학교가 연계되어 학생들의 음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문가로부터 음악을 배우고, 그 과정과 결과를 새로운 공연 기획을 통해 지역에 다시 환원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학교 역시 열악하지만 학생들의 연습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중학생 밴드 퍼스트는 길거리로 나섰다. 자주 곳곳에서 그들의 모습, 그리고 더 많은 또 다른 청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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