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문학’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
‘만화’가 ‘문학’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6.11.1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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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코디네이터 손민정 팀장을 만나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가 되어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손민정 팀장을 만나 보았다. 손 팀장이 일하고 있는 곳은 광명5동 너브대 공원 근처 광명문화의집내, 문화예술교육센터다. 대여섯평 작은 공간의 사무실이지만,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넘친다. 문화예술 관련 공간이라고 보이기엔 손 팀장이 일하는 사무실은 전혀 문화적이지 않다. 여기저기 펼쳐지고 널린 서류들은 이곳이 문화일꾼들의 작업장이 맞나 싶을 정도다.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내용에 대해 장시간의 설명을 듣고 난후, 개인적인 인터뷰를 했다.

젊음은 통통 튀기 마련이다. 문화일꾼인 손민정 팀장 역시 젊고 튄다. 이런 일꾼들이 지역에서 일하는 것 역시 문화적이고, 예술적이다. 젊은 문화일꾼들은 지역사회 메인 무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주류를 주장하지 않는다. 조용히, 때론 끼 넘치게 자신들이 꿈을 꾸는 문화세상을 지역에서 실험해가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문화적 끼가 발산이 되면 그만이고, 이들의 문화적 실험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담고 전해지면 된다.

별명이 ‘취미인간’이라고?

손민정 팀장, 그녀의 별명은 ‘취미인간’이란다. 인생을 살긴 하는데, 사는 것하고 취미생활하고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그 만큼 재미있게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일까. 재미가 빠진 문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

손 팀장은 얼마 전 중학생 밴드들의 활동을 거리무대에 올리는 일에 공을 쏟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녀 역시 모 밴드에서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아마츄어 뮤지션이다. 그 밴드의 보컬이 자신의 역할. 회사에서 영업을 관리하거나 지원하려면, 영업을 해본 사람이 좀 낫다. 현장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공무원도 탁상행정이 아니려면, 현장을 돌아봐야 더 나은 행정을 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자신이 직접 어느 현장에 몸을 담고 있으면, 현장에 대한 이해는 그 만큼 빠르고, 지원의 내용 역시 채워지기 마련이다. 현장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 팀장은 수능 한 달 전까지 만화에 빠져 있을 정도로 만화 마니아다. 만화가 문학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녀는 커다란 ‘문제’를 느낀다.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역사와 신문방송, 그리고 교육을 공부했다. 석사과정에서는 비교문화를 전공했다. 그 중심에는 늘 만화가 있었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문화적 힘에 대해 손 팀장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수능 한 달 전까지 만화에 빠져...

비디오저널리스트에 관심을 두고, 영상과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미디어교육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손 팀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이다. 미디어 교육이나 만화에 대한 관심 등 여러 관심과 활동은 문화예술교육으로 집중되고 있다.

"인문학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인문학은 성찰을 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인문학적 성찰과 예술 교육이 만나, 문화예술교육을 이뤄간다고 손 팀장은 보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교육에서 인문학을 빼놓고 접근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손 팀장은 강조한다.

손 팀장은 초등학교 때 꿈이 변호사였다.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그런 변호사였다. 그런데 꿈은 변하기 마련.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선생님의 가르침이 인생의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당시 손 팀장이 다니던 학교는 강남 8학군. 보수적인 학교였고, 중동 등 해외에서 시찰을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던 학교. 그런데 손 팀장의 담임선생님은 개인의 교육적 소신을 우선하는 교사였다. 다른 반들과 달리 이 반의 체육복은 일단 자율복이었다. 당시로는 파격이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수업시간. 수업중이지만 이 반만은 운동장으로 달려 나갈 수 있었다. 교과 내용 역시 파격적이었다. 고등학교 과정이나, 대학에서 다루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세계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다뤄지는 수학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물론 담임선생님은 개인의 교육적 소신으로 인해 학교에서 나름대로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손 팀장은 학교라고 하는 규정된 틀을 넘어 누릴 수 있는 많은 자유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배웠고, 자극이 되었다. 

인문학은 문화예술교육의 기본

이런 선생님과의 인연은 중학교에서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사회 선생님과의 인연. 당시 선생님은 교과서가 전부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다른 시각, 다른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손 팀장은 그런 교사의 가르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따랐다. 사회과 선생님이 추천을 한 책이면, 당시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책들도 서점을 찾아다니며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 중에 하나가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라고 한다. 미국이 흑인들을 어떻게 끌고 갔는지, 미국의 비인간적 행태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 역시 손 팀장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손 팀장이 본 비디오만도 1천여 편이 넘는 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장비를 구입해 주었다. 비디오를 보는 것을 통해 그냥 보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디오 외에도 집안에는 8천여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손 팀장의 어머니는 “이기적인 삶을 살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 사는 것 보고 살아야 한다. 일상의 선택에서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손 팀장의 어머니는 손씨에게 1년에 한번 정도 옷을 사줬다.  그러나 책을 사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녹색가게나 아름다운 가게 등 재활용품을 주로 이용한다. 2녀 1남의 장녀로서, 교사인 어머니는 손 팀장에게 스스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한 것처럼 보인다.

교사와 부모님들의 가르침을 간직하고 살아가며, 만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손민정 팀장. 그녀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알기에 광명지역 학생들이 더 많은 문화예술교육의 경험들을 가지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이란?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계가 되어 문화예술시범교육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은 2005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3년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서 운영하는 곳이 32곳, 일반 사업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30곳이다. 이 중 광명문화의집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운영하는 시범사업 분야에 공모를 해서, 진행하고 있다. 학교지역사회연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문화의집은 전국에서 광명문화의집을 포함해 세 곳이다. 이 세 곳의 문화의집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문화의집들이다.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에는 공모가 진행될 2004년 당시 전국적으로 164곳이 참여해서, 치열하게 공모 경쟁을 치르기도 했다고.

어려운 경쟁을 통해 지역에 유치되어 진행되고 있는 학교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에는 어떤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올해는 현재 광명시내 초․중․고 9개교에서 12개 정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는 추가될 예정이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춤테라피 프로그램이 4개교에서, 생태문화 프로그램이 1개교에서, 지역사회와 협동학습으로 진행되는 만화 프로그램이 1개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학생 밴드 활동과 영상 활동이 1개 중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하안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 한 충현고 뮤지컬 지원 사업이 1개 고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여름 교사직무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프로그램의 차별성과 지역 안에서 교사연수를 진행할 수 있는 이점들이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문화기관 종사자들의 연합 연수가 있고, 광명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재교육을 위한 ‘활동가 대학’ 역시 이 사업과 연계를 맺고 있다. 재활용을 통한 광문중학교와 청소년문화의집 도서실 리폼 사업, 지역 대안학교와 연계한 문화특강 사업, 청소년종합상담실의 미술치료 사업, 그리고 잊혀져 가는 골목 문화를 되찾기 위한 문화난장 골목 축제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이 시범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은 학교 현장에 전문 강사를 파견하고, 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중간 코디네이션 역할을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고, 지역사회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한다. 이를 위해 지역문화예술자원 실태 파악이 전년도 사업으로 이미 진행이 되어 그 결과물이 나와, 활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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