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면 젊어집니다'
'춤을 추면 젊어집니다'
  • 이진선
  • 승인 2007.01.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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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의 춤꾼 김희련씨

지난 25일 광명시 실버인력뱅크 회장단 신년하례식이 열린다기에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은빛합창단과 어르신댄스동아리의 찬조 공연이 있었는데 전부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무대였다.  

이 때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 광명 사람들의 주인공, 김희련씨다. 

합창단의 지휘를 했다가 바로 이어 차차차 춤까지 보여 주신다. 지휘도 보통 지휘가 아니다.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지휘를 하는데 보는 사람까지 몸을 흔들게 만든다. 차차차를 추는 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올해 나이 ‘80’이지만 그 힘은 어느 젊은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의 댄스동아리 보조강사, 은빛합창단의 지휘자, 은빛봉사단 2기 동문회 회장 등 그는 하루 하루가 무척 바쁘다.

김희련씨를 직접 만나 ‘청춘’을 누리고 있는 그의 삶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가 춤을 배우게 된 이유

김희련씨가 광명종합사회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0년. 은퇴를 하고 소속감이 없어 일상생활에서 허전함을 느끼던 그는 복지관을 자연스럽게 출입하게 되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이 된 댄스동아리에서 처음 춤을 배우게 된 김희련씨는 라틴 댄스, 차차차 등의 음악과 춤이 낯설기만 했다고 한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기본적인 것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이 리듬에 따라가게 되었다.  

춤을 배우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춤의 소질이 있었는지 춤 동작을 금방 터득하게 되었다. 라틴댄스 같이 복잡한 순서를 다 외워야 하는 춤 동작도 금방 익혔고 그 덕분에 댄스동아리의 보조강사 일까지 맡게 되었다.

‘나이를 잊고 즐겁게 살자’는 뜻을 가진 ‘나이야가라’ 댄스동아리는 얼핏 들으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 이름처럼 어르신들이 댄스동아리에서 나이를 잊고 재미있게 춤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몸이 굳어진 어르신들이 춤을 배우는데 어려워하지만 계속 노력의 연습 끝에 외부의 댄스 경연대회에서도 여러 번 상을 거머쥐는 등 인정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시에서 지원을 받아 어르신들을 위한 댄스교실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김희련씨의 춤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어르신들이 춤을 배우는 것은 여러모로 좋습니다. 춤 동작을 외워야 하니까 치매예방에도 좋고, 어울려서 춤을 추면 소속, 연대감도 생기고요. 부부간 금실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건강해집니다”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었던 그도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 어르신들에게 춤을 배우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날이 아름다운 이유  

함경도 출신인 그는 한국전쟁 시기인 1.4후퇴 때 월남했다. 부모를 따라 만주 연변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함흥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가족과 함께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남동생 한 명이 끝내 같이 오지 못했다는 것. 여태 생사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희련씨는 의사의 꿈을 안고 의과대학에 다녔지만 월남한 이후 바로 군대생활을 했기에 결국 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의학 공부를 했던 그 시절을 잠시 회상하던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지 못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군대에서 장교활동 후 철도공안직 일을 약 30년간 하며 범죄자가 많아 고생했던 지난 산전수전의 삶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지난 날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 삶들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가 살아가는 이유

자신의 개인생활을 넘어 복지관, 사회에서 헌신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희련씨는 제2의 청춘을 누리고 있다.

계속되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젠 노인들도 집에서만 생활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김희련씨가 어르신들에게 춤을 권하는 이유가 그런 이유중의 하나다.

“어르신들이 여가활동을 하면 생활이 밝아지고 건강해집니다. 즐거운 삶을 살아가려면 건강해져야 하는데, 여가활동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젊어지게 만듭니다. 춤을 한번 춰 보시겠어요?”

앞으로의 소망 또한 ‘건강’이라고 말하는 김희련씨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예능의 탈란트를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밝게 웃음을 지었다. ‘청춘’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진정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청춘은 항상 그의 삶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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