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입이 두 개인가?
조선일보는 입이 두 개인가?
  • 명계남
  • 승인 2004.06.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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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입이 두 개인가?


6월 19일자 조선일보 1면 편집이 ‘예술’이다. 느닷없는 백두산 사진이 5단 가로로 맨 위에 올라 있고 사진 아래 기사는 <2004.02.24 "법통과 후라도 국민투표 가능">이고 아래는 <2004.06.18 “법 통과로 국민투표 공약 종결”>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다. 즉 <조선>은 대통령이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꾼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설의 제목으로 정리된다. “대통령은 두말 말고, 한나라당은 사과하라!” 이 말을 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에서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사실을 죄다 무시하고 말았다.

당시 대통령이 법통과 후라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무조건 국민투표를 제안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찬반 논쟁으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언급한 것이었음에도, 이 역시 조선일보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ꡒ법통과 후라도 가능ꡓ하다고 언명한 것만 관심사일 뿐인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이 한 입으로 두 말 했다고 치자. 그래서 욕먹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조선일보 자신은 어떤가? 단 한 번도 말을 바꾼 적이 없는가? 아니 최소한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서 조선일보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는가? 1990년 9월 27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당시 노태우 정부가 제3청사를 대전에 짓기로 하자 이를 “제2수도로 만드는 호기이고 이를 계기로 국토개발정책의 분발을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91년 조선일보 출판국장이던 최청림은 칼럼에서 “새 수도 건설 소요 예산 25조는 국민이 10년에서 20년을 두고 감당할만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참여정부도 신 행정수도 건설비가 정부와 민간 다 합쳐서 약 45조로 예상하고 2007년에 시작해 2030년까지 24년 동안 나눠서 소요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91년에는 감당할 만했던 25조가 14년 후인 2004년 45조로 두 배 가량 늘자 이번에는 감당 못할 만큼 천문학적인 돈이라는 것인가? 91년에 25조면 물가상승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2004년에는 얼마일지 셈해보길 바란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조선일보는 정부가 대전-대구-광주 부산 등 4개 민방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대전 시민의 숙원인 행정수도건설과 아산만 일대의 공단개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언급을 단순 보도했을 뿐, 이를 두고 천도(遷都)라거나 예산 낭비라는 문제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조선일보식 보도의 압권은 95년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건설을 소개하는 <조선>의 기사다. 이 기사들에서 조선일보는 관심과 애정을 넘어 마하티르를 대단한 영웅인양 추겨 세우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헛돈 들여 정권 홍보한다고 비난”을 했음에도 “마하티르 총리의 장기적인 안목이 다시 한 번 구체화 된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99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새 청사로 입주하자 “우리 기술에 의한, 국운을 건 대역사”라며 감격해 하는마하티르를 인터뷰까지 해주기며 대서특필하기까지 했다.

또 <조선>은 제목에서부터 ‘천도’했다고 쓰고 있지만, 말레이시아가 4년 만에 뚝딱 행정수도를 건설한 사실로 미뤄 짐작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는 평소 스스로 ‘비판언론’이라며 조선일보가 큰소리 치고 있는 것과 걸맞지 않은 모습이 아닌가?

그렇게 말레이시아의 독재자 마하티르의 행정수도 건설은 읽기 민망할 만큼 칭송하면서 우리의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딴죽을 건 조선일보. 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마하티르가 존경했다는 박정희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가? ■


2004/06/23 [12:14] ⓒ 안티조선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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